앞으로 결혼할 계획 있으세요? 만약 없다면 당신은 '무연고 사망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설마?" 하실 분이 많을 겁니다. 그렇다면 형제·자매는 있으신가요? 있다면 당신 장례를 치를 정도로 관계가 친밀한지 잘 생각해 보세요. 게다가 아무리 친밀한 관계라 해도 현재 기준으로 최소 500만원에서 1천만원 정도의 장례비를 부담할 경제적 여력이 되는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미혼으로 배우자와 자녀 없음. 부모 사망, 형제는 있으나 경제적 어려움과 오랜 관계 단절로 시신위임'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를 하면서 자주 접하게 되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는 2020년 659명에서 2021년 856명, 2022년 1천72명, 2023년 1,218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무연고 사망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다음 세 개의 간단한 퀴즈를 한 번 풀어볼까요?1. '무연고 사망자'는 모두 고독사했다.2. '무연고 사망자'는 가족이 없는 사람을 말한다.3. '무연고 사망자' 중 가장 많은 연령대는 70대다.'무연고 사망자'는 모두 고독사?첫 번째 퀴즈 정답은 ×입니다. '무연고 사망자'는 모두 고독사하지 않았습니다. '무연고 사망자'를 한마
◆2023년에만 무연고 국가유공자 8명, 서울시 공영장례로지난달 25일, 서울시는 '무연고 국가유공자'의 장례를 공영장례로 치렀다. 1945년생인 고인은 월남전 참전 용사로 78년의 생을 사셨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고인의 마지막 주소지는 요양원이었고, 사망지도 바로 그곳이었다.이분 외에도 서울시는 2023년에만 7명의 '무연고 국가유공자'의 장례를 치렀다. 모두 공영장례를 통해서였다. 대부분은 기초생활수급자였고, 고시원과 여관, 시설(요양원)에서 거주했다. 그리고 거주지에서 사망해 사회복지사와 건물 관리인이 발견한 경우도 있었다.
서울시와 부산시, 공영장례 부고 게시 지난 8월 말부터 서울시는 서울시설공단 장사시설 웹사이트에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부고를 게시하기 시작했다. 부고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포털 검색에서 '서울시 장사시설' 또는 '서울시립승화원'등의 단어를 검색하고 서울시설공단 장사시설 웹사이트에 접속한다. 그리고 '참여·알림' 메뉴에서 '공영장례 부고'를 클릭하면 서울시 25개 구청에서 진행하는 서울시 전체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부고를 확인할 수 있다.앞서 부산시는 2023년 2월 부산시 장사시설인 영락공원부터 시작해서 부산시 16개 구·군
지난 8월 말, 「서울시 공영장례지원 상담센터」인 '나눔과나눔'으로 80대 중반의 할머니가 상담 전화를 했다. 할머니는 텔레비전에서 공영장례 관련 보도를 봤다며, 본인의 장례도 부탁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는지 물었다.당연히 할머니의 부모는 이미 오래전에 돌아가셨고, 할머니는 결혼하지 않아 자녀가 없었다. 직계가족이 한 명도 없는 것이다. 형제분들도 할머니보다 먼저 돌아가셔서 할머니가 직접 형제들의 장례까지 모두 챙기셨다고 한다. 다행히 조카들과는 가까이 살면서 관계도 좋았다. 그렇다고 조카들에게 장례까지 부탁하고 싶지는 않았다.
지난 8월 초 오후 1시, 서울시립승화원에 있는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전용 빈소에서는 안승호(가명) 님의 장례가 있었다. 70대 초반인 고인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요양병원에서 사망했다. 고인의 부모는 모두 사망했고, 미혼으로 자녀는 없었다. 형제는 있었지만, 구청의 시신인수 요청에 14일 동안 아무도 응답하지 않아 결국 '무연고 사망자'로 확정됐다. 안승호 님의 사연을 들으면 흔히들 '외롭고 쓸쓸함'을 떠올린다. 고인은 평생을 외롭게 살다가 삶의 마지막 순간마저도 요양병원에서 혼자였을 것이라며 안타까운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는 2018년에 제정되었다. 그 후 두 번에 걸쳐 개정되었는데, 현장의 목소리와 요구사항을 반영한 결과물이었다. 2021년에는 고인의 종교를 고려해 공영장례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되었고, 지난 2023년 5월에는 '사별자의 애도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여러 내용이 추가되어 개정됐다.이렇게 개정되어 온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는 단순 '시신처리'방식으로 진행되었던 '무연고 사망자'행정 수준을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위한 장례지원으로 변화시켰고 이를 제도화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서울시 '무연고
지난 5월 22일,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 일부 내용이 개정되어 공포됐다. 여기에는 '무연고 사망자'의 애도 받을 권리와 사별자의 애도할 권리보장이 주요 내용으로 담겨 있다. 이번 조례 개정은 공영장례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서울특별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황유정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황유정 의원이 발의한 조례 내용 자체도 의미 있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는 과정 또한 의미가 있었다. 52명의 서울특별시 의원들이 공동발의자로 함께 서명했고, 본회의에 참석한 재적의원 80명 중 80명 의원의 만장일치로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
'고독사 위험군 약 152만 5000명', 지난달 18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년)'내용 중 실태 조사 결과다. 이는 인구 대비 3%, 1인 가구 대비 21.3%가 '고독사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뿐 아니라 2021년에는 고독사로 인해 3,378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이는 2017년에 비해 40% 증가한 수치다.이번에 발표한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은 "사회적 고립 걱정 없는 촘촘한 연결 사회 조성"을 위해 전체 사망자 100명당 고독사 수 2
지금 국회에서는 2021년 4월 시행된 '고독사 예방법(고독사 예방법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개정 논의가 진행 중이다. 김홍걸 의원은 지난 3월 16일 '고독사'를 '고립사'로 변경하고, 고립사의 범위에 '무연고 사망자'를 포함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보다 앞선 지난해 11월 3일 한정애 의원은 고독사 대상자를 1인 가구로 한정하는 문구를 개정하여 가구 유형이 아닌 대상자의 사회적 고립에 중점을 두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 밖에도 '고독사 위험자 지원통합시스템' 마련과 '고독사 예방 협의회'를 보건복지부장관에서 국무총리 소속으로
사회에서 죽음은 단지 육체적 죽음만으로 완결되지 않는다. 죽음의례인 장례를 거친 후 사망신고를 통해 비로소 한 명의 사망자라는 사회적인 정체성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망신고를 마치지 못한 경우 육체적으로는 사망했지만,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살아 있는 존재가 된다.일반적인 경우, 사망신고 누락은 상상하기 어렵다. 사별자들에게 고인의 사망신고는 너무도 당연한 절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동안 '무연고 사망자'는 사망진단서(시체검안서) 발급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또는 행정 공무원이 사망신고를 해야 하는지 몰라 누락 되고 있었다.'
2월 초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공영장례에 사실혼 관계의 사별자가 참여했다. 사별자는 자택에서 돌아가신 고인의 장례를 직접 치르고 싶어 경찰에 요청했지만, 경찰은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했다. 사별자는 어쩔 수 없이 15일을 기다린 후에야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공영장례에 참여해 고인을 떠나보내야 했다. 장례는 서울시립승화원 화장시설에서 화장한 후 유택동산에 뿌리는 방식으로 마무리되었고, 여기에 참여자의 의사가 개입될 여지는 없었다. '가족 대신 장례'복지부 지침의 한계2020년 이후 보건복지부는 「장사업무 안내」에 좁
지난해 우리나라의 화장률은 90.8%다. 그렇다면 화장 후 유골은 어떻게 될까? 통계청이 조사한 「2021 사회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방법은 화장 후 봉안(34.6%) 이었다. 그다음은 수목장과 같은 자연장이 33%, 화장 후 산·강·바다에 뿌리는 산분(散粉)이 22.3%, 마지막으로 매장이 9.4% 순이었다. 여기서 눈에 띄는 수치는 22.3%의 산분이다. 왜냐면 실제 이용 수치는 고작 8.2%로 다른 방법에 비해 이용률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선호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용률 때문인지 지난달 5일 보건
'무연고 사망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아무런 연고(緣故)도 없이 산 사람. 그래서 가족도 친밀한 관계도 없이 무연생(無緣生)을 살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들의 인생에도 '화양연화(花樣年華)'와 같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삶의 순간이 있었을 테고, 누군가에게 사랑받았고 누군가를 사랑했고, 또 누군가에게 감사받았을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다. 2022년 서울시에서 사망한 1,072명의 '무연고 사망자'는 법률에 정한 바에 따라 '무연고 사망자'라고 불리고 그에 따른 행정절차로 삶이 정리되었지만, 여기에는 1,072개의 개별
지난달 18일 "균열의 시대: 사회정책의 재도전"이라는 주제로 '2022 사회정책연합 공동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번 공동학술대회 중에는 '절망사(deaths of despair)'를 주제로 "오래된 미래, 한국의 절망사"라는 학술 토론회도 포함되어 있었다.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절망사절망사는 앵거스 디턴(Angus Deaton)과 앤 케이스(Anne Case)가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한국경제신문, 2021)"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저자들은 1990년대부터 2013년까지 미국 전체 인구의 기대수명이 높아지고, 사망률이 낮아
최근 무연고 사망자의 유골을 보관하는 봉안시설 운영이 인권침해라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친밀한 지인 등이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애도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무연고 봉안시설 운영 실태서울시의 봉안시설인 '무연고 추모의 집'에는 약 3천여 명의 무연고 사망자 유골함이 봉안되어 있다. 추모의 집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이곳은 고인을 애도할 수 있도록 상시 개방하지 않는다. 애도와 추모를 위한 공간이 아니니 「장사법」 제12조에 따라 무연고 사망자의 유골을 보관하기 위해 만든 곳이기 때문이다.서울시와 같이 '무연고 사망
"내 아내는 무연고 사망자가 아닙니다"라며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에 참여했던 사실혼 관계 배우자는 화장로로 들어가는 아내의 마지막 모습을 보며 통곡했다. 늦은 나이에 함께 살면서 서로 좋으면 됐겠거니 하고 굳이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것뿐인데, 아내의 장례를 하지 못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지난해 여성가족부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의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대안적 가족에 대한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사실혼 관계 배우자와 같은 안타까운 일을 공영장례 현장에서 보지 않아도
또 죽음이다. 언제까지 이런 죽음이 반복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서글프다. 2014년 2월 '송파 세모녀'가 다시 떠오른다. 그때의 기억으로 아직도 아픈데 오늘도 다시 죽음과 마주해야 하는 상황. 그때처럼 전문가들은 이런 죽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분석하고 지자체는 재발 방지 대책을 발 빠르게 내놓느라 분주하다.그래도 8년 전 송파 세모녀 때와는 확연히 변화된 점 한 가지가 있다. 공영장례다. 송파 세모녀 때만 해도 공영장례 조례는 전국 4개의 지자체에만 제정했었다. 당연히 서울시에도 공영장례조례는 없었다. 그래서 돌아
영국 지방정부는 무연고사망자를 위해 ‘공중 보건 장례’(Public health funerals)를 지원한다. '공중 보건 장례'의 모범 사례 지침(Public health funerals: good practice guidance)에 따라 진행되는 영국 무연고 장례 절차는 한국의 무연고 장례와 다른 세 가지가 있다. 부고(訃告) 게시첫째, 영국 지방정부는 ‘부고(訃告)’를 게시한다. ‘부고(訃告)’는 친척과 주변 지인들에게 죽음을 알리는 것으로 장례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절차다. 이를 통해 고인을 알고 있던 사람들이 장례
영국 지방정부는 관할지역에서 사망한 무연고자의 장례를 준비할 책임이 있다. 이는 영국의 「공중 보건(질병 통제)법 1984(Public Health (Control of Disease) Act 1984)」에 따라 부과된 지방정부의 책무이다. 영국에서는 사망하고 가까운 친척이 없거나, 가까운 친척·혈족 또는 친구가 장례식을 할 수 없는 경우 또는 이들이 장례 할 의사가 없다면 고인을 위해 ‘공중 보건 장례’(Public health funerals)를 지원한다. 영국의 주택·지역사회·지방정부부(Ministry for Hous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