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젊은 친구들 앞에서 말 한마디 제대로 하기가 겁이 난다며 고충을 토로하는 어른들을 종종 본다. 무슨 얘기만 하면 사람들이 예민하게 받아치며 '꼰대' 취급을 하는 것 같아 힘들다는 고민. 문제가 되는 상황이나 대화를 깊숙하게 파고들다 보면 단순하게 '세대 차이'나 '문화 차이'로 뭉뚱그리기 어려운 '감수성 차이'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몇 년 전부터 다양한 미디어와 일상 곳곳에서 '성인지 감수성(젠더 감수성)'을 비롯한 여러 분야와 관점에서의 감수성을 강조하는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이때 이야기하는 감수성이란, 감성이 풍부하고
지난 5월 22일,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 일부 내용이 개정되어 공포됐다. 여기에는 '무연고 사망자'의 애도 받을 권리와 사별자의 애도할 권리보장이 주요 내용으로 담겨 있다. 이번 조례 개정은 공영장례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서울특별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황유정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황유정 의원이 발의한 조례 내용 자체도 의미 있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는 과정 또한 의미가 있었다. 52명의 서울특별시 의원들이 공동발의자로 함께 서명했고, 본회의에 참석한 재적의원 80명 중 80명 의원의 만장일치로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
1인 가구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단어가 있다면 무엇일까? 어떤 단어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1인 가구를 설명하는데 가장 효과적일 수 있을까? 고민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1인 가구'가 사회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결국 1인 가구의 삶이 향후 우리나라 보통가구의 보편적인 모습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편적인 삶의 형태'를 더 확실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일단의 객관적 시각이 요구되며 그러한 시각으로 정의된 키워드라야 변화되는 양태를 담아내거나 표현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보통의 1인 가구가 만드는 '보편
조문객 수가 많지 않은 한적한 장례식에 다녀 온 어른들이 짐짓 씁쓸한 이야기들을 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특히나 살짝 윗 세대의 남성 어른들은 '장례식에 와 줄 진정한 친구의 유무'를 '이만하면 잘 산 인생'의 지표로 삼기도 했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들 중 하나는, 자신의 '사회적 고립'을 타인에게 들키는 일이었다. 사회적 고립을 기피하는 것은, 그것이 사회에서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친구가 없다는 것은 생존 능력이 부족하다는 의미일 수 있었던 것이다.그 핵심에는 '정보적 고립'이라는 요소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2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자료에 따르면 2021년 현재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3.4%인 716만 6천여 가구로 추산된다. 이들의 주택유형별 주거유형(2021)은 단독주택이 42.2%, 아파트 33.1%, 연립·다세대 11.5%, 비거주용 및 주택이외 거처 13.1% 등이다. 1인 가구의 점유유형(2020)은 자기집인 경우가 34.3%인 반면 전세(17.5%)나 월세(42.3%)을 합치면 59.8%에 달할 정도로 전·월세 비중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인 가구의 주거 상황 자체가 전체
'고독사 위험군 약 152만 5000명', 지난달 18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년)'내용 중 실태 조사 결과다. 이는 인구 대비 3%, 1인 가구 대비 21.3%가 '고독사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뿐 아니라 2021년에는 고독사로 인해 3,378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이는 2017년에 비해 40% 증가한 수치다.이번에 발표한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은 "사회적 고립 걱정 없는 촘촘한 연결 사회 조성"을 위해 전체 사망자 100명당 고독사 수 2
'법적 어른'이 되는 시점이 되면 머지않아 '경제적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실감 난다. 보호자로부터 독립하고 경제적 기반을 조금씩 쌓아가다 보면 이윽고 '사회적 어른'이 되기 위해 애써야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사회에서 어른으로 인정받으려면 상투를 틀고 비녀를 꽂아야 했다. 가정을 꾸려야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이었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 나가면서 사회에서의 낯선 타인과 조직에 적응하는 방법도 배우고, 새로운 가족과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도 키운다. 이러한 '사회성'을 잘 기를수록 더 멋진 어른으로서 인정받을 가능성도
이제 한국 사회는 1인 가구가 더 이상 낯설지 않으며 정부, 기업, 개인 등 사실상 모든 사회 주체가 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청년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사업을 추진해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 중이다. 기업은 기업 나름대로 1인 가구에 적합한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1인 가구의 활동 범위는 과거보다 많이 늘었으며 청년에게 더 실질적인 관심과 지원을 기울여야 한다는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도 높은 편이다. 이제 정부는 '자립준비청년'과 '고립운둔청년'까지 정책 대상으로 간주해 올해부터 실질적
"그래도 넌 자식 하난 잘 키웠잖아."'인생무상'이라는 말 자체는 낯설지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인이 되고도 한참을 지나서야 이 단어를 몸으로 느낀다. 인생의 덧없음에 마음이 헛헛할 때, 그 마음을 일시적인 정서로서 잘 어루만져서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흔히 쓰는 방법들이 있다. '그래도 내겐 00가 있잖아.'와 같은 말들이 그것이다. 이 빈칸에는 스스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을 함축한 단어가 들어가게 되고, 많은 경우에는 '가족'이 이 자리를 채운다. 자발적이며 장기적인 1인 가구의 경우, 특히 결혼과 출
지금 국회에서는 2021년 4월 시행된 '고독사 예방법(고독사 예방법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개정 논의가 진행 중이다. 김홍걸 의원은 지난 3월 16일 '고독사'를 '고립사'로 변경하고, 고립사의 범위에 '무연고 사망자'를 포함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보다 앞선 지난해 11월 3일 한정애 의원은 고독사 대상자를 1인 가구로 한정하는 문구를 개정하여 가구 유형이 아닌 대상자의 사회적 고립에 중점을 두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 밖에도 '고독사 위험자 지원통합시스템' 마련과 '고독사 예방 협의회'를 보건복지부장관에서 국무총리 소속으로
절대 이런 곳을 혼자 여행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길게 늘어선 입국심사줄에서 혼자인 여행객은 나뿐인 것 같다. 아무래도 배낭을 메고 먼 도시를 여행할 때보다는 캐리어를 끌고 휴양 섬을 여행할 때 이런 경우가 잦다. 온통 커플이고 가족이고 나만 혼자인 상황. 그중에서도 사이판은 가장 그러했다.'혼자인 사람이 나 혼자인' 이런 상황은 어디에서든 그다지 놀라울 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사이판 섬 안에 들어와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살아온 로컬들 중에는 당연히 혼자인 사람도 있을 텐데, 아니 대체 다 어디들 간 거
인터넷에 '자립 청년'으로 검색하면 '스스로 일할 준비가 되어 있거나 일자리를 찾으려는 청년'이라는 결과로 나타난다. 또는 청년 자립이라는 의미와 가까운 블로그와 검색 결과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자립준비청년은 양육시설 또는 위탁가정 등에서 보호하던 아동이 일정 나이가 되면 보호가 종료되는 청년을 가리킨다. 매년 2천 4백 명 정도 되는 '청년'은 종료 이후부터 스스로 자립을 시작해야 하는데 여러 가지 보이지 않게 어려운 점이 많다.누군가로부터 보호받았던 삶에서 스스로 보호해야 하는 삶으로 한 번에 전환하기는 매우 어
"혼자 여행 가면 심심하지 않아?" "네, 심심합니다. 간혹 뼈 시리게 외롭습니다. 일이 꼬이면 서럽기도 합니다." "혼자 여행 가면 무섭지 않아?" "무서울 때 많죠. 운 나쁘면 위험하기까지 하고요."이탈리아의 나폴리, 강도 수준의 소매치기로 악명이 높았던 당시의 그곳에서 나는 처음으로 혼자 하는 여행을 경험했다. 여정을 함께 하던 대학교 선배 언니는 이제 저녁 기차를 타고 로마로 떠나려 한다. 손을 세차게 흔들며 작별 인사를 전하고 있는 그때, 의심할 여지없이 수상한 기운을 폴폴 풍기는 한 사내가 음침한 표정으로 언니의 뒤를 따
지난 2월, 일본 교토시가 일본에서는 최초로 '빈집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교토시는 '빈집세'조례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며 조례안이 통과되면 2026년부터 교토 내 빈 집 1만 5천 채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빈집세를 부과하면 빈집을 방치하지 않고 임대로 돌리거나 매각하는 사람들이 늘어 빈집이 증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일본의 빈집 문제는 세금을 도입할 만큼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으며 지자체들은 빈집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러한 와중 최근 지자체들 사이에서 빈집 문제를 '종활(終活)'과 연계하여 해결하
사회에서 죽음은 단지 육체적 죽음만으로 완결되지 않는다. 죽음의례인 장례를 거친 후 사망신고를 통해 비로소 한 명의 사망자라는 사회적인 정체성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망신고를 마치지 못한 경우 육체적으로는 사망했지만,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살아 있는 존재가 된다.일반적인 경우, 사망신고 누락은 상상하기 어렵다. 사별자들에게 고인의 사망신고는 너무도 당연한 절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동안 '무연고 사망자'는 사망진단서(시체검안서) 발급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또는 행정 공무원이 사망신고를 해야 하는지 몰라 누락 되고 있었다.'
'어라, 난 분명 이 길인데?'분명 수백 명이 함께 북적북적하게 출발한 마라톤에서, 갑자기 내 시야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우르르 다른 코스로 빠지는 것 같은 기분이다. 다들 매우 확신에 찬 모습으로 당연하다는 듯 다른 길로 가네? 지금 내가 이상한 곳으로 가는 건가? 애초에 참가한 경기가 달랐던 건가?결혼하지 않는 계획을 갖고 비혼 상태로 살면서 주변의 다수가 결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분을 묘사하자면 이렇다. 분명 대중적인 시선에서는 '비혼 = 독특한 결정'인 것이 맞고, 그 소수에 해당하는 내가 '특이한 코스'로 혼자 빠져나
이제 한국 사회는 2021년 기준 1인 가구 비율이 33.4%, 716만 5,788가구에 이르고 있기에 개인, 기업, 정부 등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 가운데 중장년 1인 가구는 중장기적으로 초고령화 단계에 진입하므로 그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고용노동부에서는 만 50세 이상 구직자를 '신중년'이라고 지칭하는데 다른 고용 서비스에서는 만 40세 이상 퇴직(예정)자를 중장년이라고 한다. 이처럼 중장년을 정의할 때 어느 정도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40세부터 64세까지 연령대를 가리킨다. 통계청 인구 조사를 기준으로 현재 6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잡지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패션 잡지를 예상할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고령 여성 대상의 잡지가 일본에서 가장 잘 팔리고 있다. 게다가 그 잡지는 서점에서는 판매하지 않으며 정기구독으로만 받아 볼 수 있다. 일본의 하루메쿠 (halmek)는 50세 이상의 고령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잡지이다. 평균 독자 연령은 65세, 매월 발행되는 하루메쿠의 연간 구독료는 6,960엔이다. 일본 ABC 협회에 의하면 하루메쿠는 2022년 상반기 (1월~6월) 44.2만 부를 판매, 코믹지를 제외한 잡지 전체 중 판매
갓 청년기에 진입했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스스로에 대해서 오해를 하고 있었다. 소위 '자유로운 영혼'이라 한 곳에 못 붙어있고, 잠이 많고 게으른 베짱이 스타일이니 도저히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 수는 없을 거라고. 무언가에 쉽게 질리기 때문에 입는 옷도, 먹는 음식도, 만나는 사람도 계속 바꿔서 스스로에게 새로운 자극을 넣어주지 않으면 안 되는 삶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와 주변인들의 예상을 깨고 10년이 넘게 한 회사에 착실하게 다녔다. 고등학교 때 입던 최애 원피스들을 아직도 입고 있고 세 살 때부터 먹던 새콤달콤은
2월 초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공영장례에 사실혼 관계의 사별자가 참여했다. 사별자는 자택에서 돌아가신 고인의 장례를 직접 치르고 싶어 경찰에 요청했지만, 경찰은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했다. 사별자는 어쩔 수 없이 15일을 기다린 후에야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공영장례에 참여해 고인을 떠나보내야 했다. 장례는 서울시립승화원 화장시설에서 화장한 후 유택동산에 뿌리는 방식으로 마무리되었고, 여기에 참여자의 의사가 개입될 여지는 없었다. '가족 대신 장례'복지부 지침의 한계2020년 이후 보건복지부는 「장사업무 안내」에 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