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가방을 싼다. 오늘은 1박 2일 여행을 가는 날. 출발하기로 한 시간이 되었다. 어제 필요한 것은 다 챙겨놨다. 그런데 아내는 더 꾸려야 한다고 한다. 겨우 이틀 여행에 가방 대여섯 개를 싸느라 부산이다. 지켜보는 나는 영 못마땅하다. 차에 시동을 걸고 기다리는데 슬슬 부아가 난다. 잔소리하자 아내는 싸 놓은 짐이나 차에 실으라고 한다. 그리고는 돌아다니며 콘센트를 내리고 스위치를 끈다. 이미 내가 다 해 놓은 문단속까지 확인한 다음 차에 오르며 그까짓 몇 분 늦은 게 대수냐는 말로 염장을 건드린다. 즐거운 기분은 이미 구겨
이미 ‘1인 가구 대국’인 일본에서도 1인 가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2021년 11월 발표한 2020년도 국세조사에 의하면 1인 가구는 일본 전체 가구의 38%를 차지, 10가구 중 거의 4가구는 1인 가구이다. 1인 가구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두 가지 특징이 눈에 띈다. 우선 중년 세대의 미혼율 상승이다. 현재 일본에서 50세 시점에 미혼인 사람을 계산하면 남성은 28.3%, 여성은 17.9%에 달한다. 20년 전인 2000년에는 이 수치가 남성은 12.6%, 여성 5.8%로 중년 독신의 비율이 남성은 2배
영화 「뮌헨 - 전쟁의 문턱에서(Munich - The Edge of War)(2021)」이 있다. 2017년 로버트 해리스(Robert Harris)의 베스트셀러 소설 ‘뮌헨(Munich)’을 원작으로 하였다. 배경은 1938년 9월 29일과 30일에 걸쳐 있었던 독일 나찌 정권 총통 히틀러(Adolf Hitler)와 영국 수상 네빌 체임벌린(Neville Chamberlain) 간 협상이다. 협상 장소 독일 뮌헨(München)에서 영화 제목이 나왔다.체코의 영토였지만 독일어권이었던 주데텐 지역(Sudetenland)을 히틀러의
어제 저녁밥을 먹고 침대에 누워 쉬고 있었다.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아뿔싸, 줌으로 진행하는 강점 코칭 강의가 있는 날이었다. 서둘러 줌(Zoom)에 접속했다. 이미 강의는 끝나고 자신의 강점에 대해 참석자들이 나눔을 하고 있었다.참가자들은 자신의 강점을 이야기했다. 목소리가 힘이 있고 또박또박한 강점, 군대 장교, 대기업 팀장, 회사 대표 등 다양한 경험을 한 강점, 자신은 별로 강점이 없고 평범하다는 이야기 등을 들으며 내 강점은 뭘까 생각해 보았다."'아내가 싫어하는 나'가 제 강점인 것 같아요."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유난히 알력(軋轢)이 많았던 정부의 5년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100대 국정과제를 내놓고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란 두 기치(旗幟)하에 국민주권·경제민주주의·복지국가·균형발전·한반도 평화번영 등 5개 분야에 중점을 둔 국정운영을 강조했다. 30개의 취임사에서 단 1개만 이뤘다는 SNS(Social Network Service)상의 평가가 있다. 어떤 사람은 최악 20점을 주기도 했다. 의욕이 너무 컸나 실천이 약한 것인가, 의지가 없는가 잊어버린 것인가. 각 항목의 명료성도 매우 모호하게 느껴진다.①경제는 이미 오래전 완
"만년필을 쓰시네요"라며 말을 거는 사람이 있다. 조금 특이하게 보이나 보다. 만년필은 나의 아끼는 취미이며 장기(?)다. 서예를 좋아하고 문자도안과 캘리그래피에 관심이 있으며 활자보다는 손글씨를 더 좋아하는 나의 취향과 잘 맞다. 볼펜과 같은 필기구에 비해 맛이 다르다. 가끔 탐나는 것이 보여서 들썩이다가 아내의 타박을 맞게 하기도 하는 나의 이 취미에는 어릴 적 그림이 들어있다.6살 위인 형은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중학생이 되었다. 형은 중학생이 되자 펜에 잉크를 찍으며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신기하고 멋있었다. 그리고 아
영화 「원데이(One Day. 2011)」는 참 아름다운 영화다. 음악이 아름답고 영화의 배경인 스콧틀랜드 에딘버러(Edinburgh)도 아름답다. 여기에 혼자인 듯 혼자가 아닌 엠마의 삶이 나온다. 현재 나와 공간을 함께 하지 않는 사람을 내 인생의 파트너로 가슴 속에 품고 사는 모습도 있다. 엠마를 중심으로 다양한 삶의 모습이 펼쳐진다.엠마(Anne Hathaway)와 덱스터(Jim Sturgess)가 갖는 세상에서의 만남은 1988년 7월 15일에 시작하여 2006년 7월 15일에 끝이 난다. 첫 만남은 대학교를 졸업하는 날에
2020년 기준 한국의 1인 가구 비율은 약 31.7%이며 1인 가구수는 약 664만 가구를 넘어서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5-29세 약 77만 명, 30-34세 61만 명으로 가장 많은 편이다. 일을 할 수 있는 인구를 20-69세로 가정할 때 347만 명을 상회하며 한국 전체 인구의 약 6.7%를 차지한다. 이는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므로 1인 가구의 실업 문제도 중장기적으로 한국 전체 실업 문제에서 눈여겨볼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실업은 일하고 싶은 의욕과 능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하
"아빠! 일본에 가서 돈 쓰지마! 일본 사람들은 다 나쁘니까." "그래 알았어. 아빠 워크샾 듣고 밥만 사먹고 올께."2019년 일본의 한국수출규제 때문에 일본을 더 미워하게 된 초등학교 6학년 큰 딸은 이렇게 내게 다짐을 받고서야 내 일본행을 허락해주었다. 나는 세계적인 NLP 전문가인 로버트 딜츠가 일본에서 진행하는 '영웅의 여정 워크샾' 참석을 위해 도쿄로 향했다.세미나 첫 날 첫 휴식 시간이었다. 머리가 약간 센 중년의 한 일본인이 내게 다가왔다. 내게 몇가지 질문과 자신의 이야기를 영어로 했다. 그가 어떤 말을 했는지는
아차 하며 달려가 불을 껐으나 이미 늦었다. 탄 냄새와 연기가 집안에 가득하다. 냄비 속은 시커먼 숱이 됐다. 간단히 요기할 요량으로 냄비를 불에 올려놓고 잠시 딴짓하다가 벌어진 소동이다.갑자기 화가 난다. 요즘 들어 이런 일이 잦아져서다. 아내가 가끔 그러더니 나도 점점 그런다. 앞뒤 창문을 한참 열어 두어도 냄새는 쉽게 빠지지 않는다. 더 신경 쓰이는 것은 아내의 짜증. 아끼는 냄비만 골라 태워 먹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렇게 태운 냄비의 뒤처리는 모두 내 몫이다. 아내는 손목이 매우 약하다. 골격이 약한 데다가 산후조리도 제대
서울시 공영장례지원 상담센터를 담당하고 있는 사단법인 나눔과나눔 홈페이지에는 해마다 그 해 마지막 날이면 한 해 동안 돌아가신 ‘위안부’ 할머니와 서울시 공영장례로 마지막을 함께 한 분들의 이름이 올라온다. 2022년에도 기억해야 할 869명의 이름이 게시되었다. 2022년에도 기억해야 할 869명은 2021년 돌아가신 3분의 ‘위안부’ 할머니, 연고자와 함께 장례 치른 10명의 저소득시민, 그리고 856명의 서울시 무연고사망자들이다. 부를 수 없는 ‘위안부’ 할머니 이름누군가의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그 이름을 불러야 한다. 그
최근에 글을 쓰지 못했다. 왜 쓰지 못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원인은 페이스북의 글을 너무 많이, 자주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아주 잘 쓴 글, 좋은 글을 집중적으로 많이 읽었기 때문이다. 왜 좋은 글을 보고 글을 쓰지 못하게 된 걸까? 좋은 글을 읽으면 감동과 영감을 받고 자기 성찰도 하고 더 에너지로 넘쳐야 하는데 말이다. 필자는 좋은 글을 읽고 기가 죽은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정교한 논리, 멋진 표현들, 다양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혜가 나를 움츠려 들게 했다. 자신과 비교하니 내 문장이 초라하고 엉성하게 느껴져서
매해 4월 어머니는 마농지를 담그셨다. 우녕밭 마늘이 한참 줄기를 세워 푸른 키를 높이고, 땅속 뿌리 마늘 아직 덜 알이 찼을 때, 어머니는 손가락 마디만큼 마늘대를 자르고 항아리에 넣어 끓인 간장을 붓고 돌멩이를 얹으셨다. 그리고 오뉴월 볕 아래 장독대에서 익은 마농지는 한여름 이후 밥상에 항상 자리했다.어머니가 대나무 엮은 차롱에 보리밥을 싸고 자리젓과 된장, 콥데사니 마늘을 챙겨서 돌 많고 척박한 보리밭으로 갈 때 진드기처럼 따라붙는 나의 반찬은 마농지였다. 누나와 형이 연한 콩잎 위에 보리밥과 자리젓, 된장을 얹으면 나는 마
둘째 딸에게 고민 상담을 했다. 유튜브를 시작해 보려고 하는데 채널명을 만들어야 한다고. 네이밍 작업은 정말 어렵다. 그래서 젊은 감각이 필요했다. 아기가 태어나면 부모는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준다. 아이가 자라서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을지 소망을 그 이름에 담는다. 내 이름은 내가 지을 수 없다. 하지만 유튜브 채널명은 내가 직접 지을 수 있다. 내가 만들고자 하는 채널의 고유한 정체성을 담아 기억하기 좋고 부르기도 편한 이름을 만들어야 하는 작업이기에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쓰GO읽GO', 여기서 GO는 영어의 GO야
2021년 한 해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상황으로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사람이 많다. '코로나 19'와 '우울감(blue)'가 합쳐진 신조어인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답답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특히, '혼자 사는 사람'은 더 답답하고 우울할 것이라는 사회적 관심과 우려가 올해 언론에 자주 등장했고 이에 대해 정부도 서서히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1인 가구는 2020년 기준으로 664만 가구를 넘고 있으며 그 비율은 약 31% 정
일본의 후생노동성은 3년에 한 번씩 건강수명을 발표한다. 건강수명은 평균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하여 활동하지 못한 기간을 뺀 기간으로, 단순히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활동을 하며 건강하게 산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12월 20일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일본인의 2019년 건강수명은 남자 72.68세, 여자 75.38세로 이전 조사인2016년의 남성 72.14세, 여성 74.79세에서 더 늘어났다. 흡연률이 줄어들고 고령자의 사회 참가가 늘어난 것이 주된 이유이다. 건강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인
주변을 보면 삶의 생명력이 넘치는 사람이 있다. 반면 그렇게 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차이 때문일까? 동네 도서관에서 우연히 책 한 권을 발견했다. 88세 일본인 할머니 미쓰다 후사코가 쓴 '50세에 발견한 쿨한 인생'이다. 2시간 정도면 읽을만한 가벼운 책이지만 안에 담긴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할머니는 공무원 남편의 현모양처로 지내다가 50세에 남편과 갑자기 사별한다. 그 후 처음 회사 생활을 시작한다. 그녀는 책 속에 15년 동안 일하면 홀로 활기차게 살아온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담았다. ◇자기 자신을 삶의 중심에 두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보았다. JMT사의 유본(유재석 본부장)은 마상길(차승원) 이사를 만난다. 신 전무와 점심 약속인데 그 자리에 마 이사가 대신 나와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TV를 보다가 배꼽을 잡고 웃었다. 마 이사가 만들어내는 묘한 상황과 섬뜩한 연기 그리고 유본이 재미있어하면서도 쩔쩔매는 모습에 한참을 깔깔거리며 웃었다. 마 이사는 유본에게 신 전무 라인에서 자기 라인으로 갈아타라고 요구한다. 마 이사는 때로는 협박으로 때로는 회유로 능수능란하게 유본을 요리한다. 주문한 요리 탕수육이 나왔을 때 소스를 부
지난번 글을 올리고 두어 시간쯤 지났을 무렵, 딸의 전화가 왔다. 글을 봤다면서 다짜고짜 "아빠, 내가 예전 회사에 다닐 때 회식하다가 전화했던 거 기억나?"라고 직격했다. 녀석이 전화한 게 어디 한두 번인가. 친구와 수다하다가 갑자기 영상 통화를 걸어와서 내의 차림이던 나를 당황하게 한 적도 여러 번인데 기억이 날 리 없지. "글쎄~"라고 했더니 채근하듯 이야기를 꺼냈다."내가 전에 회사를 그만둬야겠다고 거의 마음 먹은 무렵이었어요. 하루는 회식하자고 하더라고요. 당시 '미투'가 한창일 때였는데 C부장이 술 좀 취하더니 난데없이
며칠 전 발표된 일본 총무성이 실시한 2020년 국세조사 결과, 일본 전체의 생산연령인구 (15~64세)는 2020년 7509만명으로 생산인구가 가장 많았던 1995년의 8716만명에 비해 13.9% 줄었다. 25년만에 1200만명의 생산인구가 감소한 것이다. 생산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59.5%로 1950년 이후 70년 만에 60% 이하로 떨어졌다. 고령화율 또한 28.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15세 미만 인구 비율은 11.9%로 세계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앞으로도 증가할 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