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로 900억 벌고 2천만원 벌금
김영준 회장일가도 처벌 면해

사진 = 성신양회
사진 = 성신양회

수도권 일대 아파트 입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한 성신양회의 '불량 레미콘' 사태가 벌금 2000만원으로 종결될 전망이다. 유사 사건으로 처벌받은 다른 업체가 실형을 면치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솜방망이' 처벌이란 지적이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는 성신양회의 레미콘 품질조작 사건에 대해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건설기술진흥법 위반 등으로 김 모 이사, 남 모 본부장 등 임직원에게는 징역 1년6월~2년을 선고하고 집행을 3년 유예했다.

이들은 불량 레미콘을 제조·판매해 무려 900억원 규모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사건 규모가 커 김영준 회장과 장남인 김태현 부회장 등 오너일가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왔지만 결국 사건은 벌금과 담당 임원의 집행유예로 마무리됐다.

2000만원으로 900억원을 벌고 실형까지 면했으니 솜방망이 처벌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017년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유사한 혐의로 기소된 전남 4개 레미콘 업체 회장 장 모씨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또 사건에 가담한 장 씨의 회사 임직원도 실형을 받았다.

실형을 받은 장 씨 등은 전남 순천, 보성, 장흥지역에서 건설사와 약정한 배합비율보다 시멘트 함량을 15%가량 줄여 배합하는 방법으로 레미콘을 판매해 306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성신양회가 벌인 사기 규모의 3분의 1 수준임에도 장 씨 등은 실형을 받은 것이다.

지난해 광주에서 발생한 불량 레미콘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레미콘 제조사 대표 정 모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함께 기소된 건설사 직원, 현장 관리자 등에게 각각 징역 4개월~10개월에 집행유예 1~2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레미콘 납품량에 맞춰 리베이트 비율을 정하거나, 시공사와 계약한 배합비와 다른 비율로 레미콘을 납품하는 등의 수법으로 18억여원을 수수했다.

업계에서는 성신양회가 이 같은 처벌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피해 당사자인 건설사들이 오히려 선처를 호소한 덕분이란 주장이 나온다. 건설사들은 성신양회가 공급한 레미콘이 현장에서 요구한 강도를 충족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건이 확대될 경우 입주민들이 시위, 소송 등에 나설 수 있어 사건을 신속히 종결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성신양회가 공급한 레미콘이 현장 설계기준 강도 하한선을 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잘 알고 있는 성신양회 직원이 현장 품질 검사에서 강도 문제가 적발되지 않을 수준으로 배합비를 조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불량 레미콘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난 아파트 (예비)입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며 건설사측에 추가적인 안전검사를 요구하고 있다.

불량 레미콘이 사용된 현장은 현대건설의 '고덕 아르테온'과 '힐스테이트 운정', HDC현대산업개발 '운정 아이파크', 반도건설의 '하나 유보라스테이', 양우건설 '용인 고림지구2차 양우내안에 에듀퍼스트', 대우건설 '용인역북 지웰푸르지오' 등이다. 

재판부 역시 불량 레미콘으로 인한 건축물의 안전성을 우려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이 건축물 안전성과 직결되는 레미콘 품질을 조작해 실제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도록 한 것으로, 이로 인한 손해는 일반 국민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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