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부품 재고 바닥…자동차 업계 생산라인 일시 중단
디스플레이, 中 공장 가동 중단하나…부품·소재 수출도 영향권

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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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한국 경제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여행·항공산업을 넘어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자동차, 중국에 공장을 둔 디스플레이, 반도체산업 등도 가시권이다. 우한 폐렴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수출은 물론 내수시장까지 위축이 불가피하다. 이에 올해 경제성장률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우한 폐렴 대응관련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나, 앞으로의 사태 전개상황을 예단하기는 어렵고 조기 종식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경기하방 압력으로 작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과거 감염병 사태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영향 경로를 보면 방한 관광객 감소, 외부활동 자제에 따른 내수위축, 감염증 발병국의 내수·생산 위축으로 인한 수출감소 등 크게 3가지였다"며 "소관부처별로 별도 대응반을 가동해 현장실태를 면밀히 점검 중"이라고 전했다.

정부 역시 우한 폐렴이 미칠 경제적 파급효과를 걱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도 우한 폐렴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0.1~0.2%포인트 끌어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1분기 성장률은 0.6~0.7%포인트 하방 압력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과거 메르스, 사스 사태를 바탕으로 성장률에 미칠 영향을 추산해 이러한 전망을 내놨다.

특히 보고서는 우한 폐렴의 확산으로 인한 경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별 대책이 필요하며 내수 경기 급랭 시에는 '메르스 추경'과 같은 경기부양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5년 당시 정부는 11조5000억원 규모의 특별 추경을 단행한 바 있다.

민감업종인 항공, 여행사는 이미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행 여행 상품이 100% 취소되면서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국내 주요 여행사의 매출 급감이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공항 이용 등을 꺼리는 예약자들이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다른 지역 여행 상품마저 취소를 요구하고 있어 피해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우한 폐렴 확산 이후 하루 종일 취소 전화를 받고 있다"며 "패키지는 약관에 따라 막대한 취소 수수료가 부과되는 경우가 많아 상품 취소 시 여행사와 고객 모두 금전적 손해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항공업계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지난해 반일감정이 불거지면서 일본 여행이 급감한 데 이어 대체 여행지로 꼽혔던 중국마저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은 작지만, 해외여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 확산 여부에 따라 국내 항공사 여객 실적 전반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디스플레이 산업도 우려가 나온다. 중국 정부가 춘절 연휴를 연장하면서 현지 공장의 근로자 복귀가 늦어져 낮은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가동 중단 가능성이 높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중국 쑤저우와 광저우에 각각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BOE, CSOT, CEC-Panda 등 중국 주요 패널 업체의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되면 이들 기업에 소재·부품을 납품하는 국내 기업 역시 타격을 받게 된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반도체 산업에도 악재다. 현재까지 우한 폐렴으로 삼성전자 시안공장, SK하이닉스 우시공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사태 장기화 시 영향이 불가피하다.

중국으로 수출되는 반도체는 현지 전자제품 공장이 폐쇄될 경우 수요처를 잃게 되고, 현지에 나가 있는 생산공장은 수요 감소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서다.

자동차 업계는 벌써 공장 가동 중단 소식이 들린다. 중국산 부품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부품이 없어 차를 만들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한 것이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와이어링 하니스'란 부품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자동차 조립 초기 공정에 설치하는 부품인데 중국 생산공장이 가동을 멈추면서 재고가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당장 쌍용자동차는 오는 4일부터 12일까지 한 주간 평택공장가동을 멈추기로 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와이어링 하니스 재고 부족이 시작됐다. 하언태 현대차 사장은 공장 게시판에 "중국산 부품 공급 차질로 휴업까지 불가피한 비상상황"이라고 공지를 올린 바 있다.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역시 중국산 부품 등에서 자유롭지 않다. 따라서 우한 폐렴 사태가 장기화하면 이들 회사도 공장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

2월 신규 분양을 준비하던 건설사들은 고민에 빠졌다. 한국감정원의 새 청약시스템이 3일 문을 열었지만, 분양 일정을 확정한 건설사는 사실상 전무하다. 직방에 따르면 이달 분양 예정 물량은 26개 단지 1만9134가구(일반분양 1만5465가구)에 달한다.

전년 동월 대비 공급계획이 몰렸지만, 실제 분양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우한 폐렴 사태가 확산 조짐을 보여 분양 일정을 미룰 가능성이 높다. 메르스, 사스 등 앞선 전염병 사태 때도, 건설사들은 금융손실 등을 감수하고 일정을 미뤘다. 수만명이 몰리는 견본주택에서 전염병이 확산되면 견본주택을 일시 폐쇄해야 한다. 또 이를 우려해 방문을 꺼리는 수요자가 많아 자칫 썰렁한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새 청약시스템이 이제 문을 열었기에 이번 주에는 분양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빨라야 다음 주 14일 오픈으로 예상되는데 현재는 우한 폐렴 사태를 좀 두고 보자는 분위기다"라며 "이 사태라면 2월 말에 대거 분양이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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