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지도 쓰지도 짜지도 않은 독일 이야기

 

한국에서든 독일에서든 혼자 사는 삶이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유를 만끽하다 못해 나의 게으름이 나를 짓누르기도 하고, 품을 팔면 팔수록 더 좋고 편리한 생활이 가까이에 오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혼자 사는 사람의 삶은 어디에서든 가볍고도 진지하다. 오늘은 독일에서 혼자 사는 이의 어느 날의 식사 일지를 공개하려 한다. 조금 부끄러우니 내 이야기인 것은 우리끼리의 비밀로 하자.

한국에서는 편의점이 내 든든한 동반자였다면 독일에서는 빵집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학교 가는 길에 혹은 출근 길에 간단히 집어 들던 삼각김밥에 덴마크 우유처럼 여기서 나는 아침 일찍 빵집에 들러 햄과 치즈가 들어있는 브뢰첸과 커피를 챙긴다.

브뢰첸은 겉은 딱딱하고 속은 보드라운 빵인데 생김새는 모닝빵의 조금 큰 버전이지만, 모닝빵처럼 달콤하거나 부드럽지 않다. 딱 독일인처럼 필요한 만큼 달지도 쓰지도 짜지도 않고, 적당한 선을 유지한다.

하지만 또 독일인처럼 겉은 딱딱한데 속은 보들보들하다. 이런 독일인의 성향을 두고 코코넛이라는 공식적인 별명이 있을 정도이니 대충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인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번에 한 번 자세히 해보자. 몇 줄로 설명하기엔 꽤 재미있는 사람들이니깐. 아무튼 커피는 한국에서처럼 아메리카노. 하지만 여기서 아메리카노라는 명칭을 쓸 수 있는 곳은 스타벅스 뿐이다.

여기서는 노말카페, 그냥 보통 커피라고 할까. 커피 머신에서 갓 내린 새까만 커피를 한 잔 하면 꽤 근사한 하루가 시작된다. 처음 친구들은 나를 보며 우유나 설탕이 정말 필요 없는지 몇 번이고 물었지만, 그럴 거면 난 라떼나 카푸치노를 마시지, 라고 생각했다.

독일인의 점심은 매우 심플하다. 아침과 동일한 햄과 치즈 혹은 계란, 연어 등을 넣은 브뢰첸이나 샐러드 혹은 아침 겸 점심을 브뢰첸 하나로 해결한다. 혹은 간단하게 학생식당이나 회사의 구내 식당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난 어릴 적부터 엄마가 차려주신 뜨끈한 아침밥에, 점심은 꼭 국과 밥 아니면 라면에 김밥 같은 제대로 된 뜨끈한 한 끼를 먹었던 탓에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다. 허기진 배를 쥐고 네 시쯤 수업이 끝나면 집에 가서 라면 한 그릇을 끓이기 급했으니깐. 

이제 내 위도 이 삶에 얼추 적응했는지 내 점심은 브뢰첸 때로는 학생식당의 메뉴 중 적당한 것을 골라 먹기도 한다. 오늘은 마침 내가 좋아하는 슈니첼이 나와서 학생식당으로 향했다. 이 곳에서는 슈니첼을 예거 소스라는 버섯크림소스를 뿌려먹는데, 난 어쩐지 이 맛은 면과 먹으면 더 어울릴 것 같은 기분. 돈까스 소스가 그리운 건 말해 뭣하랴. 그래도 튀긴 고기는 진리니깐 오늘은 만족이다.

특별히 약속이 없는 저녁, 집으로 향한다. 하루 종일 독일식으로 했으니 저녁은 한국식으로 하고 싶으니깐. 오늘 메뉴는 부대찌개다. 안 그래도 맛있는 부대찌개를 독일식 소세지로 하는데 어떻게 안 맛있을 수 있겠는가. 집에 김치가 있다면 최고지만, 없어도 절인 양배추를 양념해서 김치인척 나를 속이며 다양한 소세지와 체다 치즈, 베이크드 빈을 적당히 넣어서 요리하면 최고의 맛이 된다.

! 인터넷에서 백종원 부대찌개 레시피를 검색하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그가 없었더라면 얼마나 많은 유학생들이 라면만 먹고 살았을지. 생각만 해도 슬픈 일이다. 얼큰한 양념에 각종 소세지에 밥은 최소 두 공기 뚝딱이다. 항시 냉장고에 구비되어 있는 시원한 독일 맥주 한 캔도 빼놓을 수 없다.

독일에 산다고 해서 내 식습관이 갑자기 달라질 리 없다. 하지만 게으른 사람일 수록 상황에 빨리 적응하는 법인지 독일식 식사도 어느덧 내 일상이 되었고, 한식에 대한 갈망으로 요리 솜씨는 늘어만 간다. 서른 살까지 라면만 끓일 줄 알던 내가 김치를 담근다면 말 다한 거 아니겠어?

다음 번에는 또 다른 독일에서의 혼자 사는 삶에 대해 보여주도록 할게! 기대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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