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까지 연루된 신한은행 '채용비리' 사태의 흑막인 채용 청탁자 중에 한화생명 자회사 대표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부장 손주철)는 조용병 회장과 신한은행 전·현직 임직원 6명에 대한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 또는 증거인멸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을 했다.

이들은 2013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외부청탁 지원자, 신한은행 임원·부서장 자녀 채용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하고 합격자 남녀 성비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등 채용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앞서 검찰 조사에서는 외부 청탁자 17명, 은행장 또는 전직 최고임원 청탁자 11명, 신한은행 부서장 이상 자녀 14명, 성차별 채용 101명, 기타 11명 등 총 154명의 서류전형과 면접점수가 조작된 것이 드러났다.

외부 청탁자 중에는 한화생명 자회사 대표이사로 있는 김 모씨가 있었다. 판결문에는 김 모 대표가 한화그룹 자금 담당 상무로 재직하던 2014년 상반기 당시 신한은행 부행장에게 자신의 아들 A씨의 채용을 청탁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김 대표의 아들 A씨는 1차 면접에서 '지원동기가 불명확하고 본인 주장이 강해 팀워크를 저해함'이란 평가를 받고 탈락대상인 DC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신한은행 부행장은 A씨만 별도의 리뷰 절차를 거치도록 실무자에게 지시, 재검토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실무자는 A씨에게 '표정이 어둡고 딱딱함, 면접시 태도 매우 불량' 등을 사유로 불합격 등급인 DC를 유지했다. 그러자 A씨에 대한 합격지시를 다시 내려 A씨의 최종 등급을 BB로 상향,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넣었다.

다른 청탁자도 이와 유사한 형태로 채용이 이뤄졌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조용병 회장에게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윤승욱 이사·채용 담당 그룹장 겸 부행장과 인사부장 이 모씨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또 다른 인사부장 김 모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인사팀 실무자 윤 모씨와 박 모씨에게 각각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목을 끄는 부분은 청탁자에 대한 처벌이 없다는 것이다. 한화생명 자회사 대표이사 역시 마찬가지다. 채용비리의 흑막은 이를 청탁한 자들이지만 현행법상 처벌 조항이 없어서다.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으니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을 이유도 없는 셈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은 면접위원 개개인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을 넘어 신한은행 채용의 기초를 무너뜨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한화생명 관계자는 "자회사 대표이사의 채용청탁 건에 대해 인지는 했지만 자회사의 일이라 사실 여부는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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