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키면 떠난다'…혼행족 급증에 여행 플랫폼 '봇물'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산업 전반에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인 가구 비중은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2047년에는 7개 시·도에서 열 집 중 네 집은 1인 가구가 차지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인 가구의 소비지출 규모도 2006년 16조원에서 2030년 194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소비 형태가 변화하면서 1인 가구 맞춤 상품이 등장했고, 이는 곧 산업지도를 바꾸고 있다. [1코노미뉴스]는 소비의 중심에 선 1인 가구가 만든 산업계의 변화를 살펴봤다. - 편집자 주

'1코노미'(1인 경제)는 민간 기업이 가장 주목하는 시장이다. '혼족'(혼자 사는 사람)의 생활환경에 맞춰 '혼밥'(혼자 먹는 밥), '혼술'(혼자 마시는 술), '혼행'(혼자 하는 여행) 등이 계속 등장하고 이러한 변화가 소비를 이끌어서다.

경제력을 갖춘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상품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고, 기존 산업은 '틀'을 깨고 있다.

먼저 1코노미를 만난 자동차 산업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넘어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충족하는 차량에 집중했다.

그 결과 소형 SUV가 폭발적 인기를 누렸고, 지난해 18만4274대나 팔렸다. 이는 SUV 시장의 주력 차급인 중형 SUV(20만5341대)를 위협하는 수치다.

이러한 소형 SUV는 '생애 첫차'로 인기를 누렸던 경차와 소형 세단, 준중형 세단을 흡수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경차, 소형·준중형세단이 가격경쟁력에 골몰하는 사이 소형 SUV는 젋은층의 니즈를 충족시킨 세련된 디자인, 첨단 안전·편의 장비에 가격경쟁력까지 더했다.

자동차 산업은 올해도 소형 SUV가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GM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를 선보이며 부진 탈출에 나섰고, 르노삼성도 연내 'QM3' 후속인 르노의 2세대 '캡처'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연내 현대차의 '코나' 부분변경 출시도 기대된다. 여기에 지난해 현대차가 내놓은 가장 작은 소형 SUV '베뉴'와 소형 SUV 왕좌를 차지한 기아차의 '셀토스'도 있다. 쌍용차의 스테디셀러 '티볼리'도 지난해 부분변경된 모델이다. 판매량이 많이 줄었지만, 기아차의 '스토닉', 한국GM '트랙스'도 있다.

소형 SUV 시장에서 국내 완성차 5개사가 판매하는 모델만 무려 8종류나 된다. 이는 자동차 업계가 소형 SUV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는 방증이다.

자동차 판매망도 달라지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이뤄졌던 차 판매는 아직 초기단계지만, 사이버공간에서 결제가 이뤄지는 것은 물론 홈쇼핑까지 진출했다.

1코노미를 만난 자동차 산업의 변화는 '공유경제'로 이어진다. 합리적 소비 경향이 뚜렷한 젊은층을 중심으로 물품을 소유하기보다는 서로 차용해 쓰는 개념이 확산된 결과다.

국내의 경우 개인과 개인간 카셰어링 서비스는 아직 미비한 수준이다. 세계적인 브랜드인 우버가 '한국시장 철수'를 선언할 정도다. 이는 사설 택시에 대한 반감이나 우려도 있지만 깊게 뿌리 내린 택시업계의 반발이 거센 영향이 크다.

결국 렌터카와 유사한 '쏘카', '딜카', '그린카' 등이 카셰어링 업체로 활동하고 있다. 기업이 개인에게 차량을 빌려주는 형태란 점에서 기존 렌트카와 동일하지만 차량을 대여하는 데 있어 '자율성'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카셰어링 업체들은 이용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차량을 대여하고 가까운 차고지에 차량을 반납하는 등 접근성을 높였다. 또 원하는 시간 만큼만 대여하고,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어 자율성이 높다.

◇1인 가구, 비대면 금융 확산 선도

1인 가구는 모바일 결제를 비롯한 비대면 금융 채널 확장을 불러왔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1인 가구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1인 가구의 이용 의향이 가장 높은 금융 채널은 '모바일뱅킹'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오프라인 채널(은행 지점) 이용도가 높은 50대조차도 선호도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금융산업을 바꿔놨다. 주요 은행들은 앞다퉈 오프라인 매장 수 감축에 나섰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강화와 비대면 금융상품을 출시하며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여기에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도 등장했다. 실제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은 20·30대가 압도적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지닌 1인 가구의 성향은 '안정적 자산관리' 선호로 나타난다. 이는 '뱅크샐러드'와 같은 모바일 자산지출 관리 서비스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보험 가입 내역, 상품 비교, 보험금 청구까지 한번에 가능한 보험 관련 애플리케이션도 등장했다.

생활·여가비 지출이 많은 1인 가구가 앱카드, 페이 서비스 등을 주로 사용하면서 '삼성 페이', '페이코' 등 관련 서비스 역시 인기다.

1인 가구의 금융자산 중 예·적금이 약 60%를 차지한다는 점에 착안한 은행들은 1인 가구의 심리를 겨냥한 맞춤형 상품도 내놓고 있다.

◇진화하는 '혼행', 갈수록 커진다

여행산업의 최대 고민은 '혼행족'이다. 1인 가구가 급격하게 늘면서 '혼행'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아서다.

혼행은 마음이 내키는 순간에 일명 '땡처리' 상품을 잡아서 훌쩍 떠날 수 있다. 누군가와 일정을 맞추고 눈치를 살필 필요가 없어 혼자만의 삶에 익숙한 이들에게 거부감이 없다.

이러한 혼행족의 증가는 여행 관련 플랫폼을 탄생시켰다. 아고다, 익스피디아, 호텔스컴바인, 트립닷컴, 클룩, 땡처리닷컴, 마이리얼트립, 와그 등 수십 가지의 플랫폼이 있다.

이들 여행 플랫폼을 이용하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항공편, 숙박, 식당, 현지 관광 패키지 등을 비교·예약할 수 있다.

혼자 낯선 곳에 간다는 두려움만 이겨낸다면 누구든 혼행이 가능한 셈이다.

혼행에 대한 국내 인식도 개선되고 있다. 여행정보 플랫폼 클룩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고브가 '글로벌 혼행 트렌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한국인의 93%가 혼행을 해봤거나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패키지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등 여행사들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관련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싱글 차지'를 없애거나, 모든 금액을 1인 기준으로 책정한 상품 등이다.

이러한 패키지 상품은 보통 가이드를 동반하거나 여행사에서 결제를 대행해 혼행 최대의 단점인 '안전' 문제를 해결해 준다. 다만 혼자만의 자유를 느끼기는 어렵다. 자유일정이 있지만, 기존 패키지와 마찬가지로 정해진 일정에 맞춰 단체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결국 여행업계는 혼행족에 맞춰 한 단계 더 진화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