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일본의 1인 가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고령 1인 가구를 돌보는 ‘지킴이 서비스 (見守りサービス, 미마모리 서비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일본의 대형 가전 및 통신업체들이 센서나 IoT 기술을 이용하여 1인 고령자의 생활패턴을 체크하고 이상이 있을 경우 조기 발견하도록 하는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고령자가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고령 1인 가구의 정신 건강을 챙기는 것 즉,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이다. 

자식들은 독립하고 남편 혹은 부인과 사별한 후 혼자 사는 노인들은 하루 종일 대화상대 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치매나 우울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때론 반려 동물을 키우며 외로움을 달래기도 하지만 동물 알레르기 등 다양한 이유로 반려 동물을  키우기 힘든 경우도 많다. 
최근 일본에서는 이러한 고령 1인 가구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는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AI를 탑재한 로봇은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할 뿐 아니라 노인의 건강 관리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타프로라는 로봇 개발회사가 만든 AI 로봇 주쿠 (ZUKKU)는 인간을 감지하는 센서를 탑재하고 있어 사람이 다가오면 말을 건다. 말을 거는 것을 넘어서 평소와 다른 말, 예를 들어 ‘목이 아프다’, ‘슬프다’, ‘병원에 갔다 왔다’와 같은 말을 들으면 가족의 스마트폰으로 ‘감기가 걸린 것 같다’ ‘외로워 보인다’ 등과 같은 메세지를 보낸다. 

NEC의 자회사가 개발한 소형 로봇인 파페로 아이 (PaPeRo i)는 하루에 세 번 고령자에게 말을 건다. 이 때 고령자가 로봇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사진을 찍어서 가족의 스마트폰으로 전달되어 가족은 고령자의 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 간단한 질문에는 대답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고령자의 말 동무가 되어 외로움을 덜어준다. 

최근 혼자 지내는 노인들의 신체적 건강 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노인의 우울증과 깊은 고독감이 신체 건강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이에 더하여, 인공지능 (AI)기술과 로봇의 자체 학습 능력이 발달함과 동시에 인간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이러한 기술을 가장 먼저 사용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1인 가구 고령자를 위한 서비스이다. 

위에서 소개한 대화가 가능한 AI 로봇의 수요가 개인 가족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지자체들도 로봇에 관심을 가지고 고령자 대상 돌봄 서비스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에히메현 사이죠시 (愛媛県 西条市)는 2019년 1월부터 NEC 로봇을 활용하고 있으며, 효고현 이치가와 (兵庫県 市川町)는 이번 2월부터 로봇을 고령자 돌봄 서비스에 활용할 계획이다. 초기 비용 1만 9250엔 (한화 약 20만원)과 월 요금 4500엔 (약 5천원)의 비용을 지자체가 지불하면서 로봇을 영입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시로 인구가 집중하고 공무원들도 늙어감에 따라 지자체들도 인력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직접 고령자를 체크하기 위해 빈번하게 순회를 나가는 것이 힘들어지면서 로봇은 좋은 대안이 되고 있다. 

가정용 로봇의 선구주자는 1999년에 개발된 소니의 ‘아이보’라는 로봇이다. 2014년 소프트뱅크 그룹은 AI가 탑재된 ‘페퍼’라는 로봇을 개발하였고, 최근 가정용 로봇은 외부와 통신기능을 갖추고 고령자를 돌보는데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AI가 탑재된 가정용 로봇은 약 3만 6천대 정도 보급 (2018년)되었으며, 2030년까지 315만대가 보급될 것으로 예측된다. 2030년에는 65세 이상 혼자 사는 고령자는 약 795만 9천명으로 1인 가구의 4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로봇이 점점 더 인간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는 것이 가능해지면 로봇을 집으로 들이는 사람들이 고령자를 넘어 1인 가구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최근 일본에서는 ‘로봇’이라는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고령자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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