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사측 임단협 태도 무성의…최영무 대표 상견례 참석 묵살
첫 상견례 3월 26일 또는 4월 2일 유력
사측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

삼성화재가 여전히 노동조합(노조)의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조 설립 후 첫 임금 및 단체협상은 상견례 장소·시간·참석인원조차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사측의 노조활동 방해도 계속되고 있다.

11일 삼성화재노동조합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지난 9일 노조측에 '정당한 노조활동 촉구의 건'이란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여기에는 최근 노조가 사측의 조합원 고과정보 고의 유출 등을 이유로 사측을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로 고소한 것에 대해 무혐의 조치 될 경우 관련법령 및 사규를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엄포가 담겼다.

노조는 최근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조합원의 고과를 언급하고 비난하는 글이 게시된 것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삼성화재 인사부를 고소한 바 있다.

삼성화재노동조합 관계자는 "노조의 고소에 대해 맞고소 의사를 밝힌 것은 사실상 노조에 대한 압박"이라며 "부당한 행위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빈틈을 잡아서 집행부 인사를 옥죄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노조는 삼성화재가 직원들에게 노조의 활동을 알리는 행위 자체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밀어내기'를 했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내 게시판 일반공지에 긴급으로 노조의 중요 소식을 올려 1면 화면에 유지되기를 요청했으나 사측에서 이를 일반글로 게시했다"며 "온갖 게시글에 밀려나게 하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이어 "노조가 갓 생겨난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정당한 소식조차 알릴 수 없도록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측은 사측의 이러한 행위로 게시글을 올릴 수 없게 되자 '경조 게시판'에 공지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자 사측은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은 글을 올리지 말라고 노조측에 경고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아직 (노조)홍보 활동에 대한 어떠한 단체협약도 체결되어 있지 않다. 추후 회사 포털 시스템에 대해 임의적인 게시를 하지 말라"고 공문을 통해 적시했다. 또 "근무시간 중 포털 게시판에 임의 게시를 하는 등 노조활동은 노사합의를 통한 허용 전까지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해당 게시글은 근무시간 이후인 오후 6시가 지나서 올린 것으로, 이 건만 봐도 사측이 노조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삼성화제 사내 게시판에 긴급공지는 사측만이 올릴 수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의 방해공작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노사 상견례를 앞둔 상황에서도 사측이 물밑에서 조합원 탈퇴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핑계로 상견례 축소 꼼수"

삼성화재 노조가 정상적인 활동을 위한 첫 단추이자 노사 화합의 시작이 될 임금 및 단체협상 상견례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노조는 최근 사측에 노사 상견례를 요구하며 오는 12일 또는 13일 상견례 및 1차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최영무 사장이 자리할 것을 요청했다. 장소는 본사 회의실, 참석인원은 6명+α를 제안했다.

노조는 주요 협상의제로 일부 부서장의 노조 무력화 행위 등 노조가입 방해, 부당노동행위 등을 문제 삼고, 임금인상률 정상화, 성과급제도 개선, 부서장의 하위고과 의무평가, 취업규칙, 인사감사규정 폐지, 노조활동 보장, 노조사무실 마련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대부분 최영무 사장의 인가 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한 사안이다.

이에 대해 사측은 코로나19 감염증 확산 방지를 이유로 대부분의 요구를 축소·제안했다. 우선 날짜는 오는 26일 또는 4월 2일로 미뤘다. 장소는 본사가 아닌 서울 양재역 복합문화공간 '오월오일'을 제시했다. 참석인원은 노사 각각 3명으로 제한했다. 노조가 제안한 인원의 절반 수준이다. 최영무 사장의 참석 요구에 대해서는 묵살했다.

노조 관계자는 "창사 이래 첫 노사 상견례인 점을 감안하면 무성의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며 "삼성화재를 떠나 삼성그룹 차원에서 노조방해 지침이 여전한 것 아니냐"고 한탄했다.

이같은 노조측의 주장에 대해 삼성화재는 "노동법과 근로기준법에 따라 적법하게 대응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사진 = 뉴스1
사진 = 뉴스1

한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11일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선언하라고 권고했다.

또 삼성 계열사에서 노동 법규를 위반하는 등 준법 의무 위반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에 대한 반성·사과를 주문했다.

이날 삼성측은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안에 대해 "충실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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