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식 한국긍정심리연구소 소장

우문식 한국긍정심리연구소 소장
우문식 한국긍정심리연구소 소장

코로나바이러스19가 두 달 가까이 진행되면서 많은 사람이 불안, 분노, 우울, 죄책감, 비관성 등의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부정정서와 비관적 사고는 코로나19가 지속되면 될수록 확산되어 경제, 문화, 교육 등 사회전반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무기력에 빠진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무기력은 비관성, 우울증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강력한 심리적 증상이다. 무기력에는 신체적 무기력과 심리적 무기력이 있는데 신체적 무기력은 영양부족, 과로, 노화 등으로 나타나고, 심리적 무기력은 학습 때문에 나타난다.

무기력 학습은 1965년 긍정심리학 창시자 마틴 셀리그만이 펜실베이니아대 대학원 재학 중 발견한 이론으로 자신은 뭔가 여러 번 시도했음에도 실패했거나 변화시킬 수 없다고 여기고 스스로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무기력이 학습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도 진행되는 것을 보면 몇 차례 예측과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빨리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은 불안과 비관으로 오히려 더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어 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무기력 학습을 당하는 것이다.

셀리그만은 '개' 실험을 통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 전기충격을 경험한 개들의 70%가 점차 수동적으로 변해 역경에 맞서는 것을 포기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개들이 무기력을 학습한 것이다. 이후 사람을 상대로 실험에서도 결과가 똑같이 나왔다.

그 당시 행동주의 심리학 이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지만 무기력 학습 이론은 심리학 분야를 흥분시켰다. 하지만 이 이론은 완전하지 못했다. 왜 무기력에 학습이 되는지가 빠진 것이었다. 이후 10년 이상 지속된 연구 끝에 발견한 이론이 낙관성 학습이다. 무기력 학습의 원인은 찾은 것이다.

낙관성은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다. 미래에 일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잘 펼쳐질 것이라는 전반적인 기대이고, 자신의 행동과 노력으로 인해서 추구하는 목표를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다.

낙관성에는 현실적 낙관성과 비현실적 낙관성이 있다. 현실적 낙관성은 내 행동과 노력을 통한 기대와 희망이고, 비현실적 낙관성은 어떠한 행동이나 노력 없이 막연한 기대와 희망을 품는 것이다. 개인이나 조직, 특히 지도자들은 비현실적 낙관성을 올바로 인지할 필요가 있다.

왜 그럴까?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스톡데일(Stockdale) 장군은 작전 수행 중 포로로 잡혀 1965년에서 1973년까지 8년 동안 악명 높은 하노이 호아로 수용소에 갇혔다.

그는 수용 기간 수십 차례 가혹한 고문과 핍박을 받았지만 혹독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극복한다면 반드시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매일 아침 운동과 독서로 회복력을 키웠다. 결국 그는 살아서 풀려났다.

하지만 “다음 크리스마스에는 구출될 거야” “다음 추수감사절에는 풀려날 거야”라며 막연하게 기다리던 사병들은 기다리다 지쳐 대부분 죽었다. 막연한 기대가 낳은 비현실적 낙관성의 불행이다. 비현실적 낙관성은 무기력을, 무기력은 우울증을 우울증은 자살(사망)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아직도 일부 전문가들이 낙관적인 사람(낙관주의자)들은 다 죽고 현실적인 사람(현실주의자)들만 살아남았다고 한다. 이는 낙관성을 올바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가 더 악화된 원인 중 하나도 초기에 일부 지도자들의 비현실적 낙관성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낙관성 학습의 핵심은 설명양식(explanatory style)이다. 설명양식은 어떠한 사건이 일어난 이유를 스스로에게 낙관적이든 비관적이든 습관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사람들은 원인을 해석하는 나름의 양식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습관을 바탕으로 세상을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설명양식이란 ‘마음속 세상’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은 것이다.

설명양식은 무기력 학습을 크게 좌우하는 역할을 한다. 낙관적인 설명양식은 무기력을 없애고 비관적인 설명양식은 무기력을 키우기 때문이다. 이 둘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우울증의 한 가지 특징인 무기력은 자살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요소다. 자살할 가능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현재 자신들이 겪고 있는 불행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며 어떤 일을 해도 불행하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그 고통을 끝낼 방법은 죽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우울증과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선 무기력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셀리그만은 모든 우울증의 원인은 무기력 학습에서 온다고 한다.

무기력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비관적 설명양식을 낙관적 설명양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무기력이 학습된 사람은 대부분 비관적이기 때문이다. 먼저 비관적인 사람과 낙관적인 사람은 무엇이 다른지 알아보자.

비관적인 사람은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최악의 것부터 상상한다. 파산해 감옥에 가는 것은 아닐지, 이혼이나 해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지, 친구들에게 영원히 따돌림을 당하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한다. 쉽게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며 매사가 귀찮아지고 건강까지 영향을 받는다.

이와 반대로 낙관적인 사람은 나쁜 일이 닥쳐도 안 좋은 쪽으로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일시적일 뿐이며 이겨낼 수 있는 것 또는 극복해야 할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뜻밖의 일을 당해도 금세 털어버리고 곧 원기를 회복한다.

비관적인 사람의 특징은 안 좋은 일들이 오랫동안 지속돼 자신의 모든 일을 위태롭게 하고 나아가 이런 것들이 모두 자기 탓이라고 쉽게 생각한다. 낙관적인 사람은 세상을 살면서 똑같이 어려운 일에 부딪혀도 비관적인 사람과 정반대로 생각한다.

낙관적인 사람은 실패를 겪어도 그저 일시적인 후퇴로 여기며 그것의 원인도 이 한 경우에 한정된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실패가 자기 탓이 아니라 주변 여건이나 불운 또는 다른 사람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은 실패에 주눅 들지 않는다. 안 좋은 상황에 처하면 이것을 오히려 도전으로 간주해 더 열심히 노력한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설명양식이 달라서 그렇다. 낙관적인 사람과 비관적인 사람은 설명양식이 다르다.

설명양식은 셀리그만의 낙관성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크게 3가지 차원이 있다. 바로 내재성 차원(내 탓 vs 남 탓), 영속성 차원(항상 vs 가끔), 만연성 차원(전부 vs 일부)이다.

첫째, 내재성 차원은 나쁜 일이 일어난 이유를 ‘내 탓, 내부 탓’에서 찾느냐 ‘남 탓, 외부 탓’에서 찾느냐다. 낙관적인 사람은 주로 남 탓, 외부 탓을 하지만 비관적인 사람은 주로 내 탓을 하곤 한다.

통념적으로 나쁜 일을 남 탓으로 돌리는 것은 책임회피나 양심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습관적으로 내 탓이라는 생각은 버리라는 것이다. 우울하거나 비관적인 사람은 모든 문제의 이유를 자신의 탓으로 귀결해 자책감, 죄책감, 무능감, 체념 등을 유발한다.

둘째, 영속성 차원은 나쁜 일은 ‘항상, 지속적‘ 일어나는가, ’가끔, 일시적으로‘ 일어나는가다. 비관적인 사람은 나쁜 일이 일어났을 때 항상, 지속적이라고 생각하고 낙관적인 사람은 가끔, 일시적이라 생각한다.

셋째, 만연성 차원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삶 전부가 실패했는가, 일부가 실패했는가의 생각 차이다.  비관적인 사람은 지금 일어난 문제를 전부로 보고 다른 일에 대한 노력이나 시도도 포기한다. 낙관적인 사람은 그 문제를 삶의 일부로 여기기에 금방 다른 시도를 할 수 있다.

낙관적인 설명양식은 비관적인 사람을 낙관적으로 만들어준다. 일상 속에서 중대한 실패나 패배에 직면할 때 과연 얼마나 비관적으로 무기력한지 또는 낙관적으로 자신감을 얻을지는 스스로에게 사태를 설명하는 방식에 달린 것이다.

다음 질문은 간단하지만 당신이 낙관적인 설명양식을 갖고 있는지, 비관적인 설명양식을 갖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다.

첫째, 급한 일을 처리하느라고 시간이 늦어 감염예방 마스크를 못 샀을 때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1. 내가 그럼 그렇지, 나는 그런 사람이야.
2. 오늘은 급한 일이 있어서 그랬어. 내일은 일찍 나가서 구입해야지.

둘째, 이번 달 실적이 좋지 않을 때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1. 큰일났네. 앞으로 계속 그럴 텐데, 이제 끝장이네.
2. 이번엔 코로나19로 인해 기대만큼 안 나왔네. 전엔 잘했잖아.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잘할 수 있을 거야.

셋째, 대구·경북에 집중된 코로나 19에 대한 당신의 반응은?
1. 이제 일 년 내내 전국으로 확산할 거야. 그럼 우리 사업은 끝이야.
2. 대구·경북이 잘 대응해서 다른 지역의 확산을 막을 거야. 그러면 다시 시작해야지.

마지막으로, 초등학교 3학년인 당신은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축구를 하는데 친구들이 “야, 너는 축구를 못 하니까 나가!”라고 했다.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1. 나는 운동을 못 해. 그래서 앞으로도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할 거야.
2. 축구는 못 하지만 줄넘기는 잘하잖아. 내일부터 줄넘기 좋아하는 친구들을 모아 점심시간에 함께 운동해야지.

1번과 같은 반응을 보인다면 비관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크고, 2번과 같은 반응을 자주 보인다면 낙관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낙관적인 사람과 비관적인 사람은 똑같은 사건을 두고도 설명양식이 다르다. 만약 비관적인 설명양식을 갖고 있다면 낙관적인 설명양식으로 바꾸어보라. 그러면 비관적인 사람이라 해도 얼마든지 낙관적인 사람이 돼 무기력을 극복할 수 있다. 낙관성을 키워 무기력을 극복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ABC 확인하기와 ABCDE 반박하기가 있다.

[필자소개]

Dr. 우문식, 2003년 긍정심리학 우리나라에 최초 도입, 전 안양대학교 교수, 현 커넬대학교 상담심리학 교수, 커넬대학교 한국 캠퍼스 학장, 한국긍정심리연구소 소장, 한국긍정심리협회 회장, 긍정심리상담코칭센터 소장, 권영찬 닷컴 수석 강사. <Dr. 우문식의 긍정심리상담코칭(치료)15회기> 창안자, <긍정박사 우문식의 긍정심리 행복전문 강사 양성 과정> 창안자,<<행복은 만드는 것이다>>, 베스트 셀러 <<행복 4.0>>, 긍정심리학이란 무엇인가 외 다수 저자, 긍정심리수련감독관, 긍정심리치료사, 긍정심리상담코칭사, 심리상담수퍼바이저, 상담심리사. 평생교육사, 현재, 긍정심리치료 15회기로 우울증, 불안증, 죄책감, 무기력, 트라우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심리적 증상자들을 대상으로 개인과 집단, 긍정심리상담코칭을 하고 있으며, 긍정심리상담코칭과 긍정심리치료사를 양성하고 있다. 또한 긍정심리치료 15회기가 심리적 증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또 다른 분야의 박사학위 논문을 마무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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