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사각지대 해소 시급

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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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갑작스러운 복통에 모 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 간 박 모씨. 계속되는 통증 속에 진료를 받고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박 씨는 응급실에 방치됐다. 보호자(보증인)이 없어서다. 1인 가구인 박 씨는 당장 수술동의서에 서명해 줄 사람이 없었고, 결국 지방에 계신 부모님께 연락해 팩스로 서명을 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박 씨는 신체적인 고통보다 심적인 서러움이 더 컸다고 한다.

#. 연초 지나가던 차에 치여 골절상을 입은 임 모씨. 지역 내 제법 큰 병원에 간 임 모씨는 의사로부터 보증인이 없으면 수술도, 입원도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부모님을 여의고 단독 세대주로 수년째 살아온 임 씨는 "내가 서명하면 되지 뭐가 문제냐"고 따졌지만 병원에서는 반드시 보호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임 씨는 평소조차 뜸했던 친척에게 부탁해 간신히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0%에 달했지만, 아직도 의료계에서는 혼족(혼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 이뤄지고 있다. 제도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복지 사각지대가 생긴 것이다.

이미 이러한 사례는 수없이 많이 보도됐고, 국민권익위원회도 2017년 병원 입원약정서에 연대보증인란을 삭제하란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이를 실행했지만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 병원에서는 여전히 환자의 의료비 수납 보증을 목적으로 연대보증인을 요구한다. 겉으로는 선택사항이지만 실상은 연대보증인 주소, 연락처, 직업 등을 적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긴급한 수술상황에서는 더 심각하다. 위의 사례와 같이 수술이 시급한 상황에서도 병원은 가족관계의 보호자 동의서를 요구한다. 병원에서는 수술 후 의료사고 등 책임 소재 문제로 보호자 동의 없는 수술을 꺼린다. 문제는 이것이 법적근거가 없는 '관행'이란 점이다. 오히려 보건복지부는 환자에게 보호자 수술동의서 제출을 강요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복지부는 수술 전·후 환자 또는 보호자가 알아야 될 해당 수술에 대한 사전정보 등을 알려주는 것은 타당하리라 사료되지만,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 대해 '수술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수술을 지연하거나 거부하는 행위는 의료법 제15조 제1항의 진료거부행위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또 이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과 면허자격정지 1월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외지에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정부의 1인 가구 대책에 이러한 복지 사각지대 해소가 요구된다. 1인 가구의 걱정거리를 묻는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급상황 대처'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혔다. 당장 가족 등 의존할 곳이 없는 1인 가구에게 응급상황에서 구급활동은 난관이 아닐 수 없어서다.

전문가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1인 가구의 실태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장년층 1인 가구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 같은 문제는 더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상숙 원주시의회 의원은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 사회 환경과 경제 정책은 다인가구에 맞춰져 있다"며 "단적인 예로 가족관계증명서가 늘 필요하고 병원에서 간단한 수술이라도 할려면 가족관계의 보호자 동의서를 요구받고 있다. 이제 가족공동체의 역할을 지역공동체로 바꿔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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