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에 최근 인사 칼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월 말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취임한 이후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농협경제지주 등 범농협 계열사 수장이 속속 교체되는 모양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취임한 이후 한 달도 안돼 이대훈 농협은행장 돌연 사퇴하면서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경영기획부문장(부사장)이 농협은행의 새로운 수장으로 발탁됐다.

이를 놓고 NH농협금융지주가 임원후보 추천위원회를 열기도 전에 농협중앙회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부사장을 NH농협은행장 후보로 추천했다는 뒷말이 제기된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농협발 '인사 폭풍'이 새 회장의 인적쇄신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반면 핵심 금융계열사에 '자기 사람 심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당분간 인사 폭풍을 둘러싼 잡음이 농협 안팎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NH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 추천위가 손병환 지주 부사장을 농협은행장으로 추천하면서 이성희 회장이 NH농협은행장 인사에 영향을 끼쳤다는 시선이 더욱 짙어졌다. NH농협은행장 선임은 NH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 추천위원회에서 논의되는데  최근 임추위에 합류한 비상임이사가 이성희 중앙회장과 연이 깊은 인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는 농협중앙회로부터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돼 있지만 임원후보 추천위원인 NH농협금융지주 비상임이사를 통해 농협중앙회장의 뜻이 반영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앞서 농협금융 임추위에 지난해 말 농협중앙회장 선거 출마로 퇴임한 유남영 정읍농협 조합장의 후임자로 발탁된 정재영 낙생농협 조합장(비상임이사)이 합류했다.

정 조합장은 전 경기도의회 도의원 시절부터 이성희 신임 농협중앙회장이 중앙회 감사위원장을 맡고 있을 때부터 친분을 쌓아온 인물로 경기도라는 지역 공통점을 기반으로 인연이 두텁다. 

정 조합장과 이 회장의 관계 외에도 그동안 농협금융 비상임이사는 이사회 내에서 농협중앙회의 '의사 전달 창구'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가 짙었다는 것도 이번 최고경영자 선임에 중앙회 의중이 반영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실제, 직전 비상임이사였던 유남영 정읍농협 조합장도 임추위 내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의 의중을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김 전 회장과 '호남출신 인사'라는 공통의 지역적 연결고리를 바탕으로 대표적인 '복심'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농협금융 인사와 관련한 독립성 훼손 논란이 불거지면서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김 회장의 임기가 4월28일에 끝나기 때문에 NH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 추천위원회에서 회장 인선을 같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의 재임기간 NH농협금융지주 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농협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7796억원으로 전년 대비 46%(5607억원) 증가했다. 이는 농협금융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이다.

김 회장이 최대 실적을 낸 만큼 연임에 무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이성희 회장의 입김으로 최종 결정이 날 것이라는 게 업계 측 관계자 전언이다. 

이성희 회장이 이번 NH농협은행장 인선과정에서 독립성 논란이 불거진 점을 의식해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인사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떠오른다. 

이와관련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NH농협금융지주는 2012년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에 따라 농협중앙회에서 떨어져 나왔다. 금융기관으로서 경쟁력과 독립성을 확보한다는 취지였지만 농협중앙회가 금융지주 지분을 100% 들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농협 중앙 회장이 사실상 절대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인사 폭풍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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