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숙 알바트로스 코칭센터 대표

나윤숙 알바트로스 코칭센터 대표.
나윤숙 알바트로스 코칭센터 대표.

인생 100세 시대가 되면서, 여기저기에서 인생을 상품수명주기를 설명하듯, 일반적인 인생 이벤트와 함께 그래프로 그려 인생의 주기를 설명하는 것을 종종 본다. 공통적으로 인생주기 그래프는 크게 공부, 취직, 결혼, 자녀양육과 일, 은퇴와 자녀결혼, 그리고 병원 다니는 남은 인생 이렇게 배분하고 있다.

그 중 '자녀 양육과 일'의 시기에서 인생 곡선은 가장 높은 정점을 찍고 있는데 회사와 가정에서 일이 엄청나게 많아지는 시기라는 의미다. 이 시기에는 빚이든 전세이든 주거비가 고정적으로 나가게 되고, 사교육비를 포함한 엄청난 양육비 부담에 밀려오는 업무뿐 아니라 투잡 쓰리잡을 찾아 해내면서 결국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오게 된다.

코칭 고객 중 한 명을 예로 들어보면,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40대 후반 김 모 팀장은 지난주에 아내로부터 얼굴 피부가 귤껍질처럼 되었다며 병원 가봐야 할 것 같다는 걱정을 몇 번이나 들었다. 급기야 이번주에는 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어깨가 결려 꼼짝 못 하게 되면서 출근 전에 겨우 한의원을 들렀고 한의사가 간이 나쁜 것 같다며 여기저기 몸을 누르는데 삼치(명치끝) 부분을 건드릴 때 김 팀장은 비명을 질렀다고 했다.

의사는 “스트레스가 심하시군요. 수명을 위해 술 담배는 이제 끊으셔야겠어요"라고 진단했다.

인생 100세시대에 아직 50도 안 됐는데 수명을 걱정해야 하나 싶어 김 팀장은 황당했다고 한다. 게다가 술과 담배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유일한 방법인데 그걸 끊으라니, 갑자기 멍해져서 아무런 생각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옆 부서 선배가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듣고는 급기야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뭔가 삶에 조정이 필요한 것 같다는 위기감이 들어 회사 강의 때 만난 나를 찾아 코칭을 받으러 오신 것이었다.

너무 바쁘고 힘든 대한민국 직장인들. 이럴 때는 상황을 직시하고 왜 이렇게 됐는지 생각을 제대로 해봐야 한다. 하지만 일단 주변을 둘러봐도 다들 비슷하게 살고 있고, 이미 너무나 피폐해져 버린 몸과 마음 상태에선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온다. 그래서 잠시라도 기억을 마비시켜 잊어버리고자 애꿎은 자신의 간만 술로 학대하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적어도 자녀는 이런 삶을 안 살게 하려고 기꺼이 기러기 아빠로 10년 넘게 자식 뒷바라지하며 혼자 견디는데, 결국 귀국한 자녀는 엄마, 아빠는 그저 돈만 대주었지 잘해준 게 뭐가 있냐고 불평하며 남처럼 독립해 버린다. 그러다 어느 날 연세 많으신 부모님의 부고 소식이 덜컹 전해지거나(혹은 김 팀장님처럼 친한 선배의 부고 소식), ‘간 부었음’이란 건강검진 결과가 떨어지면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이다.

그제야 내가 뭘 위해 살고 있는지, 정말 인생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내 인생에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내가 왜 이렇게 살았을까. 부모님 찾아뵙지도 못하고 아이들 이쁘게 크는 것도 못 보고 그저 열심히 살아 보려고 애써 내 몸까지 망가뜨리며 살았는데 도대체 난 무엇을 위해 살아 온 걸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 '주변의 모두가 그렇게 사니까'라며 마음을 접고 그저 직진하며 살아가지만, 사실은 모파상의 목걸이처럼, 가짜에 속아 우리의 진짜를 통째로 담보 잡히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가짜 목걸이를 위해 평생을 빚을 갚느라 젊음과 인생을 다 날려버리고 있지는 않은가 말이다. 잠깐의 돌아볼 시간을 내지 못해 인생을 다 날려버린다면 얼마나 허무한가.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란 말은 숱하게 들었으면서, 방향 확인할 시간 조금 내지 못한 채 직진하고서 인생의 끝에 가서야 달려온 방향이 틀렸다는 것을 돌아보게 된다면 그것처럼 안타까운 일이 없지 않을까?

인생 다 보내고 통탄하지 않기 위해서는, 너무 늦기 전에 시간을 내어 인생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너무 힘들어서 술로 그저 마음을 마비시켜버리고 싶을 때, 더 생각을 할 수가 없을 때, 바로 그때 '일단 멈춤'을 선언해보길 제언한다.

너무 늦기 전에 곁에 멈추어 생각해보는 것이다. 혼자서 어렵다면, 주변에 나눌 사람을 찾을 수 없다면, 신뢰할 만한 마음파트너를 찾아 함께 생각해보는 거다. 내가 속고 있는 나의 모파상의 목걸이는 무엇인지 전문가와 함께 찾아보는 거다. 나의 삶을 송두리째 담보로 잡고 소모시키고 있는 가짜 목걸이를 찾아내어 내 던져버리고는 궤도를 다시 수정하는 거다. 방향확인 한 번 다시 하고, 정비를 다시 한 다음, 인생 함정을 다시 띄워도 인생항해는 늦지 않으니까. 오히려 더 멀리 여유롭게 갈 수 있으니 말이다.

요즘 Covid-19로 전 세계의 산업이 멈추고 있다. 그나마 일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한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학교 개학도 미뤄지고, 재택근무를 하면서 많은 사람이 답답함과 무료함을 호소한다. 안 그래도 힘든 삶에 Covid-19로 더 해진 힘든 일도 참 많아 안타깝기 그지없는 요즘이지만, 어쩌면 이 사건으로 인해 강제로 '일단 멈춤' 시간을 얻은 경우라면, 직진을 멈추고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는 지혜의 시간으로 삼으면 어떨까.

너무 늦기 전에, '일단 멈춤'하는 지혜로, 한 번뿐인 인생, 보다 행복하고 풍성한 삶을 누리는 인생으로 거듭나게 되길 간절히 소망해본다.

[필자소개]
나윤숙 강점코치는 현재 알바트로스 코칭센터 대표다. 한국강점코치협회 이사이면서 비즈니스 전문 코치, 강점기반 성과 코치로 활동 중이다. 이화여대 생물과학과를 나와 벨기에 SOLVAY BUSINESS SCHOOL과 이화여대 테크노MBA를 수료했다. Pfizer Upjohn, PRA, Novo Nordisk 등 외국계 회사를 중심으로 강점기반 조직문화 및 리더십 코칭,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최고고위공직자 코칭, 벨기에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회사 투자전략 팀 코칭, 카카오, CJ, AIA 등에서 1:1 및 그룹 코칭을 진행한 바 있다.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