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재 한국코치협회 코치

나성재 한국코치협회 코치.
나성재 한국코치협회 코치.

“미스터트롯도 몰라요?” 한 달 전쯤 만났던 지인이 안타까운 듯이 필자에게 했던 말이다.

코로나19로 힘든 이때 많은 국민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프로그램이라면서 꼭 챙겨보라고 당부(?)를 했다. 왜 많은 국민이 열광하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방송을 봤다. 한 번 보고 나서는 이전 프로그램까지 동영상으로 찾아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스터트롯 최종회 무대에서는 경연 참가자들의 화려한 무대와 저마다의 인생 스토리가 펼쳐졌다. 그중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참가자 3번 김호중의 무대를 마치고 평가를 했던 심사위원 작곡가 조영수였다. 그는 김호중의 무대를 보고 이런 말을 했다.

“감히 한 말씀 드리면, 호중 씨가 원하시면, 가요계에서 트로트를 하건, 가요를 하건, 제가 조금이나마 힘이 된다면 제가 그런 멘토가, 제2의 선생님이 될 수 있다면, 그런 마음으로 감동적으로 들었습니다.“

심사하던 조영수씨는 김호중에게 멘토가 되어주고 싶다고 말하면서 충혈된 눈에 힘을 주고 잠시 하늘을 쳐다보았다. 쏟아져 내리려는 감정을 억누르고 다시 심사평을 이어갔다.

김호중은 심사평을 다 듣고 나서 90도로 정중하게 인사를 했지만,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떨리는 입술로 다잡느라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그의 두 눈에도 이미 감격의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의 인생을 바꿔준 고등학교 은사에게 바치는 마지막 경연곡 '고맙소'가 이 순간만큼은 마치 자신을 알아봐 준 작곡가 조영수에게 바치는 노래가 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게 이날 방송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장면, 이 순간이었다.

김호중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또 1등에 연연해하지 않고 성악가에서 트로트 가수로 변신을 향한 집념과 진심을 보여 주었다.

그러자 김호중이 세상을 향해 내보낸 진심의 날갯짓이 작곡가 조영수에게 날아가 동일한 파장을 일으킨 것이다.

진심과 진심이 만나는 순간이었다.

김호중은 미스터트롯 경연 매회, 자신의 미션곡을 할 때 자신의 장기인 성악적 발성을 하는데 안주하지 않고 모험을 선택했다. 주현미의 곡 '짝사랑'을 경연곡으로 선택했을 때는 가수 주현미가 경연곡으로 불리하다며 말릴 정도였다. 김호중은 쉽지 않지만 해보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는 1등보다 트로트 가수로 변신과 도전에 더 목말라 했다. 결국 짝사랑은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지만, 그의 도전과 변화에 대한 목마름과 진정성은 심사위원과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조용수는 김호중의 마지막 무대 곡 평가에서 이런 말도 했다.

“호중 씨는 특정 음역대에서 꼭 성악 발성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성악 발성이 없었어요. 아기가 아장아장 걷다가 일어선 느낌. 아. 이제 됐구나! 이렇게 가면 되겠구나. 제가 기분이 더 좋고...”

김호중이 계속했던 도전이 마침내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는 평가였다.

조영수 씨가 이미 얼마나 김호중을 지지하고 마음속으로 진정성 있게 응원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김호중의 이런 변화에 대한 실험은 결국 4위라는 성적에 머무르게 했다. 하지만 성적과 순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는 이미 온 마음으로 그를 도와주겠다며 멘토를 자청하는 당대 최고 작곡가 조영수라는 사람을 얻었다. 그리고 그를 지지하는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니 말이다.

누군가의 마음을 사로잡고 울림을 만드는 일은 적당히 세상에 영합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정말 자기답게 살아가고자 고군분투할 때가 아닌가 싶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가 내 존재를 진심으로 알아봐 줄 때 뜨거운 감동을 한다. 하지만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현재의 나를 넘어서기 위해 치열하게 준비하고 도전하면서 자신의 심장이 뜨거워질 때, 이때가 바로 그 누군가의 마음도 함께 뜨거워져서 나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것은 아닐까?

성악을 넘어 다양한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더 다가가겠다며 무한 변신을 하려는 김호중과 그의 진정성을 알아보고 멘토가 되겠다는 작곡가 조영수가 만들어낼 앙상블이 벌써 기다려진다.

[필자 소개]
나성재 코치는 알리바바, 모토로라솔루션 등 다국적 IT기업에서 다년간 근무하였고, 한국코치협회 코치이자, 현 CTP(Coaching To Purpose) Company 의 대표이기도 하다. 또한 NLP 마스터로 로버트 딜츠와 스테판 길리건의 공동 저서인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 번역서를 오는 6월 출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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