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 권영찬 커넬대학교 교수

백광 권영찬 커넬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백광 권영찬 커넬대학교 상담학과 교수.

개그맨 출신 국내 연예인 1호 상담심리학 박사로 현재 커넬대학교 한국캠퍼스 정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는 영국 로이터 통신, 일본 니혼TV와 TBS, 네덜란드의 국영 방송사 등 전 세계의 외신과 방송사들과 '연예인에 대한 악플 방지와 한국 매니지먼트 시스템의 취약점 개선'에 대한 다큐멘터리에 참여했다.

고 설리씨와 고 구하라씨의 자살로 인한 국내 악플의 문제점과 연예계의 매니지먼트 시스템에 대한 인터뷰다.

필자는 2015년부터 연예인 자살예방센터의 소장을 맡으며 연예인 자살예방 상담과 함께 연예인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무료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필자는 “연예인 한 명의 안타까운 선택(자살)은 개인과 그 가족에게도 가장 가슴 아픈 일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그 연예인의 팬들과 함께 청소년층 그리고 우리 사회에 위험한 사인을 남긴다. 무엇보다 연예인에 대한 악플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인 제도마련과 함께 각 포탈에서도 악플 노출을 금지하거나 걸러내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연예계 자체적으로도 지금의 시스템을 어느 정도 개선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했다.

◇경제적 빈부의 격차와 사회적 불만이 커지며 악플의 강도도 심해지고 있다.

악플을 다는 사람들의 심리는 어떤 것일까? 무차별적인 악플러들은 사회적인 큰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처럼 악마 같은 인성을 가진 것일까. 어린 시절 좋지 않은 환경에 노출돼 다른 사람들에 대한 공격성이 높은 것일까. 필자는 그 대답에 'NO'라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연예인 악플러들을 잡고 보면 평범한 학생이거나 직장인인이다.

그렇다면 평범한 그들은 왜 악플러가 되는 것일까?

평범한 사람에서 악플러가 되는 과정은 어찌 보면 간단하다. 악플을 다는 사람들 또한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의 수단으로 악플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경제적으로 빈부의 격차가 크거나 사회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이 적은 지역이나 나라에서 특히 악플이 평균적으로 더 많다는 것이다.

비교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나 건강한 사회는 나와 다른 의견이나 행동에 대해서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의 다양성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왜 유독 악플과 그로 인한 피해사례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더 많은 것일까. 필자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그 첫 번째 이유로 '인터넷의 익명성'을 꼽는다.

우리나라는 한때 인터넷실명제를 부분적으로 실시했었다. 인터넷으로 글이나 자료를 올릴 때 반드시 본인의 실명과 주소를 사용토록 하는 제도가 인터넷 실명제이다.

2007년 7월부터 하루 방문자 수가 20만~30만명이 넘는 언론사와 포털사이트에만 ‘인터넷 실명제’를 적용하는 이른바 ‘제한적 본인 확인제’가 실시됐으나 2012년 8월 23일 헌법재판소가 인터넷실명제에 대해 표현의 자유와 기본권 제한의 우려를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렸고 제도 시행 5년 만에 효력이 상실됐다.

실명이 아닌 인터넷에서 익명성으로 댓글이 달리다 보니, 한 연예인에 대한 좋지 않은 기사나 사건, 사고 소식에 무차별적으로 악플이 달리게 된다.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에 대해서 '아 그럴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의 다양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익명성으로 글을 쓰다 보니 다양한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에서 '네가 감히 나한테 도전을 해' 또는 '네가 나를 우습게 생각하는 거지'라는 인식의 오류로 인해서 상대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성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필자의 개인적인 주장이 아닌 다양한 사회현상을 설명할 때 쓰이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인용할 수 있다. 깨진 유리창 개념은 원래 범죄 현상을 주로 다루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JamesQ.Wilson)과 조지 켈링(GeorgeL.Kelling)이 1982년에 만든 개념이다.

"평소에 자신이 자주 지나던 거리를 걸어가는데 어떤 상점의 쇼윈도에 누군가 돌을 던졌는지 유리창이 깨져 있다. 그런데 그 다음날에도 그 깨진 유리창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그 빌딩 주인이나 관리인이 이 건물에 대해 별로 애착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자신마저 돌을 던져 그 유리창을 깨도, 누구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도덕적 해이(moralhazard)가 들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파된다면 무법 상태에서 모든 유리창이 깨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 것이다. 후미진 구석에 멋대로 방치된 자동차가 형편없이 망가지는 것도 마찬가지 논리이다. 이것이 바로 ‘깨진 유리창 법칙(BrokenWindowsTheory)’이다."([시장의 흐름이 보이는 경제 법칙] 인용)

예전의 우리 동네의 모습을 상상해도 된다. 한 전신주 아래에 누군가 쓰레기를 버린다. 그런데 그 쓰레기가 치워지지 않으면 사람들은 '아, 나도 쓰레기를 저기에다 버려도 되겠구나'라는 잘못된 생각으로 쓰레기를 버린다. 여러 시위 현장이나 모임에서 누군가가 한쪽에 쓰레기를 버리면 사람들이 그곳에 따라 버리게 되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반대로 누군가가 그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하면 옆에서 보고 있었던 사람도 그 일에 동참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인터넷익명제는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에는 좋은 시스템이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에서 가장 공격하기 쉬운 연예인 상대를 골라서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는 것은 범죄라는 것을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 내가 댓글을 달 권리와 자유가 있다면 거기에 따른 다른 사람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평상시는 순한 양처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노트북이나 컴퓨터 앞에만 앉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양의 탈을 쓴 늑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악플이 심각해진 시점은 손안에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이 활성화되면서다. 독립된 공간이 아니라면 공적인 공간에서 컴퓨터와 노트북 앞에 앉아 있다면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어느 정도 살피며 악플을 달아야 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지하철을 타던 어디를 가도 나의 개인적인 공간이 확보되기에 한 연예인에 대한 기사에 대해서 악플을 달고 무차별적인 공격을 하기 위한 딱 좋은 조건이 된다.

그래서 문화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에서는 각 포탈에서 악플을 쓸 수는 있으나 노출이 되지 않게 하거나 노출이 되도 일정부분 제한된 시간에만 노출되는 경우로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차별금지법’을 적용해서 다른 사람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악플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하게 하거나 징벌적 손해배상의 개념으로 생각할 수도 없는 어마어마한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도 인터넷상에서의 악플 금지와 함께 처벌이 점차 강화가 되고 또 시스템적으로 악플을 노출하지 못하게 하는 시스템을 적용해서 한 사람의 소중한 인권을 보호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도 '늦은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을 그대로 적용해서 악플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1차적으로 각 포탈에서는 악플을 노출하지 않거나 악플을 걸러내는 시스템을 지금보다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2차적으로는 법적으로도 '온라인상에서의 악플과 인신공격은 범죄와 같다'는 사회적인 인식변화와 함께 그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엘리트 체육인 양성' 실패, 반면교사 삼아야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가 마련이 된다면, 그다음으로 연예계의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싶다.

한류와 K-POP이 우리 경제의 주축이 되고 세계에서 인정받게 되면서 그 사업규모와 시너지 효과는 엄청날 정도이다.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모르던 시절에서 이제는 미국이나 유럽을 비롯해서 수많은 나라의 청소년과 팬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한글 가사를 따라 부르고 춤을 춘다는 것은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반가운 일이고 경제적인 시너지효과도 크기에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한류와 K-POP에 있어서 특히 아이돌과 걸그룹의 멤버들은 청소년시절을 반납해야 한다. 심지어는 초등학교 연습생시절부터 시작해서 청소년이 되면 가정을 떠나서 합숙훈련으로 최소 몇 년의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어찌 보면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연예인 육성시스템이다.

청소년시절부터 합숙훈련을 하는 이러한 시스템은 선진국에서는 ‘청소년 학대’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청소년 시기는 또래와의 교류와 소통으로 몸과 마음이 성장하는 시기이다. 그리고 여러 번의 도전과 함께 성공적인 경험과 실패를 통해서 부모와 가족의 지지와 후원과 격려를 받으며 성장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청소년들과 아이들은 K-POP을 수출하는 수출역군이 아니다.

그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 활동이나 연예 활동을 위해서 학교수업 후에 방과 후 활동으로 하는 시스템이 적용돼야 한다. 문화나 예술부분에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 아이나 청소년들이라면 자신의 적성을 제대로 살려서 예술 중학교와 고등학교 또는 관련 학교에 가서 좀 더 심층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좋은 사례가 바로 체육계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는 시스템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엘리트 체육인 양성’에 대한 잘못된 시스템에 대한 인정으로 이제는 많은 학교에서 수업 후에 스포츠 활동을 해야 하는 법적인 규정과 함께 여러 제도적인 개선점이 나오고 있다. 물론 공부와 운동을 함께 시켜야 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힘들 것이다. 필자가 자란 어린 시절에서부터 시작해서 최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각 중·고등학교 운동부 학생들은 대부분 수업에서 거의 열외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내 자녀를 사랑하고 그 자녀의 미래를 위한다면 최소한의 법적인 수업 준수와 함께 또래 아이들과 함께하며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우리의 청소년들은 만능도 아니고 수출역군도 아니다. 그리고 아무리 연예계통이나 문화 쪽에 두각을 나타내는 아이나 청소년들이라고 하더라도 인성적으로 완성할 수 있는 시기에는 가정에서의 양육기간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필자는 다양한 기업에서 ‘일과 행복의 균형’에 대한 강연을 자주 의뢰받는다. 우리의 아이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미래의 멋진 연예인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춤과 함께 노래실력과 뛰어난 애드립만 소속사에서 배울 것이 아니라 최소한 가정에서 돌봄이 필요한 시기를 보내야 한다. 물론 어린 시절 그 끼를 발견하고 그 부분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함께 시간적인 투자 노력도 꼭 필요하다. 하지만 청소년시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가족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자라나는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러한 부분에 많은 신경을 써서 소속 연예인 연습생들을 학교수업을 꼭 받게 하고 인성에도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소속사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합숙훈련을 유지하고 있다. 필자는 각 소속사 사장과 담당 매니저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다.

“합숙을 하고 그렇게 하는 시스템이 정말 맞고 옳은 방법이라면, 소속사 대표나 매니저들도 아이들과 합숙하기를 권하고 싶다. 본인들은 일이 끝나면 가정으로 돌아가면서 왜 연습생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은 합숙소에서 성공적인 가수를 꿈꾸면서 외롭게 자신과 싸워야만 하는 것인가?”
 
우리의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이 진정한 한류의 주인공이 되려면 신체적으로만 성장하는 것만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하게 성장해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정말로 세계 속에 한류가수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연습생 시절 핸드폰을 반납하고 생활을 통제하고 그러한 엄격함과 규율 속에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가두어놔서는 안 된다. 심지어 군대에서도 최근에는 부분적으로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굳이 ‘만 시간의 법칙’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수많은 땀과 눈물을 흘려야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는 누구보다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인 만큼, 스스로가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렇기에 이제는 우리의 진정한 한류를 위해서라면 한번쯤은 고민을 해봐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다.

각계의 전문가와 관련 종사자들이 머리를 맞댄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좋은 ‘연예인 양성 시스템’이 나오리라고 본다.

그렇기에 우리의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세계 최고의 스타가 돼라'도 좋지만, 그에 앞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방법에 대한 멘토링'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왜냐고 묻는다면 “각 개인은 스스로 충분히 도전하고 할 수 있는 능력자로 태어났기 때문이다”고 철학적인 내용을 인용하고 싶다.

[필자 소개]
백광 권영찬 교수는 2009~2010년 박지성 선수의 국내총괄마케팅이사를 역임, 2009~2013년에는 대종상영화제의 총괄 마케팅 이사를 맡았다. 기업에서도 마케팅전문가로 활동하며 한경희 스팀청소기, NUC전자의 홈쇼핑 광고모델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국민대 문화심리사회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커넬대학교 한국캠퍼스 상담학과 정교수로 활동하며 삼성증권, 삼성생명, 삼성화재, 교보생명, 신한생명 등 민간기업과 공기업에서 다양한 마케팅노하우와 소비자의 니즈에 대한 고객서비스(cs)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또 권영찬닷컴의 대표를 맡아 아주대학교 김경일 심리학교수, 황상민 심리학교수, 이재용 아나운서, 임성민 전 아나운서, 장경동 목사, 유인경 기자 등 40여명 이상의 스타강사와 활동 중이다. 현재는 ‘권영찬닷컴TV’를 운영하며 다양한 상담심리적인 내용을 활용한 동기강화 방법과 자기계발에 대해서 방송하고 있다.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와 채널A의 ‘행복한 아침’에 고정으로 출연하며 다양한 방송과 기업에서 ‘동기부여’, ‘자기계발’, ‘고전으로 읽어 보는 인문학’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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