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준중형 세단 '아반떼' 신형을 내놨다. 사전계약만 봤을 때는 폭발적인 반응이다. 언론에서는 앞다퉈 띄워주기에 들어갔다. '대박', '돌풍' 등 미사여구가 붙으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앞서 선보인 제네시스의 신형 'G80', 기아차의 신형 '쏘렌토'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출시한 제네시스 'GV80'은 대기 줄이 1년 이상이다.

이들 차량만 보면 국산차 업계는 그야말로 대호황이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승승장구가 아닐 수 없다.

반면 쌍용자동차는 '생존' 위기에 놓였다. 대주주인 인도의 마힌드라그룹이 23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거부하면서 '한국 철수설'이 고개를 든 것이다. 올해 쌍용차는 2540억원 규모의 차입금도 갚아야 한다. 마힌드라는 우리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쌍용차를 포기할 수 있다는 식으로 속내를 내비쳤다.

이를 두고 예병태 쌍용차 사장은 "2009년 법정관리 이후 최악의 비상시국에 직면했다"고 표현했다.

현대·기아차와 쌍용차의 상황이 너무나 극명하게 엇갈린다.

흑자전환을 코앞에 뒀던 쌍용차가 갑작스럽게 존폐위기에 놓인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은 '자본력'이다.

쌍용차는 SUV 차종의 인기에 힘입어 부활을 예고했다. 실제로 소형 SUV '티볼리'에 대형 SUV 'G4렉스턴', 픽업트럭 '렉스턴스포츠'가 성공을 거두면서 자신감도 붙었다.

하지만 포화상태에 놓인 내수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판세가 뒤집혔다. 현대·기아차가 쌍용차의 주력인 소형과 대형차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것이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현대·기아차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술,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신차로 소형 SUV 시장을 두드렸다. 결국 '왕좌'를 지키던 티볼리는 쓸쓸히 물러나야 했다. 대형 SUV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가 팰리세이드를 내놓으면서 단박에 G4렉스턴을 밀어냈고, 기아차도 신형 모하비를 통해 양강구도를 만들었다.

쌍용차의 양 날개가 꺾인 셈이니 실적 역시 곤두박질쳤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쌍용차는 현대·기아차에 맞춰 공격적인 신차 출시와 가격정책을 가져가야 했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이는 불가능했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의 입장에서 내놓을 수 있는 최대치가 지금일 것"이라며 "'박리다매'도 버틸 힘이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규모의 경제'와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업이 신상품을 낮은 가격에 출시하고 시장을 밀고 들어오면 중소기업은 결국 밀려날 수밖에 없다. 자본이 기술을 누르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고 말했다.

결국 지금의 현실은 국내 완성차 시장이 포화상태에 있음을 내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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