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재 한국코치협회 코치

나성재 한국코치협회 코치.
나성재 한국코치협회 코치.

우리나라는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국제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경제구조가 취약하다는 비난이 나온다. 반면 미국은 국내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다. GDP 20조 달러 중 14조 달러 이상이 미국 국내소비 규모라고 한다. 14조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미국의 소비 규모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곤도 마리에는 미국 가정을 방문해 집안 살림을 정리하고 수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을 하는 일본인 여성이다. 그녀의 컨설팅을 촬영한 프로그램 '곤도 마리에 :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를 보면, 그녀가 처음 방문하는 가정에 가서 꼭 하는 일이 있다.

그녀는 거실에서 적당한 자리를 잡고 그 집 가족들과 함께 무릎을 꿇고 1분가량을 눈을 감은 채, 그 집과 대화를 한다. 그다음 하는 일은 옷장에 있는 옷을 모두 침대 위에 올려놓으라고 한다. 그러면 대부분 침대 위에 큰 산더미가 한 개씩 생겨난다. 남편들의 차고에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소품과 장비들이 골판지 상자에 또 비닐봉지에 담겨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각 가정을 방문할 때마다 침대 위에 쌓인 옷 산더미와 차고에 가득 쌓인 물건들을 보면서 미국의 국내 소비 14조 달러의 규모가 어렴풋이 눈에 들어오는 듯했다.

부와 풍요를 상징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미국 국내 소비. 그 실체를 마주하는 순간이다. 구석구석에 있던 옷과 물건을 모두 꺼내서 쌓아 놓고 마주하게 된 대부분의 의뢰인은 복잡한 감정에 휩싸이고 만다. 대부분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인다. 이렇게 많은 옷이 있는지 몰랐다고 한다. 심지어 태그를 떼지 않은 옷들도 많다. 그리고 쌓아 놓은 옷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거나 거북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의뢰인은 몇 주간에 걸쳐 설레지 않은 물건들은 버린다. 의뢰인이 간직하기로 한 설레는 물건들은 가지런히 제자리를 찾아준다. 신기하게도, 물건을 대하는 방식이 바뀌자 부인은 남편을 대하는 방식이, 남편은 부인을 대하는 방식이 바뀌게 된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무엇을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가지고 있는지, 즉 관계가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옷이건, 물건이건, 사람이건 말이다.

미국의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소비가 사실은 미국민들 마음 한 켠에 거북하고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진실, 그리고 편치 않은 마음으로 쌓여가고 있었던 것이다.

끊임없는 대량 생산과 대량소비 그리고 재투자를 통해 또 대량생산하고 대량소비하는 선순환(?)의 경제성장을 최고의 목표로 하는 국가의 경제정책이 꼭 국민의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경제성장률을 더 높이기 위한 수많은 정부부처의 한 켠에 국민들이 자신의 옷장과 창고에 쌓여 있는 물건들을 꺼내보고 물건과의 관계의 재정립을 통해 자신의 삶을 성찰해 보는 것을 주 업무로 하는 정부부처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발칙한(?) 생각을 해본다.

 

[필자 소개]
나성재 코치는 알리바바, 모토로라솔루션 등 다국적 IT기업에서 다년간 근무하였고, 한국코치협회 코치이자, 현 CTP(Coaching To Purpose) Company 의 대표이기도 하다. 또한 NLP 마스터로 로버트 딜츠와 스테판 길리건의 공동 저서인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 번역서를 오는 6월 출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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