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재 한국코치협회 코치

나성재 코치
나성재 한국코치협회 코치.

집에 1년 넘게 키우고 있는 회색 햄스터가 한 마리가 있다. 아이들 학교 방과 후 과학수업 시간에 분양받아 온 것이다.

필자는 햄스터가 징그럽고 무서워서 잘 쳐다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쪼순이’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주며 애지중지하며 키우고 있다. 그런 덕분인지 지금은 손으로 해바라기 씨앗을 먹이로 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직 만지는 수준까지는 아니다.

얼마 전 큰딸이 햄스터 집을 청소하는데 갑자기 알레르기가 생겨서 재채기를 시작했다. 아내가 오늘만 필자에게 대신 청소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선뜻 내키지 않았으나 청소를 하려고 뚜껑을 열었다. 하지만 바로 난관에 부딪혔다. 청소를 위해서는 햄스터를 우선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햄스터를 차마 손으로 만질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얀 목장갑을 끼고 숨을 깊게 내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햄스터를 위에서 재빠르게 확 잡으려고 했으나 너무 긴장한 나머지 허공을 움켜쥐고 말았다. 다시 심호흡을 했다. 이번에는 두 눈 딱 감고 과감하게 손으로 햄스터를 잡았으나 살짝 놓치고 말았다.

놀란 햄스터는 뒤로 누워서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온몸으로 저항했다. 다시 한번 시도했으나 또 아슬아슬하게 놓쳤다. 이번엔 공포에 휩싸여 돌아누워 이빨을 드러내며 더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 네 번째 만에 잡는 데 성공해 다른 곳으로 옮기고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하다가 문득 햄스터 만지는 것에 겁을 먹고 그 자그마한 햄스터와 신경전을 벌였던 것이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조카가 필자의 집에 놀러 왔다. 자기 방에서 도마뱀, 전갈, 금붕어 등을 키우는 자칭 애완동물 애호가다. 우리 집 햄스터를 보더니 귀엽다고 장갑도 안 끼고 부드럽게 햄스터를 한 손으로 잡고 쓰다듬어 주는 것이다. 조카가 호기심과 사랑으로 햄스터를 만져서 그런지 햄스터도 순한 양이 되어 너무나 평화스럽고 편안해 보였다.

내게 이빨을 드러내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온몸으로 저항했던 그 햄스터가 맞나 싶어 서운하기까지 했다. 그때를 생각해보니, 필자가 햄스터를 무서워하는 마음 때문에 팔에 힘이 들어가서 햄스터를 거칠게 다뤘던 것 같다.

필자의 불안과 공포심이 햄스터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햄스터의 두려움을 키웠던 것은 아니었을까?

같은 햄스터인데 누가 어떻게 만지느냐에 따라 햄스터의 반응이 천양지차인 것처럼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엔 좀 더 부드럽게 사랑스럽게 어루만져야겠다.

[필자 소개]
나성재 코치는 알리바바, 모토로라솔루션 등 다국적 IT기업에서 다년간 근무하였고, 한국코치협회 코치이자, 현 CTP(Coaching To Purpose) Company 의 대표이기도 하다. 또한 NLP 마스터로 로버트 딜츠와 스테판 길리건의 공동 저서인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 번역서를 오는 6월 출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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