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은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재가 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화재의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당시 불길은 약 15시간 동안이나 지속되고 나서야 잠잠해졌다. 화마는 고딕양식의 결정체라고 불리는 96미터짜리 첨탑과 천장, 고결한 창미창 등을 삼켰다. 

14세기 중반에 완공된 노트르담 대성당은 약 180년의 역사를 걸쳐 완성됐다. 그동안 크고 작은 보수공사를 거쳤지만 이처럼 성당의 주요 부분을 한번에 잃은 것은 처음이다.

프랑스 정부는 대성당의 모습을 복원하고자 노력 중이다. 엠마뉴엘 마크롱 대통령은 5년 안에 성당의 문을 다시 열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적어도 20년은 걸려야 재복원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화재로 인해 사라지고 부서진 대성당을 원래 모습대로 회복하는 데는 인간의 바람 혹은 욕심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현재 코로나 사태로 인해 대성당의 보수공사는 일제히 멈춘 상태이니 꽤 오랜시간이 걸릴 것이다.

수요일 저녁 8시 노트르담 대성당의 대참사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이 창밖으로 나와 박수를 치며 애도를 표했다. 대참사를 애도하는 그 시간에도 구급차는 삐뽀삐뽀 소리를 내며 파리 곳곳을 달렸다.

프랑스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세가 아주 조금 나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신규 중증환자들의 수가 감소하고 하루 사망자 수가 800명을 웃돌더니 16일에는 410명의 사망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 바이러스 신규 확진자는 2천명을 넘고있다. 여전히 안심할 수 없기에 엠마뉴엘 마크롱이 다시 한 번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동금지 조치를 연장했다. 5월 11일. 이마저도 제한적이다.

5월 11일 이후부터 이동은 자유로워지지만 레스토랑, 카페,  바, 영화관 등은 영업할 수 없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는 문을 열지만 대학교는 온라인 강의를 이어가고 새학기인 9월에나 등교할 수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축제나 컨퍼런스 등도7월 중순까지 금지한다. 비유럽권 국가들에 대한 국경도 무기한 닫힌다. 이 모든 계획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앞으로의 상황에 달렸다.

이동제한 연장을 공표하는 날 마크롱 대통령은 일상으로 복귀가 어려울 수도 혹은 불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세상은 이제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과 이후의 시대로 나뉠 것이고, 이동금지령이 해제 되더라도 사회적 거리는 몇 개월, 1년 혹은 평생 유지 해야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터진 이후 전통적인 인사 방식이었던 Bise(비즈, 볼에 하는 뽀뽀)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대신 팔꿈치를 맞대거나 서로의 발을 함께 맞닿으며 인사한다. 또한 마스크에 부정적이었던 프랑스는 지자체가 앞다퉈 물량 확보에 애쓰고 있다. 정부는 5월 11일에 맞춰서 프랑스 전국민에게 마스크를 공급하도록 힘쓴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자유로운 외출이 가능하려면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 음성 판정 확인증을 가지고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고 전하기도 한다. 여러 지자체들은 외출시 마스크 필수를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국면을 맞더라도 모두의 바람처럼 세상이 원래의 모습으로, 평범했던 우리네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쩌면 큰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프랑스인들은 이것 마저도 ‘쎄라비’ (C’est la vie, 이것이 인생이다)라고 외친다.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