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삼성중공업 검찰 고발
남준우 사장, 아들 전환 배치 특혜 논란도
드러난 하도급 갑질 실태, 이재용 삼성 부회장 재판 영향은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 하도급 거래로 삼성중공업을 검찰에 고발했다. 적발된 내용을 보면 하도급 대금 부당 지급부터 위탁내용 부당 변경까지 다년간 조직적으로 삼성중공업에서 갑질이 이뤄졌다.

특히 이번 사건은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이 실권을 장악한 이후 발생한 것들이어서 더 이목을 끈다. 공정위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삼성중공업이 벌인 하도급 갑질을 적발했다. 이 기간은 남준우 사장이 거제조선소 소장에 올라 삼성중공업 사장에 이르기까지로 그야말로 현장 실권을 쥐고 있던 시기다.

23일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협력사를 대상으로 ▲사전 서면 발급 의무 위반 ▲일률적 단가 인하로 하도급 대금 결정 ▲일방적으로 제조원가보다 낮은 단가로 하도급 대금 결정 ▲부당한 위탁 취소·변경 행위를 벌였다.

이에 공정위는 삼성중공업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36억원 부과를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삼성중공업은 이 시기 206개 사내 하도급 업체에 3만8451건의 선박 및 해양 플랜트 제조 작업을 위탁하면서 작업 내용 및 하도급 대금 등 주요 사항을 기재한 계약서를 작업이 이미 시작된 후에 발급했다.

남준우 사장이 이끄는 삼성중공업은 이러한 위법 행위를 감추기 위해 표면상으로는 계약서면 지연발급이 발견되지 않도록 조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공정위가 전자서명 완료일, 최초 공사실적 발생일 등을 추가 조사하고 나서야 서면 지연발급행위를 적발할 수 있었다.

또 삼성중공업은 2017년 7월부터 2018년 5월까지 10개 선체도장업체에 409건의 공사를 위탁하면서 5억원의 하도급 대금을 낮춘 것이 확인됐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하는 것은 불법이다. 선체도장은 도크, 선종별로 작업의 난이도가 달라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할 수 없다.

여기에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95개 사내 하도급 업체에 하도급 대금을 결정하지 않은 채 2912건의 수정 추가 공사를 위탁했다. 공사 진행 후에는 사내 하도급 업체의 제조원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대금을 후려쳤다.

무려 2912건의 수정 추가 공사에서 이 같은 위법이 적발됐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삼성중공업은 사내 하도급 업체와 협의도 없었다. 일방적으로 대금을 낮추는 '갑질'을 서슴없이 벌인 것이다.

삼성중공업의 갑질 행태는 또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협력사의 책임으로 돌릴 사유가 없음에도 142개 사외 협력사에 제조 위탁한 선박부품 6161건을 임의로 취소·변경했다.

설계변경, 선주요구 등으로 삼성중공업이 입게 될 손실을 100% 협력사에 떠넘긴 셈이다. 이 과정에서도 삼성중공업은 협력사가 입게 될 손실 등에 대한 협의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심지어 삼성중공업의 위탁변경시스템(PCR시스템)은 협력사에게 위탁 취소·변경에 대한 동의 여부만을 선택하도록 할 뿐이었다. 협력사는 사유도 모르고 동의 여부만 선택해야 했다.

동반성장이란 이름으로 만든 위탁변경시스템을 형식적으로만 운영해 왔던 것이다.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조선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조선업 불황으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하도급을 옥좨 '수익성'을 개선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시기 삼성중공업은 매년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수년간 조직적으로 하도급 갑질을 해온 것 치고는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난도 나온다.

이번 조치에서 공정위는 단 36억원의 과징금만 부과했다. 또 법인 대표인 남준우 사장은 고발하지 않았다.

거제조선소 안전불감증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사망 사고가 발생한 거제조선소에서 10건이 넘는 안전점검 위반이 드러난 것이다. 이는 삼성중공업의 하청업체가 한국가스기술공사 안전품질처에 발주한 검사에서 적발된 것이어서 더 이목을 끈다.

안전 미비 사항으로는 작업 전 안전활동, 작업 중 안전활동, 안전·보건관계 서류 등이다. 구체적으로 기본적인 개인보호구 착용상태 미흡부터 개구부 덮개 미설치 및 고정 불량, 중장비 사용 시 작업 구역 미설정, 신호수 미배치, 물질안전보건 자료 현장 미비치 등 다방면에서 근로자들이 위험해 노출된 것이 드러났다.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현장에서 여전히 안전관리가 안 이뤄지고 있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준우 사장이 거제조선소 소장 출신으로 현장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되고 있어 더 아쉬움을 남긴다.

최근 남준우 사장은 아들 전환배치 특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남 사장의 아들은 남 사장이 임원시절 삼성중공업에 입사해 함께 일했다. 하지만 남 사장의 임기가 1년여 남은 가운데 그의 아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전환 배치된 사실이 드러났다.

삼성중공업측은 특혜 논란을 부인했지만, 삼성중공업 직원들은 회사가 경영위기에 빠져 있고, 남준우 사장의 임기가 2021년 1월까지로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 연관성이 낮은 삼성바이오로직스로 때마침 전환 배치된 것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뉴삼성'을 선언하며 윤리경영에 힘을 쏟고 있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에게도 삼성중공업의 잇따른 실태가 부담이 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의 불공정 하도급거래 근절 의지를 강조해 왔음에도 계열사에서는 하도급 갑질이 조직적이고 은밀하게 이뤄져 왔다는 사실이 드러나서다.

또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투명한 경영활동 등이 양형을 낮추는 데 중요해 예상치 못했던 계열사의 실태는 이 부회장에게 곤혹스러운 상황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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