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온 세상을 들쑤시고 있지만, 우리에겐 또 일상이 다시 올 거라는 희망이 있으므로 오늘은 독일인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먹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름하여, 독일인의 삼시세끼.

일전에 교양 수업으로 이탈리아어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기초반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어렵지 않은 테마의 간단한 회화를 옆자리 학생들과 돌아가며 나누곤 했다. 안부를 묻는 것부터 시작해서 전공과 사는 곳, 출신 지역을 묻다가 어느 날은 음식에 대한 단원을 공부하면서 서로의 식습관에 대해 이야기하게 됐다. 

나는 아침으로 주로 따뜻한 국에 밥을 즐겨 먹는다고 했을 때, 모두들 꽤나 놀라워 했다. 이탈리아계 독일인인 선생님도 나에게 국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수프와 비슷한 것이냐고 따로 물었을 정도였다. 독일에는 우리나라의 국과 같은 음식이 없기 때문에 나는 수프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이들 생각에 양송이 수프나 양파 수프 혹은 독일식 소세지와 렌틸콩이 들어간 수프에 밥을 곁들여 먹는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새롭게 여겨졌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밥을 빵으로 대체해서 생각해보라고 이야기했을 때 그들은 비로소 이해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들은 파스타를 먹고 남은 소스에도 빵을 찍어 먹고, 고기를 그릴에 구워 먹을 때에도 곁에 허브버터를 잔뜩 바른 바게트 빵을 구워먹는 등 어디에도 항상 빵을 곁들이기에, 우리가 식사 후 남은 국물에 밥을 볶아 먹는 것처럼 그들의 빵 문화와 우리의 밥 문화를 일대일로 놓고 비교해봐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독일인들의 아침식사 문화는 대체로 커피, 바나나 같은 과일, 혹은 뮤즐리 등으로 간단하게 해결하거나 거르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 우리 나라도 아침을 거르거나 간단히 편의점, 빵집 등에서 해결하는 경향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 바쁜 현대인의 보편적인 아침 스타일일 수 있겠다.

점심 식사는 공강 시간을 활용해서 브뢰첸에 햄, 살라미, 치즈, 야채, 계란 등을 넣어 파는 것들을 사먹기도 하고, 간단한 샌드위치와 과일 등을 집에서 싸와서 먹기도 한다. 물론 학생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도 많고, 직장인의 경우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도 한다. 우리가 대학교 학생식당에서 혹은 직장 근처 백반집에서 식사를 했듯이 점심 식사의 양과 질도 한국과 독일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눈에 띄게 다른 점은 저녁 식사가 아닐까 싶다. 한국인의 경우, 퇴근 후 고깃집에서 소주 한 잔을 하거나 치킨에 맥주, 혹은 집에서 제육볶음에 된장찌개 등 하루 중 가장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시간이 저녁 식사 시간이라면, 독일인들에게는 조금 다른 문화가 있다.

'Abendbrot (아벤드브롯)' 이라고 저녁이라는 뜻의 Abend와 빵이라는 뜻의 Brot의 합성어인데, 독일에서는 전통적으로 저녁식사를 아벤드브롯 (저녁빵)이라고 부른다. 오늘 날에는 가족 구성원의 규모도 바뀌고, 냉동식품, 배달음식 문화 등도 발생하면서 좀 더 다양한 유형의 저녁식사가 공존하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독일의 저녁식사는 아벤드브롯으로 빵에 차가운 버터, 햄, 소세지, 치즈, 계란, 야채 등을 곁들여 먹는 것이다. 북부 독일의 경우에는 절인 청어를 빵에 곁들여서 함께 먹기도 하고, 남부 독일의 경우에는 소세지 샐러드를 곁들여서 함께 먹기도 한다. 물론 여기에 맥주도 빼놓을 수 없다.

가족이 모두 모여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인 저녁 시간에 요리를 하면서 주방에서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함께 모여 앉아 차가워질 걱정이 없는 음식을 천천히 함께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외식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에 비해 독일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 비용도 꽤 비싼 편이고 늦게까지 영업을 하지도 않기 때문에 집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더 보편화되어 있고, 그 안에서 그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 적합한 방식의 저녁 식사로 아벤드브롯 문화가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우리나라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편인 슈퍼 마켓에서 장 보는 물가와 매우 다양한 종류의 빵과 소세지가 이러한 저녁 식사 문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얼핏 보면 다양한 메뉴 없이 빵만 먹는 심심하고 단순화된 식사 패턴으로 보이지만 수백 종류의 빵과 매우 다양한 소세지, 치즈 등을 곁들이는 등 단순함 안에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 독일의 식사 문화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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