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재 한국코치협회 코치

나성재 코치.
나성재 한국코치협회 코치.

투우사가 빨간 천을 흔들자 성난 황소는 날카로운 뿔을 앞세우고 돌진을 한다. 몸에 달라붙는 화려한 복장을 차려입은 투우사는 별로 움직이지도 않고 사뿐하게 춤을 추듯이 살짝 피한다. 사실 황소는 투우장에 나가기 전, 24시간을 빛이 완벽하게 차단된 암흑 속에 갇혀 있다고 한다. 그런 황소가 갑자기 햇빛에 나가면 극도로 흥분해 달려가게 된다. 하지만 결국 투우사의 수많은 창에 찔려 마지막 숨을 헐떡이는 운명을 맞이한다. 얼마 전 투우 동영상을 본 후, 나는 이 경기가 신기하기도 하고 끔찍하기도 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이렇게 성난 황소처럼 우리에게 달려드는 사람이 있다. 때로는 상사가, 때로는 동료가, 때로는 고객이 24시간의 어둠에 갇혀 있다가 이제 막 나와 햇볕에 한껏 자극받은 황소처럼 돌진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황소에 부딪히면 내상과 외상을 입고 피를 흘리며 정신을 못 차리게 된다. 때로는 황소를 피해 방관자로 눈에 띄지 않게 평생을 살아가기도 한다. 때로는 다른 경기장으로 옮길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극도로 흥분해서 달려오는 황소가 문제라고 불평을 해보지만, 이 세상 어디에도 이런 황소는 있기 마련이다. 필자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성난 황소가 달려오는 길에서 온몸으로 황소와 그대로 부딪히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는 황소를 탓하고만 있진 않을까? 세상의 모든 황소는 빨간색을 보면 그냥 달릴 뿐이다. 좋은 황소도 없고 나쁜 황소도 없다. 다만 세상에는 황소를 보고 뻣뻣이 굳어버린 투우사와 살짝살짝 춤추듯 피하는 투우사가 있는 것은 아닐까?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투우사가 되기도 하고 황소가 되기도 한다. 나도 때론 누군가에겐 입에 거품을 물고 미친 듯이 돌진하는 황소가 되기도 할 것이다. 황소는 투우사의 마음을 헤아려 줄 수 없다. 황소는 24시간의 긴 어둠과 적막의 고통 속에서 갇혀 있다가 이제 막 나왔을 뿐이다. 누군가 내 앞에 투우사로 서 있다면 나는 그가 동영상 속 투우사처럼 사뿐히 나를 피해주었으면 좋겠다. 얼어 있지만 말고 가벼운 춤을 추면서 멋지게 "올레~"를 외쳤으면 좋겠다.

[필자 소개]
나성재 코치는 알리바바, 모토로라솔루션 등 다국적 IT기업에서 다년간 근무하였고, 한국코치협회 코치이자, 현 CTP(Coaching To Purpose) Company 의 대표이기도 하다. 또한 NLP 마스터로 로버트 딜츠와 스테판 길리건의 공동 저서인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 번역서를 오는 6월 출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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