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의 의무화 규정을 발표했다. 이는 봉쇄 조치 완화를 대신하여 내려진 전국적인 조치이며 마스크 미착용에 따른 과태료의 부과 여부는 각 연방주별로 상이하나 가장 과태료가 높게 책정된 바이에른주 경우에는 개인에게 150유로 (약 20만 원)가 부가된다. 

발생 초기부터 마스크 착용을 강력히 권고했던 한국과는 달리 독일을 포함한 서방국가에서는 얼마 전까지 마스크 착용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왔다. 많은 매체와 전문가들은 마스크 착용은 손을 제대로 씻는 것보다 코로나 방역에 효과적이지 않으며 마스크 착용이 시민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부여해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등이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실제로 마스크 착용을 할 수 없던 이유는 단순히 마스크가 없어서였다. 거리에 마스크를 쓴 사람을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스크 구매는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일반적인 경로를 통한 구매는 불가능해 보였고, 온라인 상에서 마스크를 사재기해 높은 가격에 되팔이 하는 괘씸한 개인 판매자들만이 눈에 띌 뿐이었다.

개인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꺼리게 만들었던 것은 이방인 혐오에 대한 잠재적 공포였다. 공공장소에 마스크를 착용한 동양인을 마주치면 사람들은 그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여기는 듯했고, 이를 방증하듯 마스크를 쓴 동양인이 버스를 탔을 때 홍해의 기적처럼 그 주위가 한산해지곤 하는 것을 목격했다. 동양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보다 더욱 빠르게 퍼져나가는 듯했고 지난 2월에 들려온 베를린 지역에서 20대 중국 여성 2명이 물리적 폭행을 당했다는 뉴스는 이방인으로서의 삶에 환멸을 느끼게 했다. 

일반적으로 독일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할 정도로 몸이 좋지 않으면 외출을 삼가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여기에는 감기에 걸리면 병가를 내는 것이 자연스럽고 몸이 좋지 않으면 집에서 쉬는 것이 당연한 문화가 바탕이 되어있다. 독일 직원의 평균 병가 사용일 수는 매해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 2018년도 독일 직원의 평균 병가일 수는 18.5 일이라고 한다. 

한 저널리스트는 마스크 착용의 확산을 방해했던 요소 중 하나는 얼굴을 가리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한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얼굴을 가리는 것은 불순한 의도로 간주될 수 있고 이는 범죄와 관련된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며 이는 일반 시민들이 위협을 느낄 수 있게 한다고 덧 붙였다. 

마스크의 수급관리가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는 가운데 이런저런 핑계를 댔던 독일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감염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미처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한 시민들을 위해 면 마스크를 구매처를 알려주고 직접 면 마스크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참고로 스카프로 코와 입을 가리는 것도 착용으로 간주된다고 하니 마스크가 없는 시민들에게도 외출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 셈이다. 이러한 독일의 움직임을 보고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결국 이럴 거면서 머나먼 길을 돌아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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