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은 노동절이다. 프랑스 역시 노동절에는 매 해 전국 곳곳에서 노동자의 권리 향상을 위한 대규모 시위가 열린다. 시위라기 보단 연례행사에 가깝다.

프랑스 대혁명을 일으킨 나라답게 프랑스는 ‘시위의 나라’로도 불린다. 그만큼 1년 내내 거리에서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지난 2018년 11월 석유값 인상으로 시작된 노란 조끼 시위대(Gilets jaunes)는 정부의 부자 정책 등을 비판하며 현재 진행형이다. 또 지난 11월 부터 약 두 달 넘게 파리 전역을 마비시킨 철도 총파업 등을 보면 새삼 들어맞는 별칭이다.

‘시위’ 자체가 부정적인 우리나라와 달리 프랑스에서는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권리이다. 뜻이 맞아 시위에 참여하고 지지하는 것이 손가락질 받을 일은 아니다. 중, 고등학생 때 부터 환경 관련 시위나 여성 권리 증진 시위 등에 참석하는 학생들을 종종 볼 수 있는 곳이 프랑스다.

하지만 올해에는 ‘시위의 나라’가 무색할 정도로 프랑스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많이 줄어들 것 같다. 먼저 프랑스 최대 노동 조합인 CGT에서 노동절 대규모 행사를 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전국민 이동금지령이 떨어진데다 확진자와 사망자 모두 줄어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5월 11일 부터 정부는 이동에 대한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한다고 발표했지만 7월 까지는 사람이 많이 참석하는 모임이나 대규모 행사를 개최할 수 없다. 또한 주소지를 근거로 100km 내에서만 이동이 허락되어 실질적으로 타지방으로 이동도 불가하다. 프랑스에서는 이례적으로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는 한동안 못보게 된 셈이다.

대신 CGT는 대규모 시위 대신 각자 집의 발코니나 창문에서 학교 개학 연장과 최저임금 재평가에 대한 시위를 이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 시위는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할 예정이다. CGT는 자가격리 중에도 우리의 요구를 표현하는 시위는 이어져야 한다고 전했다.

노동절 연례행사가 형태가 바뀌어 진행되 듯이 노동절 전통 또한 이어진다. 프랑스에서는 노동절날 노동자에게 은방울꽃을 선물하는 전통이 있다. 은방울꽃을 선물하면 서로에게 행운이 깃든다고 믿는다. 은방울꽃의 꽃말이 ‘반드시 행복해진다’라고 하니 땀 흘린 노동자들이 누려야 마땅한 꽃말같이 느껴진다.

5월 1일 하루는 전국적으로 닫았던 꽃집 역시 문을 연다. 노동절 은방울꽃 선물을 위해서다. 거리 곳곳에서는 은은한 은방울꽃 향이 퍼질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등록된 가게가 아닌 길거리에서 물건을 사고 파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만큼은 손쉽게 은방울꽃을 구매할 수 있도록 어디에서나 은방울꽃을 볼 수 있다. 이동금지 기간이지만 정부는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하루 동안 슈퍼마켓 같은 가게 앞에서 은방울꽃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은방울꽃은 오랜시간 아름다운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만큼 꽤 가격이 나가는 편이다. 때문에 길거리에서 저렴하게 사는 경우가 많다. 봄이 찾아온 지 훌쩍 지났지만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꽃 구경도 못했다. 그리고 이동금지령은 아직 열흘이나 남은 상태. 봄처럼 집안 분위기도 바꾸고 남은 감금 시간 잘 버티기 위해 나에게 작은 은방울꽃 하나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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