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시대에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학교 수업의 온라인화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수험생들에게 '인강(인터넷 강의)'은 전혀 낯선 문화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규 교육 과정을 담당하는 학교라는 장소는 단순히 수업을 듣는 것 외에 공간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다가온 지금의 상황은 낯설기만 하다. 

사실 학교가 온라인으로 개학을 하고 수업 시간에 맞춰 교실 책상이 아닌 내 방 컴퓨터 앞에 앉는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로봇이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것보다 더 낯설 정도로, 어린 시절 꿈꿨던 2020년의 미래 도시에는 미처 없었던 모습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독일의 학교들도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코로나로 인한 휴교가 3월 16일부터 4월 19일 부활절 방학까지로 예상되었기에 대부분의 학교들은 과제를 내주고, 선생님이 이를 체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필자 또한 교사로 있는 한글학교 수업을 위해 매주 과제를 메일로 보내주고, 일주일에 한 번씩 통화를 하며 과제를 체크하고 한국어 말하기 연습을 함께 하곤 했는데, 통화할 때마다 학생들이 그들의 정규 학교 과제가 많다고 볼멘 소리를 하곤 했다.

하지만 부활절 방학이 지난 이후에도 코로나로 인한 상황을 더욱 지켜봐야 하게 됨에 따라 휴교 기간이 더 연장되면서 실시간 온라인 강의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4월 23일부터 졸업을 앞둔 학생들을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학교가 개학하기 시작하고 있고, 아비투어(Abitur, 한국의 수능과 같은 개념)도 주마다 차이가 조금씩 있긴 하지만 계획대로 5월에 치러진다고 한다. 

반면 4월에 개강을 하는 독일의 대학교는 처음에는 부활절 이후로 개강 자체가 미뤄졌다가 이제는 아예 이번 학기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부터 강의, 상담 등이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방향이 전환됐다. 

낯선 수업에 적응하는 것은 강의를 하는 입장에서도 듣는 입장에서도 쉽지만은 않다. 모니터에서 만나는 연세가 많으신 교수님은 본인 목소리가 들리는지 몇 번이고 되물으시고, 또 어떤 교수님은 PPT파일에 목소리를 녹음해서 2시간짜리 비디오를 학교 서버에 올리기도 한다. 또 어떤 교수님들은 줌 등의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실시간으로 온라인 수업을 한다. 

수업을 하는 입장에서 기존의 방식과 완전히 다른 방식의 수업을 준비해야 하기에 더욱 준비할 것이 많아졌다. 수업 대신 강의 자료와 과제물을 나눠주는 방식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강의 자료 외에 과제물까지 수업 준비도 두 배지만 과제물을 검토하는 업무까지 더해져 노동의 양이 늘어난 상황이다.

수업을 듣는 입장에서는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15분 전 쯤에 티셔츠만 말끔하게 갈아입고 컴퓨터 앞에 앉아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는 것이 학교에 가는 것보다는 간단하지만, 늘어난 과제와 그때 그때 질문을 하거나 피드백을 받기 어렵다 보니 모두들 온라인 강의가 결코 더 편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유학생 입장에서 이점 아닌 이점이 있다. 아무래도 수업시간에 토론을 하거나 발표를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독일인들에 비해 언어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면 발표도 없고 과제도 글을 써서 내는 방식 위주이다 보니 수업을 따라가기가 어떤 면에서는 수월하다고도 한다. 평소 같으면 하루 6시간, 8시간 독일어로 강의를 들을 엄두를 미처 내지 못했던 유학생들도 이 기회에 강의를 몰아 들으면서 학점을 채우고 발표 대신 에세이를 쓰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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