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지금 대중 교통, 슈퍼마켓, 미용실 및 실내 공공 장소에서는 무조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벌금을 내기 때문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모두가 성실하게 임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십대 청소년들이 검사원이 있을 때에만 마스크를 쓰고 있다가 슬쩍 턱에 걸고 가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마스크 착용이 처음부터 널리 행해진 것은 절대 아니다. 처음 코로나가 확산되던 때에는 마스크를 쓰는 것을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독일은 아픈 사람이 타인에게 감염시키지 않기 위해 마스크를 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지나가던 독일인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특히나 동양인이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필자 또한 슈퍼마켓을 가려고 마스크를 쓰고 걷다가 근처를 지나가던 한 독일 할머니로부터 한 걸음 멀리 떨어져 걸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할머니는 급히 스카프로 입을 가리는 제스처도 잊지 않았다. 마치 마스크를 쓴 동양인은 코로나 보균자라도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에 그 할머니의 태도는 꽤 오랫동안 상처로 남았다.

하지만 독일의 확진자 수치가 급격히 늘어나고 학교가 휴교를 결정하던 3월 중순부터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이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독일은 마스크 공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보니 유통 물량이 절대적으로 적었고, 이 시기 마스크를 구매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았다.

KF94나 pff2 같은 고성능의 마스크는 한 장에 만원 이상까지 가기도 했다. 필자 또한 마스크를 구해보려고 아마존, 이베이 등의 사이트를 백방으로 알아보다가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의 KF94 마스크를 이베이에서 10장에 35유로 정도에 구입했는데, 약 40일이 지나고서야 겨우 받을 수 있었다. 심지어 받은 제품은 KF94가 아닌 모양만 유사한 다른 것이었다.

이러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지속되는 동안 손재주가 좋은 사람들은 마스크를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기도 하고, 직접 만든 마스크를 판매하거나 혹은 마스크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배송료만 받고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거리에는 일회용 마스크만큼이나 알록달록 집에 남은 예쁜 자투리 천을 대서 만든 면 마스크가 많이 보인다. 특히 온라인 쇼핑에 서툰 나이가 많은 세대일 수록 색상이 화사한 면마스크를 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요즘에는 독일에서도 마스크를 구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대부분의 약국에서 덴탈마스크 또는 pff2 같은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고, 면마스크도 쉽게 구할 수 있다. 게다가 얼마 전부터는 지역에 따라서 일정 시간대에 동사무소에 앞에 가면 마스크를 나눠주는 곳도 있다. 

내가 사는 동네의 경우에는 아침 출근 시간에 회사가 밀집해 있는 지하철 역에서 덴탈마스크를 한 장씩 나눠준다. 한 때 이거 한 장 구매하는데 2.5유로까지 갔던 것을 생각해보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독일인이고 외국인이고 할 것 없이 아침에 무료 마스크를 받으면 기쁜 마음으로 '당케 쉔! (고맙습니다!)'을 외친다. 

이제 더 이상 누구도 마스크를 썼다는 이유로 타인을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고, 마스크를 얻을 수 있는 기회에 기뻐하게 된 것이다. 고작 2개월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마스크를 향한 독일인들의 태도가 변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새삼 코로나가 더 무섭게 느껴진다.

지난 기자 회견 때 메르켈 총리도 독일 내에 마스크 공급이 원활하도록 하겠다고 했으니, 이제는 마스크를 사려다 바가지를 쓰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또 마스크를 착용하는데 있어서도 따가운 시선은 줄어들었으니 이제는 독일에서도 마음 편히 마스크 쓰고 건강을 지킬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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