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위기로 독일에서는 한때 사재기가 성행했다. 사재기는 독일어로 Hamsterkäufe (햄스터코이퍼)라고 하는데 직역하면 햄스터식 구매로 햄스터가 먹이를 쌓아놓듯 집에 식량을 쟁여두는 것을 말한다. 이름은 귀여운 이 햄스터식 구매는 이름과는 달리 전혀 귀엽지 않은 식자재류의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

흥미로운 점은 가격대가 가장 많이 상승한 제품 군이 구매가 어려웠던 화장지나 쌀이 아니라 신선 식품, 특히 야채류라는 것이다. 최근 오이의 가격은 2유로대로 1유로도 채 하지 않던 작년과 비교해보면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과와 당근, 파, 양파 등도 조금씩 모두 가격이 올랐으며, 특히 호박, 콜리플라워는 70% 이상 더 비싸졌다고 한다.

물론 그 밖에 누들, 유제품 등과 같은 다른 제품 군도 10센트 안팎으로 가격이 조금씩은 올랐지만, 야채류만큼 크게 가격이 상승한 것은 아니기에 신선 식품의 가격대 상승은 더 눈에 띈다. 특히 신선 식품은 부패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간 저장 가능한 것이 아니므로 사재기로 인해 가격이 올라갔다고 하기에는 의문이 드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몇몇 기사에 따르면 홈오피스의 시작 및 레스토랑의 휴점, 그리고 학교 및 유치원의 휴교로 인해 육아에 몰두해야 하는 시간이 더 늘어남에 따라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하면서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관심이 더 늘어났다는 것이 한 이유라고 한다. 

최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SNS 속 주변 친구들의 일상만 보아도 집에서 요리를 해서 포스팅을 하고, 레시피를 공유하는 일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3월 18일 시작된 독일의 셧 다운 이후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의 새로운 관심사로 건강한 식습관이 떠오른 것이다. 특히나 현재 셧 다운이 코로나 판데미로 인한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건강한 음식에 대한 욕망은 더욱 이해가 된다.

신선 식품의 가격대가 올라가는 또 다른 이유로는 독일의 과일과 야채의 상당량이 스페인, 이탈리아에서 조달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특히 3-4월 코로나로 인해 가장 치명타를 입었었기에 수확에서부터 운송까지 인력이 부족하거니와 국경의 통제로 인해 평소보다 이동 시간이 더 길어졌다. 물류가 유통되는 기간이 평소보다 길어짐에 따라 식자재 공급에 어려움이 생겼고,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가격이 공식적으로 명시된 제품들의 경우 한 번 가격이 오르면 다시 내려오는 일이 거의 없는 것과 달리 신선식품은 공급량과 유통 속도 등에 따라서 언제든 가격이 다시 변화할 수 있으므로, 다시 가격대의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는 점이다. 

독일도 한국처럼 단축근무를 하면서 정부의 지원을 받는 회사들도 많고, 밖에 나갈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코로나로 인해 실직을 한 경우가 아니라면 코로나가 가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오르는 물가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만큼 생필품의 수요가 늘기 때문에 가계의 지출이 줄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단지 미래를 예상하기 힘든 현재의 상황으로 인해 발생한 지출에 대한 얼어붙은 마음만이 가계 경제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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