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재 칼럼] 가게를 이겨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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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재 칼럼] 가게를 이겨야한다
  • 나성재
  • 승인 2020.05.2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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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재 코치
나성재 한국코치협회 코치

집 근처 작은 골목 삼겹살집에 지인들과 함께 모였다. 삼겹살을 주문하자 김치, 고사리무침, 콩나물무침, 파김치가 철판 위에 푸짐하게 올라왔다. 삼겹살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지자 먹기 좋은 크기로 고기를 잘랐다. 삼겹살 두 점을 상추에 올리고 나물과 이 집 특제 소스를 곁들여 한 입에 넣었다.

"아! 맛있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렇게 쫄깃한 삼겹살은 처음이다. 심지어 배가 고프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집에 갈 때 매일 지나쳤던 가게인데 이런 맛 집을 모르고 그냥 지나치기만 했던 시간이 야속하기까지 했다.

식사를 거의 마치고 나갈 때쯤 식당 사장님의 손녀딸이 들어왔다. 고등학생쯤 되어 보였다. 

사장님은 손녀가 학교에서 공부를 그렇게 잘한다고 자랑을 시작했다. 공부하라는 소리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할머니는 학교도 제대로 안 다녔지만, 지금 이렇게 사장하고 있다고 말해요. 지 싫으면 공부하지 말라고 해요."

사장님이 우리에게 말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공부를 잘하는 거예요?"

일행 중 한 명이 물었다. 

"학교를 이긴 거예요."

알 듯 모를 듯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재차 물었다.

"나도 여기서 장사를 잘하려면 가게를 이겨야 해요. 손님을 이겨야 해요. 처음 장사할 땐 손님이 가게에 들어서면 눈 마주치는 것도 무서웠어요. 안절부절했어요. 그럴 때면 프라이팬을 잡은 손이 덜덜 떨렸죠. 그러면 음식도 간이 제대로 안돼요. 그래서 가게를 이기려고, 손님을 이기려고, 손님이 오면 일부러 손님에게 눈 맞추고 먼저 다가가서 인사도 하고 그랬어요."

사장님은 무용담을 얘기하듯 큰 소리로 얘기했다.

"처음부터 잘 되던 가요?"

내가 물었다.

“아이고, 그때는 장사를 마치고 집에 가서 눈물도 많이 흘렸었죠.”

가게에 졌던, 손님에게 졌던 할머니는 움츠러들기만 했었다. 떨리는 손으로 간조차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손님한테, 가게한테 기가 팍 눌려 있었던 것이다. 

할머니는 집에서 흘린 눈물을 딛고 일어서서 프라이팬을 굳게 잡았다. 그리고 손님에게 당당하게 눈을 맞추고 인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할머니는 가게를 이겼고, 손녀는 학교를 이겼다.

가게 문을 뒤로 하고 나오면서, 필자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식당주인은 가게를 이겨야 하고, 회사원은 회사를 이겨야 하고, 학생은 학교를 이겨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중심을 잡고 두 발로 당당하게 서서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가게와 회사와 학교를 이기지 못한다면, 두 손으로 세상을 잡고 덜덜 떨게 되는 것은 아닐까? 마치 젊은 시절의 삼겹살 가게 사장님처럼.

[필자 소개]
나성재 코치는 알리바바, 모토로라솔루션 등 다국적 IT기업에서 다년간 근무하였고, 한국코치협회 코치이자, 현 CTP(Coaching To Purpose Company)의 대표이기도 하다. 또한 NLP 마스터로 로버트 딜츠와 스테판 길리건의 공동 저서인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 번역서를 오는 6월 출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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