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칼럼리스트 

일본은 극심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인구감소를 겪고 있으며, 이는 일본 사회와 경제에 심각한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만드는 기업은 있기 마련이다. 

일본의 산큐 드러그 (39 Drug)는 고령자를 타깃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을 통해 경쟁이 치열한 드러그스토어 시장에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산큐 드러그는 기타큐슈 지역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기타큐슈의 주요 산업이었던 철강업이 1980년대 들어 사양 산업으로 전락하면서 젊은이들이 떠나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었다. 이에 따라 산큐 드러그도 인구가 많은 후쿠오카로 이전하지만 실패하고  3년만에 철수하였다. 인구가 많은 도시는 고객이 많은 장점은 있지만 경쟁이 너무 치열했던 것이다.  

사업의 본거지인 기타큐슈 지역에 집중하기로 결심한 히라노 겐지 (平野健二) 사장은 산큐 드러그를 어떻게 차별화 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한 단골 고령 손님의 ‘바지를 어디서 사야될 지 모르겠다’는 한 마디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지방의 경우 젊은이들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차를 타고 나가서 사면 되지만 노인이 되면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가는 것이 힘들다.  운전을 하기 힘든 노령자도 많고 거동이 불편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산큐 드러그가 철저히 고령자를 타깃으로 하여 노인들을 위한 물건을 팔기 시작하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전략 1: 노인들에게 필요한 물건은 다 있다
산큐 드러그는 1996년부터 고령자에게 필요한 물건을 다 파는 대형점포로 성격을 바꾸기 시작했다. 시중에서 파는 약 뿐만 아니라 처방약도 조제해 받을 수 있는 드러그스토어 본래의 기능에 더하여 식품부터 일용품까지 고령자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되는 물건은 무엇이든 다 팔고 있다. 예를 들어, 식품의 종류는 슈퍼와 맞먹을 정도로 구비하고 있다. 또한 지팡이와 같이 고령자들에게 필요하지만 시중에서 찾기 힘든 상품들이 상점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전략 2: 고밀도 출점 “고령자도 걸어서 10분 이내”
히라노 사장은 ‘고령자는 생활의 80%가 반경 400미터 이내에서 이루어진다’라는 한 통계 자료에 주목했다. 산큐 드러그 73개 점포의 대부분이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와 야마구치현의 시모노세키시에 자리잡고 있는데, 마치 대도시에서 편의점이 좁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출점하고 있는 것처럼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출점하고 있다. 출점에 관해서는 반경 500 미터, 즉 1킬로미터에 점포 1개라는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이는 “고령자도 걸어서 10분 이내” 즉, 고령자가 매일 걸어서 쇼핑하러 오는 곳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전략 3: 고령자의 건강은 우리가 책임진다 
기타큐슈시의 한 점포는 같은 부지 내에 내과, 이비인후과, 소아과, 산부인과를 유치, 이에 더하여 고령자 주택까지 유치하여, ‘의료 몰’을 만들었다. 고령자가 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뒤 약을 받고 이어서 드러그스토어에서 생활용품까지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것이다. 

또한 산큐 드러그는 ‘관리영양사’라는 국가 자격을 보유한 사람을 직원으로 뽑는다. 보통 관리 영양사는 병원 등에 소속되어 영양 지도와 식단을 만드는 일을 하며 이들이 드러그스토어에서 근무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하지만 산큐 드러그에는 60명 이상의 관리영양사가 재직하고 있다.

관리영양사들은 ‘스마일클럽’이라고 하는 건강 교실을 운영하는데, 이는 회원제로 운영되며 월 2700엔으로 식사와 운동을 서포트하고 있다.

반 년전에 입회한 한 고령 여성은 단 것을 좋아해서 매일 케익을 먹는다. 그러다보니 체지방률이 37%를 넘어섰다. 관리영양사가 체지방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지도하고 있다. 우선 매일 식사를 기록하도록 했으며, 식사 시 야채를 먼저 섭취하는 등 혈당치가 갑자기 올라가지 않도록 하는 식사법도 지도 했다. 또한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근육 트레이닝도 알려준 결과 반년만에 체지방이 2% 감소했다. 관리 영양사는 지역 주민의 집을 방문해서 식사나 영양 지도도 행하기도 한다. 

전략 4: 무엇이든 편하게 물어보세요 
산큐 드러그의 점포에서는 점원과 고객이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흔하다. 가게가 넓고 워낙 다양한 물건을 팔고 있기 때문에 물건을 찾기가 힘든데 이 곳의 점원들은 친절하게 계속 고령 소비자의 쇼핑을 도와주고 있다.

이는 산큐 드러그의 독특한 시스템 때문이다. 안내가 끝나면 점원이 고객에게 무언가를 건네는데, 이는 ‘상담 포인트 카드’이다. 고객이 점원에게 말을 걸거나 상담을 하면 받을 수 있는 카드로 1매에 5포인트 즉, 약 5엔 (한화 55원)에 해당한다. 고령 손님은 부담없이 편하게 말을 걸 수 있어 손님과 직원 간의 거리가 좁혀질 뿐만 아니라 포인트를 사용함으로써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산큐 드러그의 중요한 전략도 숨겨져 있다. 사소한 대화를 통해서도 고객의 건강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기에 고객과 점원이 적극적으로 소통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렇듯 철저하게 고령자를 대상의 차별화된 전략에 힘입어 산큐 드러그는 연간 매출 230억엔, 종업원 1400명을 고용하는 규모로 성장했다.“회사의 목적은 이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지역에 계속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약국을 만들고 싶다”는 히라노 대표의 말처럼 산큐 드러그는 고령자와 지역에 없어서는 안 될 인프라같은 존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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