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등쌀'에 투자자 '금싸라기 땅' 외면

대한항공이 소유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사진 = 뉴스1
대한항공이 소유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사진 = 뉴스1

서울시와 정치권에서 강하게 '공원화' 의지를 드러낸 서울 종로구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대한항공이 경영난 탈출을 위해 어렵게 부지 매각에 나섰지만, 결과는 흥행 참패로 돌아왔다. 

11일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5시 마감된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매각 입찰 의향서(LOI) 제출 기간에 단 한 곳도 매수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광화문광장, 인사동, 경복궁이 가까워 호텔부지로 최적의 입지를 자랑하는 곳에 단 한 곳도 입찰하지 의향서를 내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서울시와 정치권의 눈치가 보여서다. 

개발 인·허가권을 지닌 서울시는 공개적으로 수의계약을 요구한 상황이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종로구)도 이곳에 공원을 만들겠다고 공약을 내건 상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경복궁과 인접해 있는 부지 특성상 서울시의 협조가 없다면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해 헐값에 나왔다 하더라도 매각이 쉽지 않은 부지"라고 평가했다.  

서울시는 이미 지난달 27일 제7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공원 결정안 자문을 상정, 공원 조성 찬성 입장을 얻었다. 지난 5일에는 송현동 부지 보상비로 4670억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민간기업인 대한항공이 소유한 부지에 대해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공원화를 결정하고 사업 추진을 위한 밑작업을 끝낸 것이다. 심지어 서울시는 부지 보상비를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분할지급한다는 내부 방침까지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해당 부지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중요한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는 시각에 따라 서울시의 행동은 횡포, 갑질로 보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최근 송현동 부지 매각과 관련해 "제값에 안 팔리면 갖고 있겠다"며 헐값에 매각하지 않겠다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한편 대한한공 송현동 부지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갈 경우 대한항공은 자구안을 전면 수정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은 올 1분기에만 5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분기에는 더 심각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채권단은 1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내년 말까지 2조원의 자본 확충을 요구한 바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대한한공이 송현동 부지 매각을 통해 약7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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