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업체 현장 점거 후 유치권 행사

삼성중공업이 건조 중인 FPU./사진 =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 중인 FPU 자료사진./사진 =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에서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는 하도급 갑질 문제가 또 터졌다. 이번엔 1조5000억원 규모의 대형 해양플랜트 현장이다.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한 하도급사가 시설물 일부를 점거하고 유치권 행사에 나선 것이다. 

유치권 행사가 장기화하면 해당 해양플랜트 납기 일정에 차질이 생겨 막대한 페널티를 물을 수 있다. 이 경우 실적 악화 일로를 걷는 삼성중공업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하도급사 티에스에스-지티(TSS-GT) 회사 직원 10명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해양플랜트 '매드독' 현장 출입구를 봉쇄하고 공사 현장을 점거, 농성에 나섰다. 

이들은 2019년 10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삼성중공업의 발주를 받아 부유식 해양생산설비에 대한 케이블포설작업, 관철작업, 배관작업 부문 공사를 진행하고도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티에스에스-지티측은 "공사대금 총 60억원 중 미지급 대금은 20억원이며 이로 인해 근로자 180명의 임금과 자재비를 마련하지 못해 노동청에 신고까지 당했다"며 "삼성중공업의 협력사들이 임금체납과 빚더미의 벼랑으로 몰리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번 현장 점거 사건은 앞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드러난 삼성중공업의 오랜 하도급 갑질 건과 유사하다. 당시 조사에서 삼성중공업은 여러 하청사에 구두로 추가 공사를 발주하고 계약서면을 발급하지 않았다. 계약서에 없다며 추가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고, 하도급 대금을 일방적으로 확정하고, 허위견적을 협력사에 강요했다. 

티에스에스-지티측은 "삼성중공업이 납기일정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계약서 없이 일을 먼저 시켰다"며 "공사가 끝나니 구두 계약은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3억원 밖에 줄 수 없다고 태도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하도급 갑질 실태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와중에도 이 같은 행태가 벌어진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공정위 제재 발표 이후에도 피해구제,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삼성중공업으로부터 갑질 피해를 입은 한 하도급사가 청와대에 피해구제를 요청하는 청원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티에스에스-지티가 농성 중인 매드독은 2017년 1월 영국 국영석유회사 BP가 발주한 부유식 해양생산설비(FPU)다. 수주금액만 1조5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사업이다. 납기는 오는 8월까지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은 매드독 생산에 들어가면서 '납기'와 '목표 원가'를 준수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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