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의 생활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장기화하면서 외식·배달식을 즐겨 먹던 1인 가구의 식생활에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밀키트 등 다양한 간편식의 존재 역시 이러한 흐름을 부추겼다. 

서울연구원이 수도권 1인 가구의 외식행태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1인 가구의 39.5%가 주 2~3회 외식을 한다. 비수도권은 21.6%다. 주 1회 외식은 수도권은 15.1%, 비수도권은 23.3%로 집계됐다. 배달·포장은 수도권은 주 1회가 47.7%, 비수도권은 38.4%로 가장 많았다. 

즉 1인 가구는 집밥이 아닌 외식이나 배달식에 의존하는 경향이 다인(多人)가구보다 높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0%에 육박했고, 향후 이 비중이 37.3%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1인 가구의 식생활 개선은 정책과제로 언급될 만큼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로 '홈족(Home族)'이 대세가 되면서 1인 가구 식생활 문제의 전환기가 찾아왔다.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면서 1인 가구 역시 집안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귀찮아서', '요리를 못해서' 등의 이유로 외면했던 주방에 1인 가구가 들어서게 된 것이다. 

일단 요리를 위한 환경 자체가 좋아졌다. '요린이'(요리 초보자)를 위한 밀키트부터 정기적으로 가정식을 배달해 주는 '구독경제' 형태의 서비스까지 다양해서다. 

'밀키트'(Meal kit)는 쿠킹박스라고도 불리는 데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와 적당량의 양념, 조리법이 하나의 세트로 제공되는 제품이다. 간단한 김치찌개, 순두부찌개부터 스테이크, 스파게티, 양장피, 탕수육 등 종류도 다양하다. 레시피에 맞춰 동봉된 식재료를 간단히 볶거나 삶는 과정 등을 통해 누구나 쉽게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잠깐의 시간만 투자하면 맛있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어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가정식 배달 서비스'도 진화했다. 밑반찬부터 일품요리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고, 반조리 상태의 음식을 배달하는 곳부터 완벽히 조리된 음식을 간단하게 데워서 먹으면 되는 상태로 배달하는 곳도 생겼다. 날짜, 시간만 정해주면 알아서 배달해 주니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채중관리를 위한 다이어트식, 건강상태에 맞춘 건강식 등 차별화된 메뉴를 앞세운 서비스도 있다. 일반적으로 단순한 배달음식보다는 식자재, 영양 등의 질이 높다. 간단하게 밥만 하면 '집밥'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1인 가구가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주방 소형 가전시장도 수혜를 보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편리함을 더해 줄 수 있는 소형 가전이 구매욕을 자극해서다. 

세련된 디자인과 기능을 갖춘 오븐토스터, 소형 전자레인지, 에어프라이어, 소형 밥솥, 소형 식기세척기, 소형 인덕션, 전기 포트, 미니화로, 믹서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기름을 사용하지 않고도 각종 냉동식품, 통삼겹살, 치킨 등을 조리할 수 있는 에어프라이어는 주방 필수품으로 떠올랐다. 세련된 디자인으로 플레이팅 효과까지 주는 1·2구 소형 인덕션은 최근 인기를 누리는 제품이다. 식사 후 귀찮은 설거지를 대신해줄 수 있는 식기세척기는 개선된 성능에 몸집까지 작아진 제품이 출시되면서 '홈쿡' 필수품이 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를 위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나온다는 것은 1인 가구의 삶의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혼자지만 잘살고 싶다는 욕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비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시장에서 이에 맞춘 소형 주방 가전이나 소포장 제품, 밀키트가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정희선 애널리스트는 "밀키트는 1인 가구에게 집에서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있게 만든다. 다양한 업종에서 기업들이 밀키트 사업에 참여하면서 1인 가구의 생활이 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콤팩트한 생활가전을 넘어 솔로 라이프를 더욱 풍요롭게 해줄 엔터테인먼트성이 강화된 제품도 속속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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