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긴 이동제한 조치를 지나 자유롭게 외출하고 보고싶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일상으로 돌아간 프랑스. 예년과 같이 테라스에서 여유롭게 햇살을 즐기고 광장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긴다.

7월부터 8월까지는 프랑스인들의 공식적인 여름 휴가 기간이다.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올여름 휴가를 떠난다고 응답한 비율은 약 44% 정도며 대부분 국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바캉스 기간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파리에서는 유명한 빵집 문이 열려있고 맛집들이 영업을 하는 모습이 반증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든 프랑스에서 조금 변한 것이 있다면 지하철을 탈 때나 마트, 상점, 쇼핑몰 등 내부 입장 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카페, 바, 레스토랑 등에서 메뉴판을 없애고 QR코드를 통해 메뉴를 안내하는 추세다. 정부의 지침이라면 반색부터 하는 프랑스인들 이지만 잘 적응해가고 있는 모양새다.

파리에서 어색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평소라면 파리 이곳저곳 명소마다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벼야 하는 여름철이지만 실상은 외국인 유학생들 마저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줄으니 이들을 상대로 활개쳤던 소매치기들 마저도 자취를 감췄다. 이동제한령으로 한동안 자동차 사용이 큰폭으로 줄면서 유럽에서 공해도시로 악명 높은 파리의 하늘은 청명함을 되찾았다. 저녁 때마다 센강 주변 쓰레기통을 파헤치던 생쥐들 역시 최근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현재 파리는 밤 10시가 되어야 해가 지기 시작한다. 야경을 보기 위해 홀로 에펠탑을 찾고 몽마르트에 오르거나 센강을 거닐어도 좋은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최근 찾은 에펠탑 건너편 트로카데로 광장은 밤 늦은 시간까지 파리지앙들로 북적였다. 새벽 한 시 에펠탑의 불이 꺼졌지만 사람들은 여전했다. 또 하나의 모임 장소인 몽마르트 언덕 역시 잠들지 않았다. 바람 부는 언덕 위 샤크레 쾨르 성당을 비추는 조명 아래 앉아 보는 야경은 참 따뜻했다.

지난 2017년 기준으로 외국인 관광객 약 8천 7백만명을 기록했던 프랑스. 이와 함께 이태리, 스페인 등 많은 유럽국가의 관광 산업이 이들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유럽연합 EU는 7월 1일부터 14개 국에 국경을 개방했고 한국도 포함됐다.

엠마뉴엘 마크롱 대통령은 마지막 대국민 담화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상대로 첫번째 승리를 거뒀다”며 미소지었다. 하지만 여전히 엠뷸런스 소리가 끊이질 않고 거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찾기 힘들다. 기침 한 번 마음놓고 하기도 쉽지 않다. 국경 개방으로 올여름 파리를 찾는 관광객이 얼마나 될 지 모르겠지만 파리지앙들은 일상을 감사해 하며 조심스럽게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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