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거주지 등록을 하게 되면 어느 누구라도 같은 편지를 받게 된다. 이는 다름 아닌 제1공영방송인 ARD, 제2 텔레비전인 ZDF 그리고 독일 라디오 Deutschland radio에서 함께 징수하고 있는 공영방송국에서 온 방송 수신료 지불 요청 편지이다. 

독일에서는 국적에 관계없이 주거지에 등록된 모든 사람들이 방송 수신료 지불의 의무를 가진다. 언어 장벽으로 인해 미디어 접근이 어려운 외국인도 예외는 아니다. 수신료는 월 17,50 유로로 연간 210유로 (한화 약 28만 원)이며 사람 수에 관계없이 한 가구당 부과된다. 예전에는 실제로 방송을 이용하는 가구만 수신료의 의무를 지고 있어, TV 나 라디오의 소유 여부를 조사하는 조사관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2013년 개정안으로 인해 TV, 라디오 또는 기타 수신기를 소유하고 있는지 여부는 관계가 없이 주거지에 등록된 사람은 수신료를 지불해야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16년 한 가구당 책을 제외한 미디어에 소비한 비용 월 39유로 중 42%가 방송 수신료에 지불되었다고 하니 이 요금이 차지하는 위치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일부 시민들은 이 요금이 부당하다고 여겨 소송을 제기하였고 연방 헌법 재판소는 가구당 부과되는 방송 수신료가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재판소는 이 개정안인 다른 주거 형태보다 1인 가구에게 더 많은 부담을 주지만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추후에 유럽 사법 재판소(ECJ) 도 이러한 독일의 방송 수신료가 합법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이 수신료가 면제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콘텐츠 접근이 어려운 청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은 이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며 실업수당 등 사회 지원을 받는 이들 또한 면제의 대상이다. 대학 보조금을 받은 학생이나 직업 훈련 수당을 받는 이들도 수신료 면제받거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기업, 기관 및 사업장도 수신료의 의무를 지닌다. 2013년 이후로는 개인과 마찬가지로 TV, 라디오 또는 기타 수신기의 소유 개수와 관계없이 수신료의 의무를 지게 되었으며 수신료는 사업장 수와 상시직원 수 그리고 법인 차량 수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개정안으로 훨씬 더 많은 비용의 지불의 의무를 지게 된 드럭스토어 Rossmann, 자동차 렌털회사 Sixt 및 슈퍼마켓 Netto 등과 같은 기업들이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기각되었다. 

한편 코로나는 이러한 무적의 방송 수신료도 한발 물러나게 만들었는데 지난 5월 발표된 결정에 따르면 기업, 기관 및 사업장이 코로나 사태로 인한 정부의 공식 명령으로 3개월 동안 영업이 중지되었다면 이 기간 동안 수신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고 한다. 

내년에는 방송 수신료가 18,36 유로로 오른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 들려왔다. 그래도 투명한 독일 공영방송을 기대하며 TV도 라디오도 없는 1인 가구인 필자는 이번 달도 착실하게 방송 수신료를 지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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