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라는 뜻으로 흑인들을 상대로 한 인종차별 철폐를 외칠 때 사용하는 구호다. 인스타그램에서만 2천2백만 건이 넘는 해시태그를 기록하며 전세계적으로 인종차별 철폐를 공론화하고 연대의식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인종차별은 흑인에게만 적용되지 않으며 미국에 국한된 이야기도 아니다. 유색인종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로 동양인인 우리도 예외일 수 없으며 이곳 프랑스에서도 왕왕 발생한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파리 길거리에서는 아시아계 여성을 상대로 한 캣콜링이 만연하다. 또한 느닷없이 아시아인들에게 ‘칭챙총’ 하며 비웃는 사람들도 사라지지 않았다. 아시아 여행객들이 그룹 지어 파리 시내를 걷거나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으면 백발 노인이 나타나 ‘너네 나라로 가라’고 소리를 지르는 경우도 종종 목격하곤 했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아시아인 차별을 넘어 혐오에 가까운 현상은 더욱 심각해 지고 있는 모양새다. 프랑스 남부의 교육도시인 몽펠리에(Montpellier)에서 최근 한국인 남성 유학생이 인종차별을 당한 뒤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20대 한국인 유학생이 귀가 중 10대 청소년 3명으로부터 인종차별적 조롱을 당해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자 이들은 집단 폭행 뒤 흉기를 사용했고 현재 한국인 유학생은 중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이 시내 중심가에서 발생하면서 프랑스 거주 아시아 유학생들은 긴장하고 있다. 아시아인들을 상대로 한 인종차별과 폭행은 잊을만 하면 다시금 거론된다. 아시아인을 비롯한 외국인 거주 비율이 높은 파리에서는 더욱 자주 접하게 되는 문제이다.

실제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 친구들이 인종차별을 당한 뒤 물건을 빼앗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시작되기 전에는 에펠탑 조명쇼를 보고 늦은 밤 귀가하는 동양인을 상대로 한 범죄가 심각했다. 괜히 아시아인들에게 시비를 건 후 폭행해 핸드폰, 지갑 등을 훔쳐가는 것이다. 주 프랑스 한국 대사관에서도 당시 관련 절도 사건이 빈번하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주변에 이런 인종차별을 넘어서 혐오 범죄에 노출되는 피해자는 주로 거리에 혼자있는 아시아인들이다. 파리 북역 주변과 북쪽은 외국인 특히 동양인들이 피해야 하는 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안전한 구역이라 할지라도 밤 늦은 시간 홀로 거리를 걷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 유색인종이라면 누구나 범죄의 위험에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이상 인종차별로 인한 피해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조심할 필요 없는 날이 찾아왔으면 한다. 우리 세대에 인종차별이 종식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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