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는 공식적으로 1년에 두 번 대대적인 세일을 진행한다. 여름과 겨울 각각 6주 동안 진행되는 이 세일기간은 프랑스인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 역시 기대하는 기간이다. 이 기간에 맞춰 프랑스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있을 정도다. 할인율이 대략 40%에서 80%로 높은 데다가 거의 모든 제품군에서 세일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세일이라고 해서 철 지난 제품들만 내놓는 것이 아니라 올여름에 나온 신상 제품들도 세일에 대거 적용되기 때문에 이때만은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전자 제품, 가구 등 생활용품부터 가방, 옷, 신발, 시계, 화장품 등 사치품까지 거의 전 브랜드와 매장에서 세일에 들어가기 때문에 소비자로서 반길 수밖에 없다.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더라도 가격을 보면 결제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 프랑스 세일의 매력이자 마력.

여름 세일은 대개 6월 말부터 시작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상점 영업 재개가 늦어지면서 세일기간 역시 한 달 늦춘 7월 24일부터 시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프랑스의 어려운 경제를 살리고 시민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고자 일주일 앞당긴 7월 15일부터 세일을 시작했다.

프랑스에서는 정부에서 정한 공식 날짜보다 먼저 할인 행사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몇몇 브랜드들은 손님을 조금이라도 일찍 끌기 위해 눈치 싸움을 한다. 세일 ‘soldes’(쏠드)이라는 말은 공식 기간에만 사용할 수 있다. 때문에 ‘soldes’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정부의 규율을 교묘하게 피하고 서둘러 할인 경쟁에 들어가는 매장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올해의 경우 오는 11일까지 세일기간이 계속되는데 세일 막바지로 갈수록 할인율이 대폭 커진다. 가전제품이나 가구같이 고가의 제품은 조금 기다렸다가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옷이나 신발 등 사이즈가 있는 제품들이나 유명 브랜드의 경우 세일 첫날, 상점 문이 열기도 전에 줄을 설만큼 소비 경쟁이 치열하다. 운이 좋으면 세일 막바지라 하더라도 내게 맞는 사이즈의 상품을 찾을 수 있지만 복불복인 만큼 소비에 결단이 필요하다.

두 달 간 락다운에 돌입했던 프랑스에서는 락다운 직후 보복 소비 현상으로 인해 대부분의 상점에서 길게 줄을 선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이번 세일기간에는 여느 때와는 다르게 한산하고 조용한 분위기다. 파리를 찾는 여름철 관광객이 예년만 같지 않은 데다가 파리지앵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바캉스를 떠난 것도 한몫했다.

필자는 조용히 집앞 쇼핑거리에 나가 눈으로만 보겠다던 원피스 하나를 50% 세일가격에 맞이했다. 며칠 전까지 할인율은 40%였다. 돈을 번 기분이었다. 웬만해서 세일 막바지에 구하기 힘든 사이즈인 0이 남아있는 것을 보니 좀 더 구경하러 나섰다간 소비요정이 될 것 같다.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