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칼럼리스트
정희선 칼럼리스트

연공서열, 종신고용. 일본의 고용 시장을 대변하는 두 단어가 이제 옛말이 되어 가고 있다. 경제가 고속 성장을 하던 1960년대부터 일본 기업들은 갓 대학교를 졸업한 신입사원을 일괄적으로 다수 채용, 사내에서 교육시키며 육성했다. 직원들 또한 한 번 입사한 회사를 평생 다닌다는 마음가짐으로 헌신했고, 대신 회사는 직원들이 중산층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장해줬다. 

일본의 채용 시장 또한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신입사원 채용은 대부분의 회사가 정해진 기간에 동일한 절차에 따라 진행하며, 경력직은 헤드헌팅사를 이용해 채용한다. 

하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이러한 일본의 고용 시장, 그리고 채용 방법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코로나로 인해 고용 시장이 얼어 붙었음에도 불구하고 2020년 6월 ‘유효구인배율’이 1.11배를 기록하였다. 즉, 일할 사람은 100명인데 반해 일자리는 111개가 존재하는 것이다. 1년 전인 2019년 6월의 구인배율은 1.6 수준에서 맴돌았다. 160개의 일자리가 직원을 구하고 있으나 일할 사람은 100명밖에 없는 심각한 일손 부족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최근 일본의 고용 시장은 구직자에게 매우 유리한 시장이 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이직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불과 10년 전에는 일본에서 이직을 자주 하는 사람은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해 2~3년에 한 번씩 이직하는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경력자의 이직이 활발해지면서 문제로 떠오른 점이 바로 헤트헌팅 에이전시이다. 일본의 헤드헌팅사는 경력자가 채용되면 적게는 경력자 연봉의 30%, 많게는50%까지 커미션을 가져간다. 커미션이 높고 일본 이직 시장이 팽창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에이전시가 난립하고 있다. 일본의 채용 시장이나 클라이언트 회사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는 비전문가들이 헤드헌터로 활동하는 경우도 많다. 구직자의 경력과 맞지 않는 회사를 소개한다거나 자신의 커미션을 위해 무리하게 인터뷰를 잡는 경우도 흔하다. 

필자도 일본에서 취업 및 이직 활동을 진행하면서 함께 일한 헤트헌터가 나에게 맞지 않는 포지션을 추천한다거나, 인터뷰어에 대하여 잘못된 정보를 전해주어 인터뷰에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등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 

이러한 일본의 이직 시장에 최근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회사가 있다.  지인 추천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 기업 ‘원티드랩’이다. 원티드랩은 2015년 한국에서 ‘원티드’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지인을 추천하고 추천한 지인이 합격되면 추천인과 합격자 모두 50만원 이상 보상을 받는 시스템이다. 기업은 채용이 확정되기 전에는 아무런 비용도 부담하지 않고, 채용이 확정되면 원티트랩은 합격자 연봉의 7%를 가져간다. 한국의 헤드헌팅 회사가 연봉의 15~20%를 수수료로 받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도 안 되는 금액이다. 서비스 출시 이후 한국에서 1000개 이상의 기업 고객을 확보하여 빠르게 성장했다. 

이러한 원티드랩이 첫 해외 진출지로 선택한 나라가 일본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일본의 채용 시장은 변하고 있으나 헤드헌팅 에이전시는 변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원티드는 자신들의 서비스가 일본 채용 시장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평균적으로 연봉의 약 30%에 달하는 커미션을 지불하면서 사람을 구했으나 금새 떠나는 직원이 많아지면서 일본 기업들도 부담이 덜 되는 새로운 시스템을 찾기 시작했다. 

이에 더하여 철저히 일본 시장에 맞춘 현지화 전략은 원티드가 일본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한 비결이다. 마케팅 메시지도 한국과는 다르게 진행했다. 한국에서는 지인 추전이라는 점을 마케팅의 핵심으로 삼았으나 일본에서는 ‘추천’ 대신 ‘응원’이라는 단어를 핵심 메시지로 삼았다. 이는 일본에서는 지인을 추천하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추천한 지인이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빠르게 이직을 할 경우 자신이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부담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티드는 ‘추천’이 아닌 ‘응원’이라는 마케팅 메시지로 일본 시장에 접근했다. 

원티드랩이 일본 시장에 진출한 2016년에는 클라이언트 기업이 50개였지만 현재는 35,000개의 회사가 등록되어 있을 정도의 커다란 플랫폼으로 성장하였다. 또한 페이스북, 트위터, 우버 등 많은 글로벌 기업이 원티드를 이용하여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이용하면서 원티드는 믿을만한 채용 플랫폼이라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이 일본의 불합리한 채용시장의 관행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시장의 불합리한 점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책을 제시할 수 있는 아이디어, 그리고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실행력이 있다면 한국 기업도 얼마든지 일본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원티드랩이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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