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은 연일 계속되는 폭우로 여름철 비 피해가 심각하지만, 프랑스는 40도를 웃도는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약 2주 동안 계속된 폭염은 지구온난화에서 비롯한 기상이변으로 이곳에서도 흔치 않은 현상이다.

찜통 같은 더위 속에서 프랑스 사람들은 어떻게 지낼까. 프랑스는 에어컨 설치비용이 비싸고 설치 시에도 집주인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등 여러 이유들로 인해 에어컨이 없는 집이 대부분이다. 대부분 작은 스튜디오에서 거주하는 혼족들에게 에어컨은 그야말로 사치라고 할 수 있다. 작은 선풍기 하나에 기대서 폭염이 가시길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손님을 맞이해야 하는 상점이나 레스토랑의 경우 에어컨을 사용하는 곳이 있긴 하지만 한국처럼 대부분 에어컨을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다. 파리 지하철 역시 약 20개 노선이 있지만 그 중 에어컨이 가동되는 노선은 3개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파리지앵들이 이미 여름 더위에 적응했을만도 하지만 40도를 웃도는 폭염에는 장사가 없는 게 사실이다. 파리시에서는 일찍부터 도심 곳곳에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호스를 설치했다. 수영장 단체 샤워 부스 같은 모형에 차가운 물이 계속해서 나오기 때문에 보행자들은 잠시나마 더위를 식힐 수 있다.

특히 7월부터 8월까지 운영되는 파리 플라쥬(Paris plages)는 휴가를 미처 떠나지 못한 파리지앵들에게는 위로를 관광객들에게는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센느강변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파리 플라쥬는 인공해변으로 파라솔과 해수욕장 벤치가 설치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센느강을 바라보며 휴가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했다. 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해변가 같은 안식처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파리에는 한강 야외 수영장 같은 시설도 있다. 파리 북쪽 라 빌레뜨(La villette) 공원에 위치한 운하에서는 여름에만 일시적으로 야외 수영장을 운영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협에도 더위를 식히기 위해 많은 이들이 운하로 뛰어들곤 한다.

안 이달고(Anne Hidalgo) 파리 시장은 공원의 24시간 개방도 허가했다. 보통 파리의 공원은 해가 지는 시간에 맞춰 문을 굳게 잠근다. 혹시라도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2015년부터 폭염에 잠 못 드는 밤이 계속되면서 여름철 종일 문을 열어두는 공원이 늘고 있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공원을 찾는 파리 젊은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최근 프랑스는 하루에 약 2천명 넘게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될 만큼 2차 확산이 시작됐다. 이에 따라 각 주별로 야외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고 있다. 파리는 다른 곳보다 상황이 심각해 약 100여 곳에서 마스크 착용을 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 벌금 135유로(약 19만원)를 내야 한다. 40도 폭염에 마스크까지 2020년은 봄이나 여름이나 꽤 험난한 한해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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