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경기 광주시 오포읍 소재 마스크 생산 업체 (주)원일인어스는 전날부터 내린 폭우와 함께 쏟아져 내린 토사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당시 공장 내부에는 수출을 위해 생산해 놓은 마스크와 원자재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결국 원일인어스는 이번 수해로 생산해 놓은 마스크와 원자재 대부분을 폐기해야 했고, 수출 계약 역시 파기 위기에 놓여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 사건은 언뜻 보면 자연재해를 입은 안타까운 중소기업의 사연 같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림산업이란 대기업이 끼어있다. 

원일인어스 공장 바로 뒤로 대림산업이 공사 중인 안성~성남 구간 9공구 도로 건설 사업 현장이 있어서다. 

원일인어스에 따르면 대림산업이 조성 중인 도로 건설 현장에서는 이미 수차례 비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이에 이번 장기간 지속된 폭우로 토사가 공장으로 흘러들어올 것을 우려했고 관련해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에 적절한 예방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대림산업은 비 피해를 막기 위해 직경 2m 수준의 작은 침사지를 조정하는 식의 주먹구구식 조치만 취했다. 

현장의 안일한 조치가 결국 대규모 토사 범람으로 이어진 셈이다. 

실제로 원일인어스 공장 소유주는 한국도로공사측에 지난 4월 침수피해에 대해 조심해 달라고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고, 답변도 받았다. 

대림산업이 현장에 충분한 침사지를 조성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사고인 셈이다. 

사진 = 원일인어스
사진 = 원일인어스

이에 원일인어스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폭우'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증거로 사고 현장에서 이뤄진 무리한 벌목과 흙더미로 방치된 현장을 제시했다.

또 사고 이후 공장을 방문한 대림산업 직원 역시 침수 현장을 확인하고 과실을 인정, 대림산업측이 준설차량과 살수차를 동원해 후처리를 지원한 것 역시 그 증거라는 주장이다. 

원일인어스 관계자는 "사고원인이 분명한데도 대림산업은 보상금을 놓고 힘없는 중소기업을 압박하고 있다"며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대림산업 관계자는 "큰비가 와서 해당 기업이 피해를 본 것은 맞지만 책임 여부는 따져봐야 한다'며 "해당 기업에서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현장 담당자가 대화를 통해 합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합의금 규모다. 원일인어스와 대림산업간 간극이 너무 크다. 원일인어스는 명백한 대림산업측 관리부실로 인한 인재라며 피해액의 80%를 요구한 상태다. 그러나 대림산업측은 자연재해로 인한 것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원일인어스 관계자는 "대림산업 현장직원과 협의를 진행했는데 터무니없는 금액으로 합의를 종용했다"며 "과실을 인정할 때는 언제고 태도가 돌변해 토사로 인해 제품이 피해를 본 것이 맞는지 입증하라며 적반하장으로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당초에 한국도로공사, 대림산업, 대림산업 협력사, 원일인어스 등 4자 협의 당시 우리는 확실한 피해 보상을 위한 현장 조사를 직접 실시하라고 요구했는데 대림산업이 이를 거부하고서, 이제 와서 제품 피해 사실을 우리보고 입증하라고 했다"고 분노했다. 

대림산업 도로공사 현장. / 사진 = 원일인어스
대림산업 도로공사 현장. / 사진 = 원일인어스

한편 대림산업은 이준용 명예회장이 이번 집중호우 피해 복구 지원에 사재 20억원을 기부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명예회장은 지난해 12월 사랑의열매에 10억원을 기부,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2200호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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