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주춤했던 코로나바이러스가 2차 대유행이 현실화 되면서 프랑스인들을 다시 한번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7월부터 시작된 바캉스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는 시점에서 프랑스인들은 일상으로 복귀하자마자 코로나 바이러스를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약 2주 전부터 바이러스 감염자가 하루 2천 명명대로 급증하더니 20일 신규 확진자 4천771명을 기록했다. 전날과 비교해 약 1천 명 증가했다. 이는 5월 초 봉쇄령 해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매일 신규 감염자 수 최고치를 넘어서고 있다.

프랑스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정도에 따라 지역을 레드존, 오렌지존, 그린존으로 나눈다. 색이 붉어질수록 감염이 심각한 지역임을 나타내는데 필자가 거주하는 파리를 비롯해 남부지역의 부쉬드론, 몽펠리에 등 모두 7개 지역이 레드존으로 선포됐다. 레드존은 10만 명당 50명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왔을 때 적용되는데 파리는 약 63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레드존이 아닌 다른 지역들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남부 최대 관광도시 니스를 비롯해 보르도, 툴루즈, 헨 등 오렌지존으로 분류된 곳만 20곳이 넘는다. 현재와 같은 확산 추세를 봐서는 이곳들이 레드존으로 변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프랑스는 8월 초부터 주별로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특히 파리의 경우 구역마다 상이하지만 야외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파리 중심으로 불리는 1, 2, 3, 4구는 실외 모든 곳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다. 골목길마다 마스크 착용 의무 여부가 달라 구간마다 작은 안내판이 설치된 것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마스크 착용을 거부할 경우 135유로의 벌금이 부과된다. 다음 달부터는 직장 내에서의 마스크 착용도 의무화된다.

다시 레드존이 된 파리는 레스토랑에서의 거리두기가 다시 의무화되는 등 봉쇄령 직전의 상황처럼 점점 심각해지는 분위기다. 현지 언론은 프랑스 정부가 다시 봉쇄령을 고려할 것이라고 관측했지만 대부분 현지인들은 그럴 일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달간 진행된 봉쇄령으로 프랑스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오늘(20일) 마크롱 엠마뉴엘 프랑스 대통령은 ‘나라를 다시 멈추게 할 수 없다’며 지난봄과 같은 봉쇄령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상점의 영업 제한이나 재택근무 확산 등 지역별로 맞춤형 봉쇄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3일 일요일에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치러진다. 파리 생제르맹(PSG)은 창단 이후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축구를 사랑하는 파리지앵들은 생제르맹을 응원하기 위해 샹젤리제나 거리 곳곳을 가득 메울 것이다. 준결승전 때에도 수많은 파리지앵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뒤엉켜 함께 응원하고 자축했다.

실제로 바캉스를 떠나 있는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필자 주변 친구들도 거의 다 일요일 스케쥴은 바나 야외에서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보는 것이다. 축구를 좋아하지만 TV가 없는 필자 역시 결승전을 보러 집 밖을 나갈 계획이었는데 다시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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