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의 서비스화로 성장 도모하다

정희선 칼럼리스트
정희선 칼럼리스트

일본에서는 2000년대부터 안경계의 SPA (Specialty Store Retailer)라고 불리는 새로운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여 안경 업계의 판도를 바꾸었다. 이들은 안경의 기획부터 제조, 유통까지 일괄적으로 진행하여 5,000엔 ~ 8,000엔 (55,000원~88,000원) 정도의 저가격에 안경을 제공한다. 안경의 단가가 떨어지면서 안경 시장 규모는 1990년대 6,000억엔에서 2018년 3,210억엔으로 반으로 줄어들었다. 

이중 80%는 SPA 모델을 운영하는 대형 체인점들이 장악하고 있다. 한편 고령자나 눈 건강에 민감한 사람 중에는 고급 안경을 찾는 고객이 꾸준히 존재한다. 

시장이 양분화됨에 따라 대형 체인점이 아닌 중간 가격대의 안경을 제공하는 안경점들의 경영이 어려워지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견 안경점은 ‘제품’이 아닌 ‘서비스’로 어려움을 타개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예가 ‘안경 구독 서비스’이다. 

새로운 안경과의 만남을 제안하다

안경은 사람의 인상을 크게 좌우하는 소품 중 하나이다. 안경 하나로 지적인 이미지를 풍길 수도 있고, 조금 과감한 안경테를 통해 패셔너블한 이미지를 연출할 수도 있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수록 가지고 있는 안경과 선글라스의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 중에는 다양한 디자인의 안경을 골라가며 쓰는 사람이 많지 않다. 도리어 안경 구입에 있어서는 왠만하면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고 본인이 쓰던 스타일의 안경을 쓰는 경우가 많다. 보수적인 디자인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한 안경에 있어 새로운 안경과의 만남을 제안하는 안경 구독 서비스가 일본에 등장했다. 패션으로서 다양한 안경을 시도해보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정기적으로 눈 건강을 관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일본 전국에 116개 점포를 운영하는 다나카 체인은 안경 서브스크립션 서비스인 ‘니나루’를 2019년 4월 선보였다. 

매월 2,100엔을 지불하면 3년 동안 안경을 3개까지 교환하는 것이 가능하다. 1년간 소비자가 지불하는 총액은 25,200엔으로 3년이면 75,600엔이다. 가격만 들었을 때는 구독 서비스가 경제적으로 이득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도있다. 하지만 다나카 체인의 안경과 선글라스의 가격대는 안경테가 약 3만엔, 렌즈가 1만~2만엔 정도로 총 4~5만엔 정도의 고품질을 자랑하는 제품들이다. 따라서 소비자가 3개의 안경을 이용한다면 가격적으로도 메리트가 있다. 

그러나 니나루가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는 고객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니나루의 시마타니 이사는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 고객들은 렌즈와 안경테를 포함하여 평균 4만~5만엔 정도 가격대의 안경을 구입하여 4~5년 이용하고 있습니다. 결코 싼 쇼핑은 아닙니다. 또 안경은 얼굴의 인상을 좌우하므로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있더라도 새로운 안경테를 도전하지 않습니다. 
결국에는 무난한 디자인의 프레임을 선택하거나 예전과 같은 타입의 안경을 계속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소비자들이 보수적인 경향을 극복하고, 좀 더 자신에게 맞는 안경을 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안경과의 새로운 만남’을 통해서 안경 팬을 늘리고 싶습니다”

고객이 새로운 디자인의 안경을 만날 수 있도록 제안하는 것이 니나루 구독 서비스의 목적인 것이다. 이에 따라 니나루는 자체적으로 ‘인상 분석 앱’을 개발하였다. 고객의 얼굴 생김새를 분석하여 1,000종류 이상의 안경 중에서 고객의 얼굴에 어울리는 안경을 골라준다. 또한 질문을 통해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과 취향을 판단하고 이를 기반으로 가장 적합한 안경테와 렌즈를 제안한다. 

안경 구독 서비스로 눈 건강을 지키다

니나루의 서비스는 3년간 3개의 안경을 교환한다. 교환 주기가 길기 때문에 굳이 ‘구독’이라는 형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언제든 필요할 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나카 체인에 있어서 구독 서비스는 단지 안경을 팔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안경을 파는 것을 넘어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고객의 눈 건강을 지키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니나루를 이용하는 고객은 언제든 편하게 눈과 관련된 상담을 할 수 있고, 정기검진을 받을 수 있다. 이는 특히 눈 시력이 자주 변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우에는 매우 유용한 서비스이다. 어린이 고객은 시력이 자주 변하기도 하지만 바깥에서 뛰어놀다가 안경을 부러뜨리는 경우도 많다. 니나루는 중학교 3학년 이하의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렌즈와 안경테를 무제한으로 교환 가능한 ‘니나루 스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 대상의 안경 구독 서비스는 최근 부모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다른 안경 체인점인 ‘메가네 슈퍼’ 또한 어린이 전용 안경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매달 1,000엔을 지불하면 초등학교 6학년 이하의 어린이들은 안경 렌즈나 프레임을 교환하고 싶을 때 언제든 3,000엔으로 교환이 가능하다. 

어린이의 성장에 맞추어 반 년에 한 번 정도는 시력을 확인하고 눈에 맞는 렌즈로 바꿔주는 것이 좋지만, 대부분의 어린이는 2년에 한 번 정도 안경점을 방문한다. 어린이는 렌즈가 자기 눈에 맞는지 안 맞는지를 판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부모 또한 비용이 걱정되거나 시력 체크를 잊어버리기도 한다. 이러한 어린이 전용 안경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고객들은 편하게 들러서 아이의 눈에 안경이 맞는지 검사를 하게 된다. 고객과의 접촉 빈도가 늘어나면서 고객이 상품을 구입할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방문함으로써 부모 또한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교환 혹은 구입할 기회가 늘 것이다. 메가네슈퍼를 다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성인이 되어서도 메가네슈퍼에서 안경을 구입할 것이다. 

안경 구독은 안경이라는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얼굴에 맞는 안경을 제안하고 고객의 눈 건강을 책임지는 서비스이다. 안경 산업이 구독 모델을 통해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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