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식 커넬대학교 한국캠퍼스 학장

기존의 심리 상담이나 심리 치료는 대체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왜곡된 사고, 정서적 혼란, 대인적 갈등을 탐색하거나 바로잡고, 조절하거나 해소하는 것이었다. -5에서 0까지 오는 과정이었다. 

“이제 좋아졌습니다.” 
“이젠 괜찮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원한다. 심리적 부적응자나 증상자들도 마찬가지다. 우울증, 불안증, 분노, 죄책감, 수치심 등 심리적 증상이 없어진다고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불안의 부재가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행복은 만드는 것이다. 증상자들에게도 자신의 행복을 만들 수 있도록 상담사나 치료사가 상담코칭을 해 줘야 한다. 이제 치료자는 한 손엔 치료도구와 한 손엔 행복도구를 갖고 있어야 한다.  

다음의 사례를 보자. 

긍정심리치료사 샤테가 아론벡이 세운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인지치료센터에서 심리 치료사로 근무할 때 조너선이란 내담자가 찾아왔다. 조너선은 공황장애 증상을 갖고 있었으며, 프로이트 학파의 정신분석을 8년 동안 받고도 효과가 없자 인지치료센터를 찾은 것이었다. 

그는 점차 회의적으로 변했고 매사에 시큰둥하고 환멸을 느끼고 어떤 것도 바꿀 수 없을 거라는 비관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다. 그가 처음 한 말은 잊히지 않을 정도로 암울했다.

“이 인지 치료도 효과는 없을 겁니다. 치료비가 계속 들어가니까 선생님은 지난번 의사보다 더 빨리 포기하면 좋겠어요.” 

조너선은 치료하기 까다로운 고객이었다. 무기력하고 자주 좌절감을 토로했다. 치료가 시작되고 처음 몇 주는 마치 폭풍우를 견디는 것 같았다. 조너선은 심리 치료 중에 걸핏하면 펜 따위의 물건을 집어 던졌고, 큰 덩치를 이용해서 치료실 벽에 세워 둔 책꽂이를 쓰러뜨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회복력(resilience) 향상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나자 놀라우리만치 빠른 속도로 자기 삶을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려놓고 유능한 사람으로 되돌아갔다. 조너선은 인지 치료가 이전에 받은 정신분석 치료와는 다르기를 간절히 원했다면서 그 다른 점을 아주 정확하게 설명했다. 

“정신분석 치료를 받을 때는 제가 교통사고 피해자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불안증과 우울증이 트럭처럼 저를 들이받았고, 저는 다친 몸으로 배수로에 쓰러져 있는 느낌이었죠. 담당 의사는 8년 동안 저를 철저히 조사했어요. 그러는 내내 저는 그 배수로에 그대로 방치되었죠. 그는 어떤 뼈가 부러지고 어떤 장기가 손상되고 어디에 멍이 들었는지 자세히 말해 주었어요. 하지만 어떤 것도 바꾸지 않았어요. 부러진 뼈를 고쳐 주지도 않고 고통을 줄여 주지도 않았어요. 저를 배수로에서 꺼내 주지도 않았지요. 저는 제가 어디를 얼마나 다쳤는지는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았어요. 제 상처를 치료하게 도와줄 사람을 찾고 있었지요.”

조너선의 불안증과 우울증은 유치원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정말 행복하다고 느낀 적은 고작 두세 번 정도였다. 30대 초반에 불안증과 우울증이 악화되었다. 그는 중증 공황장애의 모든 증상을 보여 주었다. 

강렬한 두려움을 초래하는 극도의 불안감, 식은땀, 손발이나 몸의 떨림, 불규칙한 심장박동, 질식하는 느낌, 죽거나 미칠 것 같은 두려움에 시달렸다. 직장에서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그 때문에 마케팅 책임자로서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 

조는 범불안 장애 진단도 받았는데, 그것은 삶에 대한 근거 없는 고질적인 걱정이 특징이다. 그는 거의 언제나 우울하고 절망하고 무기력했다. 별다른 이유도 없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울음을 터뜨렸다. 

조너선은 친구 권유로 정신 분석에서 인지 치료로 돌아섰다. 인지 치료는 심리치료사와 고객 사이의 대화로 진행된다. 두 사람은 함께 협력하여 고객의 불합리한 믿음 체계와 사고(인지)를 교정한다. 

인지 치료는 기술에 기반을 두고 치료 기간을 제한하며 환자가 필요한 기술을 얼른 배워서 가능한 한 빨리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중시한다. 지금 이 순간에 초점을 맞추며, 아동기에 부모와의 관계 또는 일관성 없는 배변 훈련을 조사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인간은 자기 인생을 개선할 수 있다고 낙관하고, 몇 주 또는 몇 달 안에 꾸준히 진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샤테는 조너선의 까다로운 여러 가지 증상을 해결하는 일에 착수했고, 최신 인지 행동 기술을 모두 적용했다. 몇 달 후, 조너선은 공황장애 증상에서 벗어나고 다시 직장에 다니고 그 어느 때보다 긍정 감정을 느꼈다. 두어 번의 추가 세션까지 마치자 조는 그 기술들을 완전히 마스터했고, 그들은 작별했다.

인지 치료가 조에게 효과적이었듯이 거의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있다. 인지 치료가 불안증과 우울증에 더없이 효과적인 치료법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는 셀 수도 없을 정도다. 

올바른 도구를 찾아낸다면 인간은 인생을 실제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그 도구들은 조너선에게 효과가 있었다. 그가 정말로 중요한 것, 즉 본인의 믿음과 사고와 감정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인지 치료의 성공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강조한다. 바로 사고와 감정이 인간 존재의 핵심이며 인간의 본질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우울증과 불안증에서 벗어나서 심리 치료를 마친 지 1년 후, 조너선이 전화를 했다. 여전히 낮고 그윽한 목소리로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 배수로에 쓰러져 8년을 보낸 제 이야기를 기억하십니까?”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선생님께서는 제가 다시 걷게 도와주셨어요. 그런데 제가 뛰게 도와주실 수 있나요?”

어릴 때부터 끈질기게 따라온 우울증과 불안증 증상은 이제 사라졌다. 더 이상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지도 않았고, 직장에서 숨이 막히지도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도 더는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은 ‘아프지’ 않았지만 나아지지도 않았다. 전화를 마치면서 샤테는 그 다음 주로 치료 예약을 잡았다. 조너선의 인생은 불안과 우울의 소음이 가라앉아 고요했고 절망은 이제 고개를 숙였다. 그는 마음껏 활개를 펴고 싶었다. 그런데 유용한 임상 도구를 모두 갖추고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있었지만 샤테에게는 조너선을 '좋은 삶'으로 이끌어 줄 기술이 없었다. 조너선을 더 성장시키기 위해선 새로운 기술이 필요했다. 

인지치료는 조너선의 기능 수준 다이얼을 -에서 0으로 돌려놓았다. 하지만 그는 아직 인생을 최대한 누리지 못하고 용감하고 단호하게 기회를 추구하지도 못했다. 다이얼을 +로 돌려놓으려면 새로운 도구를 통해 적극적 도전하기가 필요하다. 

샤테는 심리치료실을 다시 찾은 조너선과 함께 강점개발 계획을 자세히 세우고 조너선이 성취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했다. 조의 전진을 가로막는 믿음이 무엇인지도 당연히 숙고했다. 

그 비합리적인 믿음들이 조너선을 0의 자리에 묶어 두고 있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조너선이 ‘적극적 도전하기’를 무의식적으로 이미 활용하고 있는 영역을 조사하고 거기서 배운 것을 적용하고, 강점을 발휘해서 그가 움츠리고 있는 다른 영역까지 뻗어 나가게 하는 것이었다. 

조너선이 그 새로운 계획을 실행하기로 결심하면서 그들은 다시 작별을 고했다. 2년여 후, 조너선에게서 편지가 왔다. 그 2년 사이에 여자 친구와 결혼도 하고 집도 샀다고 했다. 회사에서 오래전부터 제의한 승진을 드디어 받아들였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별로 없다고 했다. 

가족과 다시 가까워지고 친구도 더 많아졌다. 그들 부부는 다양한 취미 활동을 시도하며 주말에는 집을 수리하고 집 안을 꾸밀 골동품을 사러 다닌다고 했다. 조너선은 플로리시(flourish)하고 있었다. 모든 심리적 증상자들은 기능을 갖고 있다. 

이 기능을 0으로 올려놓는 것이 전통적 상담의 목표이다. 하지만 긍정심리치료(PPT)는 –5에 있는 사람을 0으로 올려놓기도 하지만 +2에 있는 사람을 +6으로 올려준다. 강점을 찾고 긍정정서를 배양해서 회복력을 키워서 우울증과 불안증을 치료하고 더 성장까지 시켜준다는 것이다.

참조: 긍정심리치료, 치료자 매뉴얼, 회복력의 7가지 기술(물푸레, 한국긍정심리연구소) 발행

[필자소개]
Dr. 우문식, 2003년 긍정심리학 우리나라에 최초 도입, 전 안양대학교 교수, 현 커넬대학교 상담심리학 교수, 커넬대학교 한국 캠퍼스 학장, 한국긍정심리연구소 소장, 한국긍정심리협회 회장, 긍정심리상담코칭센터 소장, 권영찬 닷컴 수석 강사. <Dr. 우문식의 긍정심리상담코칭(치료)15회기> 창안자, <긍정박사 우문식의 긍정심리 행복전문 강사 양성 과정> 창안자,<<행복은 만드는 것이다>>, 베스트 셀러 <<행복 4.0>>, 긍정심리학이란 무엇인가 외 다수 저자, 현재, 긍정심리치료 15회기로 우울증, 불안증, 죄책감, 무기력, 트라우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심리적 증상자들을 대상으로 개인과 집단, 긍정심리상담코칭을 하고 있으며, 긍정심리상담코칭과 긍정심리치료사를 양성하고 있다. 또한 긍정심리치료 15회기가 회복력과 심리적 증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또 다른 분야의 박사학위 논문을 마무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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