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름이 끝났다. 아침저녁으로는 눈에 띄게 쌀쌀해진 날씨가 가을이 왔음을 알린다. 여름휴가가 끝나고 일상이 다시 익숙해질 무렵,  지나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는 마음을 달래주는 것이 있으니 바로 페더바이서 (Federweißer)이다. 

페어바이서는 깃털을 뜻하는 Feder (페더)와 흰색을 뜻하는 weiß (바이스)가 합쳐진 이름으로, 흰 효모가 깃털처럼 떠다니는 와인이 되기 직전 상태의 햇 와인을 말한다. 독일에서는 보통 포도의 품종에 따라 백포도에서 생산된 페더 바이서 Federweißer와 적포도에서 생산된 페더로터 Federroter로 나뉘며 오스트리아에서는 슈툼(Sturm), 스위스에서는 자우저 (Sauser)라고 불린다. 

아직 발효가 끝나지 않은 페더바이서는 까다로운 보관법과 빠른 발효 속도 때문에 수송기술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와이너리 주변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산품이었지만 이제는 가을이 되면 독일의 전국 곳곳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도수는 4%-11% 까지 다양하며 포도 수확 시작에 따라 9 월 초부터 10 월 말까지가 적기라고 할 수 있다. 

페더바이서는 발효 중 생기는 가스로 인해 다른 와인들처럼 코르크마개등으로 밀폐보관 시 병이 깨질 수 있기 때문에 병입 후에도 발효가 진행될 수 있게 얇은 호일 마개가 씌여있다. 이로인해 페더바이서를 흔들거나 눕혀서 보관시 내용물이 새어 나올 수 있어 이로 인해 시중의 판매 중인 페더바이서 병과 뚜껑에는 ‘Flasche nicht legen 병을 눕혀서 보관하지 마십시오’ 나 ‘Stehend lagern 세워서 보관하십시오’ 등의 경고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페더바이서의 맛은 청량하고 달콤한 과일 탄산음료에 가깝다. 달콤한 과즙 향과 톡 쏘는 탄산으로 인해 병에 적혀 있는 알코올 도수를 잊고 순식간에 한잔을 비우게 된다. 와인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라인란트-팔츠 (Rheinland-pfalz) 주에서만 매년 2백만 리터 이상의 페더 바이서를 소비한다고 하니 이 계절주에 대한 인기를 짐작해 볼 수 있다. 페어바이서는 일반적으로 지역에 따라 양파 케이크 (Zwiebelkuchen) 나 플람쿠헨 (Flammkuchen)과 함께 즐기는데 달콤한 페더바이서와 짭짤하고 고소한 쿠헨과의 조합이야 말로 독일 가을의 별미라 할 수 있겠다. 

올해도 여전히 독일의 가을의 길목을 반겨주는 페더바이서. 우리가 다시 일상을 누리게 될 때 이 계절에 독일에 방문하게 된다면 꼭 마셔보기를 추천한다. 혼술로도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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