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재 칼럼] 영어 공부를 통해 찾은 나의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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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재 칼럼] 영어 공부를 통해 찾은 나의 보물
  • 나성재
  • 승인 2020.09.1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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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재 한국강점코치협회 코치.
나성재 한국코치협회 코치.

인도 영화는 묘하게 한국 영화와 닮았다. 사람에 대한 정서와 주는 감동이 할리우드 영화보다 더 끌린다. 게다가 어김없이 나오는 인도 특유의 신나고 화려한 율동과 노래도 매력적이다. 그렇다고 영화관에 가서 찾아보지는 않지만, 비행기 탈 일이 있으면 필자의 기내 영화 선택 1순위는 항상 인도 영화다. 영화 '굿모닝 맨하탄'도 그렇게 싱가폴행 비행기에서 만났다.

인도 가정주부 샤시는 영어를 못 한다. 하지만 살림과 요리는 잘한다. 특히 인도 전통요리 '라두'를 맛있게 잘 만든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 하지만 딸은 학교 모임에 와서 영어를 못 하는 엄마가 창피하다며 면전에서 무시를 한다. 남편은 가부장적이다. 부인의 의견을 존중하기보다는 순종하기를 원한다. 샤시는 매일 남편의 말 한마디에 공손히 차를 갖다 바친다.

어느 날 맨하탄에 사는 샤시의 언니에게 초청장이 날아왔다. 조카의 인도 전통 결혼식 준비를 도와달라는 SOS였다. 샤시는 결혼 준비를 위해 가족을 뒤로하고 먼저 홀로 비행기를 탔다. 맨하탄에서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어느 날 커피숍에서 주문을 하는데 알아듣기 힘든 메뉴와 선택사항을 속사포 영어로 이야기하자 샤시는 난감해졌다. 게다가 그 성깔 나쁜 종업원이 눈짓으로 뒤에 긴 줄을 보라면서 험상궂은 표정으로 호되게 샤시를 몰아세웠다. 당황해서 그냥 나가려고 돌아서다 다른 사람과 부딪혀 쟁반을 땅에 떨어트린다. 

해외에 나가서 식당에 가면 왜 이렇게 메뉴 주문하기 복잡한지, 또 종업원의 발음은 왜 이렇게 안 들리는지 난감하다. 이럴 때는 영어가 원망스럽다.  내가 잘 알아 들어야 하는데, 나 때문에 뒤에 사람들이 기다리는데 이렇게 생각하며 나를 탓하고 주눅 들기 십상이다. 하지만 돈을 내는 사람은 우리다. 알아듣지 못한 우리가 나쁜 게 아니라 친절하지 않은 종업원이 나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샤시는 우연히 '영어 4주 완성'이라는 버스 광고판을 발견하고 전화를 했다. 따발총 같은 학원 직원의 영어가 전화선 너머에서 날아왔다. 간신히 설명을 듣고 뉴욕 지하철을 타고 학원을 향했다. 지하철 패스를 넣어도 열리지 않는 개찰구 앞에서 당황해하고 있는데 거구의 흑인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샤시는 두려워졌다. 그가 다가와 승차권을 반대로 넣어주자 문이 열렸다. 그녀는 도망치듯 지하철 안으로 들어갔다. 반대 방향의 지하철을 타고 갈뻔하다 출발하기 전 황급히 내렸다. 지하철에 내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길을 묻지만 바쁜 발걸음을 멈추는 사람은 없다. 맨하탄 한복판에서 다른 사람은 '우사인 볼트'였고 샤시는 '달팽이' 같았다. 달팽이 같이 며칠을 다니자 샤시의 발걸음이 이내 경쾌해졌다. 지하철에서는 그때의 거구 흑인 직원과 눈인사도 여유롭게 한다. 어느새 그녀도 우사인 볼트가 되었다.

나는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깜깜한 곳을 더듬이 두 개를 달랑 세우고 한 줄기 빛을 향해 더듬어 가듯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는 일. 그 일이 반복되면 몸에 주었던 힘을 그제야 빼고 경쾌하고 여유롭게 눈인사를 하면 갈 수 있는 것. 이것이 낯선 길에 적응하는 모습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 영어 수업시간, 여러 나라 출신의 사람들이 모였다. 출신 국가, 인종, 피부색도 모두 달랐다. 하지만 영어라는 장벽을 뛰어넘어 뉴욕에 정착하려고 모인 사람들은 금세 친해지고 서로를 응원하는 사이가 된다. 특히 프랑스 출신 요리사는 샤시에게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며 다가온다. 한 사람으로 존중받고 사랑받는 기쁨에 샤시는 가슴이 설렜다. 자신도 모르게 흔들리는 마음을 확인한 그녀는 혼란스러워한다.    

결혼식 당일 샤시가 만든 특별요리 '라두'에 문제가 생겼다. 샤시는 결국 결혼식 당일 오전에 있는 영어학원 졸업 스피치 시험에 참석을 포기한다. 그러자 샤시의 조카가 수업을 마친 선생님과 친구들이 결혼식에 올 수 있도록 몰래 초대해 샤시를 놀라게 했다.

신랑, 신부 부모님이 축하 인사말을 돌아가며 했다. 갑자기 조카가 샤시에게도 축사를 부탁했다. 망설이며 일어서려는 샤시를 남편이 손을 잡아끌며 의자에 다시 앉히고 대신 일어섰다. 아내가 영어를 못 해서 축사를 할 수 없다고 축하객에게 사과를 했다. 그때 샤시가 자리에서 일어나 해보겠다며 영어 학원 스피치 시험을 위해 준비한 축사를 조심스럽지만 침착한 목소리로 이어나갔다.

“결혼은 동등한 사람이 만나는 우정입니다.
인생은 긴 여정입니다.
때로는 각자가 스스로 못나고 작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서로 동등하게 느끼도록 도와야 합니다.

서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몰라 줄 때가 옵니다.
상대를 어떻게 도와야 할까요?
아니면 결혼 생활을 끝내야 할까요?
저는 이때가 바로 스스로가 자신을 도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보다 스스로를 더 잘 도울 사람은 없습니다.
이걸 잘 극복하면 부부가 다시 동등하게 느끼게 되고
다시 우정을 찾게 됩니다.
다시 인생이 행복해질 것입니다.

가족은 비난하지 않고 함부로 상대를 판단하거나 속단하지 않아야 합니다.
당신을 무시하거나 초라하게 하지 않고 약점을 비웃지 않는 유일한 곳이 가족이어야 합니다.
가족은 사랑하고 존중받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자신이 싫으면 자신이랑 관계되는 게 다 싫어집니다.
그래서 항상 새로운 것에만 끌리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면 
반복되는 일상이, 그리고 자기 삶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샤시의 축사가 끝나자 사람들의 환호와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녀는 자신에게 사랑의 감정을 표현한 프랑스인을 찾아가 작별을 고했다. 

사람들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스스로 던진다. 나는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 답을 찾게 되면 더 이상 저기 멀리 있을 것만 같은 신기루 같은 환상을 찾아 헤매지 않고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작고 사소한 내 일상을 사랑하고 새롭게 보는 눈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필자 소개]
나성재 코치는 알리바바, 모토로라솔루션 등 다국적 IT기업에서 다년간 근무했고, 한국코치협회 코치이자, 현 CTP(Coaching To Purpose Company)의 대표이기도 하다. 또한 NLP 마스터로 로버트 딜츠와 스테판 길리건의 공동 저서인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 번역서를 출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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