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거리두기 2단계 후 발길 '뚝'
빚에 빚 더해도 앞길 '깜깜'

#. 푸드트럭으로 시작해 전국 관광지, 축제 현장 등을 돌며 경험을 쌓은 박성희씨(남 31세). 그는 지난 1월 서울 합정동 일대에 작은 가게를 마련해 안착했다. 그간 모은 자본금과 푸드트럭 매각비, 은행 대출금을 합쳐 인테리어와 초기 사업비를 마련했다. 문제는 2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오픈 이후 잠깐 몰렸던 손님 발길이 뚝 끊긴 것. 매달 수입은 거의 없고 재료비와 임대료만 날리는 상황이 6개월을 넘기자 준비해 놓은 사업비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나둘 문을 닫는 이웃 점포를 보면서 박씨는 시작도 제대로 못 하고 폐업하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만 하다. 

#. 졸업 후 해외 현지 가이드로 시작해 국내 대형 여행사 직원을 거쳐 지난해 여행사를 차린 이상현(남 37세). 그는 지난 3월부터 매일 택배 알바를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그가 창업한 여행사가 사실상 문을 닫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창업 과정에서 진 빚과 코로나19 확산 이후 쏟아진 환불사태에 그는 현재 빚더미에 앉아 있다. 이씨는 자신의 차가 택배를 많이 실을 수 있는 카니발인 게 너무나 다행이라고 한탄했다.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이 길어지면서 1인 창업자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17일 신용보증재단중앙회가 발표한 '2분기 보증행태서베이'에 따르면 2분기 신용위험 동향지수는 64.5로 지난해 동기보다 27.6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이 지수는 100에 가까울수록 소상공인을 비롯한 보증이용자의 사고 발생 등 신용위험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100에 가까울수록 위험이 적어진다는 뜻이다. 

신용위험 동향지수는 지난해 4분기 33.7에서 올 1분기 76.4로 급등했다. 2분기에는 64.5로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거리두기 등을 시행하면서 소상공인들의 매출이 급감한 것이 주된 요인이다. 경기침체로 유동성이 부족한 소상공인의 자금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8월 15일 광복절 이후 코로나19 감염증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가 이어지고 있어 3분기에는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31일부터 나흘간 전국 소상공인 34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사업을 유지하고 있으나 폐업을 고려할 것 같음'이라고 답한 비율이 50.6%를 기록했다. '폐업상태일 것 같음'도 22.2%나 됐다. 

빚을 내서 사업을 이어가던가, 폐업하던가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1인 창업자의 경우 자본력이 약해 대부분 대출 등 빚을 끼고 사업을 시작한다. 이미 빚더미에 앉은 상황을 고려하면 추가 대출로 버티기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 

이에 차라리 폐업하고 재기를 노리자는 이들도 많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가 데이터를 보면 전국의 상가 점포는 1분기 267만3767개에서 2분기 256만9824개로 곳으로 10만개 이상 급감했다. 서울에서만 무려 2만1178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최근 폐업 후 택배 알바를 시작한 장선욱씨(가명)는 "코로나 터지고 빚에 빚을 더하다 보니 어느 순간 차라리 폐업하는 게 낫겠다 싶더라"라며 "정부 대출 지원받아봐야 얼마 되지도 않고 그거 받아서 버텨도 계속 손실이 커지는데 언제 코로나가 끝날지도 알 수 없어서 문 닫았다. 택배 물량이 많아 그나마 이거로 빚 갚으면서 간신히 버티는 중이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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