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결혼식장마다 10월의 멋진 날에 라는 노래가 흘러나와야 하는 계절이다.

9~10월은 결혼하는 사람들에겐 축복의 계절이지만 비혼인들에게는 ‘잔인한 계절’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배달되는 청첩장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축복해줘야 할 자리지만 안 할 수도 없고 얼마를 해야 할 지도 고민인 경조사비로 괜스레 마음이 무겁다. 그나마 코로나19로 인해 미루는 경우도 많아져 올해는 조용한 계절이 될 듯싶다. 

최근 비혼을 선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결혼을 안 하면 되지 공식적으로 알리기까지 해야 하는지 얼른 수긍이 안간다는 매몰찬 얘기도 많지만 이들에게 먹힐 리 없다. 

비혼을 선택하는 2030 청년층이 늘어나면서 덩달아 ‘비혼식’을 여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관련 수요를 겨냥한 신규 서비스 상품들이 경쟁적으로 출시되고 결혼식과 마찬가지로 청원휴가나 경조금 등 혜택을 제공하는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직장인 김 모(35) 씨는 그동안 여기저기 냈던 축의금을 다시 회수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비혼식을 열었다. 

김 씨는 "주변에서 미혼으로 그냥 살지 비혼을 선언하는 이유가 있냐고 많이 묻는다.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한 나 자신을 당당하게 알리기 위해 마련된 자리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뿌린 축의금이 아까워 일을 벌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혼 상대가 나타나면 언제든지 결혼할 준비가 돼 있었던 미혼과 달리 비혼을 선언하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 씨처럼 비혼을 선택한 이들은 늘고 있다. 지난 5월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알바콜이 부부의 날을 맞아 성인 미혼남며 568명에게 공동 조사한 '결혼가치관 설문조사'에 따르면 ‘결혼은 필수다’(14.7%)에 비해 ‘결혼은 선택이다’(85.3%) 선택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결혼은 선택이다’라고 보는 입장은 남성(72.1%) 보다 여성(92.4%)에게서 높게 나타났다. 이어서 ‘향후 결혼 의사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앞으로 혼인할 것’(69.7%)과 ‘혼인계획이 전혀 없다’(30.3%)로 각각 답변이 가려졌다.

즉, 설문에 참여한 미혼남녀 3명 중 2명은 향후 결혼 의사가 있었지만, 나머지 한 명은 결혼계획이 전혀 없는 일명 비혼주의로 확인됐다. 이들에게 ‘집안 및 가족으로부터 결혼압박감을 받고 있는지’ 질문하자 ‘그렇다’(37.9%) 보다 ‘그렇지 않다’(62.1%)가 훨씬 높은 비율을 보였다.

결혼이 더이상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면서 젊은층 사이에서는 결혼 문화도 바뀌고 있는 셈이다. 나와 다른 방식의 삶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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