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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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혼자 사는 어르신 수가 150만 가구를 돌파했다. 급격한 인구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독거노인 수는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순히 안부를 묻고, 가사 또는 이동을 지원하는 수준이 아닌 고령층의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홀로 생활하는 어르신의 고독사, 고령화에 따른 노동 공급 부족 등은 당장 수면 위로 떠 오른 사회적 과제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의 급격한 고령화를 우려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한국의 노년 부양비가 2060년 80%를 초과할 것이란 분석이 담겼다. 이에 [1코노미뉴스]는 정부의 노인 복지 정책인 '노인돌봄서비스'의 현황과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기획 시리즈 <노인돌봄서비스 2.0>을 통해 다루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아내가 너무 아파서 같이 갑니다. 암에 걸린 아내의 병세가 좋아지지 않아 그렇게 결정했습니다" 2016년 4월 강원도 춘천시 상중도 강변의 흰색 승용차 안에서 유서 한 장과 함께 70대 노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앞 좌석에 나란히 앉은 노부부는 손을 꼭 잡은 채 세상과 작별했다. 오래전부터 죽음을 결심한 듯 차 안은 깨끗하게 정리돼 있었다. 

#. "주변 사람에게 누를 끼쳐 죄송합니다. 집 주인아저씨께 죄송합니다. 가까운 경찰서로 신고해주세요. 저희는 자식이 없습니다. 저희가 소유하고 있던 재산은 돈을 빌린 사람들에게 돌려주십시오. 방세를 내지 못해 죄송합니다" 2018년도 제주도 용담동 단독주택에서 60대 노부부가 생을 마감했다. 부인의 알츠하이머 증세가 심각해지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 아파트 우유배달원 이영한(가명.51)씨는 일주일째 우유가 쌓인 집을 수상히 여겨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알렸다.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고인이 된 김유환(가명.67)씨를 발견했다. 홀로 살던 김 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평소 거동이 불편하고 당뇨와 고혈압 등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담당 복지센터와 근처 사회복지관은 김 씨가 발견되기 전까지 사망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노인들... 평균 2.6개 만성질환 앓아

최근 들어 노인이 노인을 병간호하다가 지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이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700만명에 이른다. 그리고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은 환자다. 우리 국민의 기대수명은 2018년 기준 82.7세지만 건강수명은 64.4세에 불과하다. 평균적으로 노년기 약 8년은 병치레 기간인데 노인 1명당 평균 2.6개의 만성질환을 앓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노인 빈곤률은 OECD 평균보다 훨씬 높고 노인 자살률 또한 OECD 회원국 중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살률은 곧 노인들의 정신적·신체적 건강 적신호를 의미한다.  

특히 노년기에 느끼는 고립감과 외로움은 자살로 이어져 사회관계망을 회복시키기 위한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 민간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이와 관련해 노인돌봄서비스 정책을 시행 중이다. 올해부터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로 개편하고 노인돌봄서비스 2.0시대를 열었다. 이전에 제기된 문제점을 대거 보완해 필요에 따라 맞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개편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문제는 극히 일부에 제한된다는 점이다. 

노년층의 돌봄욕구를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서비스가 부족하다. 결국 민간에 맡겨진 노인돌봄서비스는 관리부실 등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의 노인돌봄 지원체계 연구에서 일반노인은 안부 확인 및 방문, 수급자는 식사지원서비스, 차상위계층은 가사 간병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높게 나타났다. 이는 노인돌봄서비스가 노인의 복지욕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 노인복지 관련 다양한 서비스 개발과 기관 간 서비스 연계 방안의 필요성 및 사각지대에 놓인 기준완화, 대상자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노인돌봄서비스 대상자는 차상위계층과 일반 독거노인을 포함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실상은 기초연금수급자에서 끝난다. 

서비스의 질도 부족하다. 노인돌봄서비스는 안부확인 및 가사지원서비스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노인들의 다양한 복지욕구를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고, 노인들의 주된 관심사인 건강에 대한 의료서비스는 제외됐다. 또한 노인돌봄서비스의 운영 주체가 건강보험관리공단과 지자체로 이원화되어 있어 서비스 신청 절차가 복잡하다. 독거노인의 경우 돌봄서비스에 대한 욕구는 있으나 신청 절차에 복잡하고 까다로움을 느껴 신청자체를 꺼려해 복지 사각지대 노인이 증가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이고 있다.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시대를 앞두고 있는 현시점에서 지금까지 제시된 노인돌봄서비스는 실질적으로 필요한 대상자가 이용하지 못하는 허술한 정책서비스로 기억되고 있다.

광주 서구 소속 한 요양보호사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사진=뉴스1
광주 서구 소속 한 요양보호사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사진=뉴스1

◇ 최저임금·폭언·성희롱…돌보미들의 호소

대한민국 사회 속에서 장애인, 어르신을 돌보는 돌봄 노동의 전문화는 필수가 됐다. 하지만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낮다.

이들 대부분은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로 불안정한 고용과 최저시급으로 낮은 임금, 대체 인력이 부족해 아파도 쉴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또, 몸이 불편한 어르신, 장애인을 직접 케어하고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근·골격계 질환이나 감염성 질환 위험에도 쉽게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8년 '서울시 요양보호사 실태조사'를 보면 서울 기준으로 요양보호사들이 받는 평균 시급은 주휴수당을 포함 약 7400원가량으로 최저임금(2018년 7530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이용자 또는 보호자로부터 부당한 요구를 받거나 비인격적인 호칭, 폭언·폭행·성희롱 등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업무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돌봄노인이 아닌 가족의 집안일이나 밭일까지 강요받는 경우도 많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 장기요양 실태 조사'에 따르면 요양보호사 91.9% 장기 요양 요원 중 61.9%가 계약직으로 일한다. 조사 응답자 4000명 중 94.7%가 여성이고, 60대가 40.4%, 50대가 39.5%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수급자나 가족으로부터 언어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는 질문에 25.2%가 답했다. 이어 '신체적 폭력이나 위협'을 경험한 사례도 16.0%, '성희롱·성폭력을 당했다'는 응답도 9.1%로 나타났다. 그 와중에도 이들 대부분은 해고될 걱정이 먼저 앞선다고 말했다.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대부분 돌봄 노동자들은 민간 기관에 소속되어 있다보니 열악한 처우에 놓이게 되고, 서비스 질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돌봄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문제는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며 "돌봄 노동자의 노동권 보호와 더불어 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직접 나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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