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메리츠화재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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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Untact)'란 콘택트(contact)에 부정·반대를 의미하는 언(un-)을 붙인 합성어다. 직원이 고객과 직접 만나지 않고 상품 판매를 비롯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맞물리면서 언택트는 전 산업에 걸쳐 최대 전략 요소로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한국판 뉴딜'에서도 플랫폼, 빅데이터, AI(인공지능) 등 '디지털 뉴딜'이 핵심이다. 이러한 언택트는 1인 가구 중심의 사회구조 변화와도 맞물린다. '혼밥', '혼술', '혼행', '구독경제' 등 1인 가구에서 주로 나타나는 소비 특징은 비대면과 편리함이기 때문이다. [1코노미뉴스]는 기획시리즈를 통해 언택트 시대를 맞아 발 빠르게 전략을 선보이고 있는 주요 기업을 소개하고 이들의 전략을 통해 미래 대한민국 경제의 변화를 엿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직접적인 사람과 사람이 대면해야 하는 금융 분야는 더더욱 바뀌는 양상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손보업계도 보험설계사와 직접 만나 상품에 가입하는 전통적 영업 방식이 아닌 다이렉트 채널로 빠르게 바뀌는 흐름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이른바 언택트 바람이 손보업계에도 거세게 부는 모양새다.

22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손보업계의 비대면(TM·CM) 보험 가입 비중은 지난해 12.2%에서 올해 5월 13.9%까지 증가했다. 실제로 손보사들의 영업 활동을 나타내는 원수보험료는 올 상반기 47조 813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조9223억원(6.5%) 증가했다.

◇메리츠화재 TM 소호슈랑스 영업, 원하는 장소 '어디든' 

메리츠화재는 일찌감치 언택트 서비스로 고객 확보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언택트(Untact·비대면)’ 트렌드에 맞춰 보험설계사들이 집에서 전화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텔레마케팅(TM) 소호슈랑스(Sohosurance·소호와 보험의 합성어)’ 영업을 적극 도입한 것이다. 

메리츠 소호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변화한 보험영업 환경에 대응해 도입한 TM 소호슈랑스 영업 모델이다. 소호는 기존의 정형화된 사무실 개념에서 벗어나 작은 사무실이나 가정을 사무실로 이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자를 의미한다.

그동안 일부 보험사가 대면채널에서 전문직 종사자, 자영업자 등 소호 사업자를 통해 보험상품을 판매해 온 것과 달리 메리츠화재는 TM채널에 소호 개념을 도입해 집에서 전화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메리츠 소호는 출퇴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집을 비롯한 원하는 장소에서 자유롭게 영업을 할 수 있다. 헤드셋을 낀 설계사들이 특정 사무실에서 좁은 간격으로 붙어 앉아 전화를 걸고 받는 일반적인 TM 영업 환경과 다르다는 게 큰 특징이다. 

메리츠화재는 메리츠 소호의 영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재택근무용 PC와 법인용 휴대전화 등을 지급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바뀐 보험영업 환경에 대응하고 TM 설계사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메리츠 소호를 도입했다”며 “메리츠화재는 차별화된 TM 시장 공략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나갈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메리츠화재는 이 같은 차별화 전략으로 현재 전체 원수보험료의 5% 수준인 TM채널 원수보험료 비중을 확대할 전망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의 올해 1분기(1~3월) 전체 원수보험료 2조2228억원 중 TM채널은 원수보험료는 1223억원(5.5%)이다. 모집 방법별 원수보험료는 대면채널이 2조857억원(93.8%)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인터넷과 모바일 등 사이버마케팅(CM)채널은 148억원(0.7%)이었다.

메리츠화재는 TM 시장 공략을 통해 지난해 장기 인보험 시장에서 대면채널 영업 강화로 일으킨 돌풍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언택트 영업이 먹힌 것일까. 손보사별로 보면 해당 시장에선 메리츠화재의 영향력이 단연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메리츠화재의 직영 다이렉트 신계약은 같은 기간 23만4314건에서 51만2035건으로 118.5%(27만7721건) 늘며, 조사 대상 손보사 전체 실적의 38.6%를 차지했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 사진=메리츠화재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 사진=메리츠화재

 

◇김용범 부회장, 재택근무형 TM설계사 수익성 높혀

이처럼 메리츠화재가 재택근무형 TM설계사로 수익성 높이기 실험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김용범 부회장의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과도하게 늘었던 TM조직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TM조직을 꾸렸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까지 장기인보험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서 법인보험대리점(GA) 영업 확대와 전속설계사 증원이라는 투트랙 전략 이외에도 상위 손해보험사들이 소홀히 하기 쉬운 TM채널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였다. 

올해 들어서는 저효율 조직을 정비하고 손해율이 높은 상품을 교체하는 차원에서 상반기에 TM조직의 인원을 감축했다. 지난해 말 3860명에 이르던 TM설계사를 상반기에 절반가량 줄였다.

그 결과 지난해 장기인보험 신계약 보험료는 1695억원으로 2017년 776억원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이름만 올리고 제대로 활동하지 않았던 TM설계사들을 정리하면서 공간, 설비 등 비용 효율성을 높였다는 게 메리츠화재 설명이다. 향후 비대면 영업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TM 강화는 시의적절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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