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띄어 앉기 일상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직장인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혼밥'과 '도시락' 식사 문화가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직원 간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구내식당에는 대면을 막는 칸막이가 설치됐고, 사무실 내 개별 도시락이나 배달 식사를 허용하는 등 점심시간에도 위생과 안전을 중시하는 모습이다. 

여의도 한 기업 구내식당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있기 전에는 같은 부서나 팀원끼리 삼삼오오 모여 밥을 먹고, 지인을 만나면 옆자리로 이동해 식사를 하곤 했는데 다 옛이야기가 됐다"며 "요즘은 간격을 유지해 밥을 먹다 보니 식사시간에도 식당도 조용하다. 어느 순간 여럿이 어울려 식사를 하는 게 오히려 어색해졌을 정도다"고 말했다.

광화문 인근 중견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A(51) 씨는 "요즘 돌아가면서 도시락을 구매한다. 대부분 재택근무에 들어갔고 일부 임원들만 내근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점심은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코로나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점심시간 전 일찌감치 가서 사 오는 편"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는 1인 손님을 꺼리는 식당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한 칸 띄어 앉기' 등을 적극 실천하며 혼밥을 장려하는 음식점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베트남 정통 쌀국수 식당을 운영 중인 업주 B(53) 씨는 "3월 말부터 손님들이 나란히 한쪽 방향을 보고 식사를 하도록 테이블 반대편 의자를 치웠다"며 "한 칸 띄어 앉기를 실천 중이다. 처음에는 영업 매출에도 타격이 컸지만 확진자가 나오는 것보다 낫겠다 싶어 그렇게 하고 있다. 일부 고객들은 포장해서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혼밥(혼자 밥 먹기)에 대한 시선도 달라졌다. 개인위생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평소 혼자 식사를 해야 했던 '혼밥족'들은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다.

직장인 C(31) 씨는 "혼자서 식당에 들어서는 것조차 부담스러웠는데 이젠 4인 테이블을 차지해도 눈치가 보이지 않는다"며 "요즘에는 돈가스 가게나 초밥 음식점에 가면 혼자 먹는 사람이 많고 식당 주인도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 마음이 편하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 방역에 따라 회식 문화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직장인 D(29) 씨는 "내부에서 불필요한 회식 할 경우 중징계"라며 "예전처럼 부어라 마셔라 하는 분위기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나만의 공간'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식문화로 확산, 정착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박민선 1인 가구 숲과나눔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직장 식문화가 바뀌고 있다"라며 "향후 어쩔  수 없는 혼밥, 도시락 문화가 아닌 자의적인 혼밥 문화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혼자 밥먹는 시민./사진=뉴스1
혼자 밥먹는 시민./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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